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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Jan 09. 2024

새로운 어머니와 모성애 재현: <마더>,<친절한금자씨>

<마더>와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영화 속 새로운 모성애의 재현을 보다

 2009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와 2005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 씨>는 기존 한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여성 주인공과 흔히 다뤄지던 일반적인 ‘어머니’, ‘모성애’의 재현에서 벗어난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어 기존의 ‘어머니’ 캐릭터에 대한 고정관념과 예측을 깬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마더>의 경우 영화의 초반, 아들 도준이 서사의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는 듯하지만, 도준이 여고생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구속되는 1막의 도발적 사건 이후, 엄마 혜자가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고자 직접 수색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어머니’ 중심의 서사가 진행되기 시작한다. 더불어 이 시점부터 가족영화 혹은 드라마 장르로 보이던 영화 <마더>의 분위기는 본격적으로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의 분위기로 전환되며, <친절한 금자씨>의 경우 제목에서부터 직접적으로 드러나듯, 영화의 초반부터 출소하며 ‘너나 잘하세요’라는 강렬한 대사, 그리고 싸늘한 표정과 함께 두부를 거절하는 금자의 모습이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이금자’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인물의 관계가 드러나며 서사가 진행된다. 두 영화 이전까지 기존 한국 영화들에서 등장한 여성의 재현은 주로 '모성'과 '섹슈얼리티'라는 큰 틀을 벗어나고 있지 못했으며, 특히 ‘모성’의 경우 신화 속의 환상적 여성 혹은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극복해내는 한 강한 여성으로 재현되었다. 그러나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는 자신의 딸 제니를 어린 시절 버린 어머니 그리고, 원모라는 아동을 보호하지 못한 여성으로 나타나며, <마더>에서 엄마 혜자는 아들 도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나 그 희생은 일반적인 모성애와는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엄마 혜자는 영화 속에서 성적 대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또한, 일반적인 모성 서사에서 자식에게 죄가 있을 때 나타나는 이야기의 흐름은 죄를 지은 자녀가 반성하거나 회개하고, 모성애를 가진 어머니는 자식의 죄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반성하고 참회하는 내용의 흐름으로 진행되나, 영화 <마더>에서 아들의 범행 사실을 확인하게 된 엄마 혜자는 아들의 범죄를 모두 은폐하는 태도를 보이며 그로 인해 무고한 다른 이가 대신 구속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어머니’의 캐릭터가 보이던 양상을 탈피하고, 영화에서 엄마 혜자가 행하는 모성 실천은 기존에 ‘모성’에 대해 가지고 있던 관념처럼 윤리적이거나 온화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 법적 제도에 반하고 모순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마더>, 영화 속 어머니 '혜자'의 모습

 <마더>는 1막에는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이 어머니 '혜자'와 단둘이 살고 있는 배경을 제시하며 등장인물들의 정보를 제시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혜자의 아들 '도준'이 살인 용의자로 수감되며 본격적으로 사건이 시작되는데, 도준의 수감 이후 2막에서 엄마 혜자는 본격적으로 해당 사건의 진범을 찾을 결심을 하며 진태의 집부터 시작해 주변 인물과 피해자 여고생의 과거, 살인 현장 등에 방문하기도 하며 아들의 누명을 벗기 위해 진범을 찾아 나서는 혜자의 모습과 사건에 관한 진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3막에서 혜자는 살인사건의 진범이 도준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해당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고물상 주인을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기존에 자식을 위해 희생하던 모성 실천에서 벗어나 엄마가 악인으로서도 비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후 아들 도준이 출소하는 대신 종팔이라는 무고한 남성이 대신 구속 당하며 도준과 혜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데, 영화의 마지막 아들 도준이 살해 현장에서 발견된 엄마의 침을 돌려주는 장면을 통해, 혜자의 범죄 사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 아들 도준이 되었음을 암시하고, 혜자가 관광버스 안에서 영화의 첫 부분에 등장했던 음악과 함께 여러 사람 속에서 춤을 추는 장면을 통해 엄마 혜자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보여주며 영화는 마친다. 중심인물과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의 전환을 살폈을 때는 진태가 엄마 혜자에게 사건의 진범을 직접 잡으라고 말한 것을 기점으로 <마더>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눌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친절한 금자씨>는 금자씨가 교도소에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을 출소 후 만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의 1막이 진행되는데, 수감 당시 금자의 모습과 현재 금자의 모습이 번갈아 제시되며 인물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2막은 금자가 백 선생의 협박으로 모든 죄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막에서는 원모를 향한 그녀의 속죄의 마음과 백 선생을 향한 철저한 복수의 계획을 드러나며, 마지막 3막에서는 그동안 백 선생에게 피해를 당했던 아이들의 부모를 모아 복수를 실행하고, 복수는 마쳤지만 끝내 그토록 원하던 속죄와 구원을 얻지 못한, 영원히 마음 한편에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 것을 암시하는 듯한 금자의 모습과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으로 영화가 마친다. 두 영화에서 ‘어머니’ 캐릭터로 나타나는 <마더>의 혜자와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씨의 서사는 공통적으로 살인이라는 범죄에 연루되어 시작되는데, <마더>에서는 혜자가 아들을 위해 진범을 직접 수색하기로 나서며,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금자씨가 교도소에 수용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과거가 밝혀지며 본격적으로 영화 속 두 인물의 서사가 진행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속 '이금자'의 모습

 두 영화의 전체적인 서사는 여러 인과관계로 묶여 있지만, 두 영화 모두 단순히 시간의 순서대로만 이야기를 제시하지 않는다. 두 영화는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렇게 과거와 현실의 상황을 오가며 제시된 이야기는 사건의 진실과 인물에 대한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흥미를 유발하며, 영화의 초반부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후반부에 밝혀질 때까지 몰입해 서사를 따라올 수 있도록 관객들을 인도한다. <마더>에서는 1막 부분, 도준이 감옥에 수감될 때까지는 시간 순서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으나, 엄마가 직접 범인을 밝히기 위해 피해자 아정에 대해 알아가고, 사건에 대한 증거를 쫓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가 번갈아 제시되는 양상을 보인다. 진태가 “진짜 이상한 게 있다.” 며 가해자가 시체를 땅에 묻는 대신 옥상에 올려놓은 것에 대해 궁금증을 품는 장면에서는 혜자에게 말하는 진태의 목소리와 시체가 발견된 현장 옥상에 방문한 혜자의 모습이 겹쳐 제시되며 청각적 요소와 시각적 요소가 시간적으로 불일치를 이루는 식으로 이야기가 제시되기도 한다. 아마도 혜자는 진태의 말을 들은 뒤 현장에 방문하였을 것인데, 따라서 이러한 점에서는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가 한 화면 내에 공존하며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전체 이야기가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만 제시되었다면, 진범을 찾고자 사건을 추적하는 혜자의 모습이 등장할 때, 관객은 이미 앞서 해당 장소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기에 이야기에 대한 몰입과 흥미가 떨어졌을 것이며 사건의 실체와 진범에 대한 궁금증 또한 감소했을 것이다. 또한 <마더>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상 영화의 중 후반부에 제시되어야 할 것 같은 갈대밭에서 혜자의 춤을 영화의 시작 부분에 제시함으로써 엄마 혜자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1막 부분, 출소한 금자가 교도소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찾아가며, 현재 금자의 모습과 상대 인물이 바라본 과거 교도소에서의 혜자의 모습이 번갈아 제시되는데, 이런 식의 서사 제시 방법은 금자와 상대 인물 간의 관계성, 그리고 금자의 변화가 더욱 돋보이게 만들며, 만약 시간의 순서대로 사건이 제시되었다면, 금자라는 인물에 대한 관객의 궁금증이 감소했을 것이며, 인물 간 관계성과 금자의 변화에 대한 주목도와 기대감도 감소했을 것이다.

영화 <마더> 속 중요배경인 갈대밭에 서있는 '도준'

 <마더>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의 행동이자 엄마 혜자의 내면을 두드러지게 표현해주는 요소는 바로 영화의 시작과 끝에서 혜자가 추는 ‘춤’이다. 오프닝에서는 혜자가 살인을 저지른 곳으로 드러나는 갈대밭 한가운데에서 홀로, 마지막에서는 또래의 중년들이 잔뜩 있는 관광버스에서 그들의 틈에 섞여 춤을 추는 혜자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이때 혜자의 춤사위는 음악과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듯 묘한 대치를 이루며, 그녀의 표정에서 흔히 ‘춤’을 출 때 드러나는 즐거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녀는 어딘가 한 곳만을 응시하는 듯하고, 명확한 감정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유지하는데, 이것은 그녀 내면의 심리와 현재 상태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관광버스 안에서 춤을 추기 전 나쁜 기억을 잊게 해 준다는 자리에 직접 침을 놓고 일어서는 엄마 혜자의 행동을 보았을 때 그녀가 추는 춤은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을 했지만, 죄책감이 들기도 하는 그녀의 복잡한 내면과 사건의 망각에 대한 바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도준의 출소 이후 종팔이라는 무고한 인물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구속되고 혜자와 면회를 하는 장면에서 면회실이라는 공간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해당 화면은 면의 중첩 속 면회 중인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혜자가 가슴속에 묻어두고자 하는 비밀들을 표현하고, 그녀의 복잡한 심연, 기억의 저편으로 진실을 보내 잊고 싶은 망각에 대한 소망을 표현한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의 내면을 보여주는 방식은 다름 아닌 ‘보이스오버 내레이션(Voice over-Narration)’이다. 영화에서 보이스 내레이션에서는 두 서술자의 내레이션이 교차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는데, 첫 번째 서술자는 보이지 않는 서술자의 내레이션이며 두 번째 서술자는 극 중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내레이션이다. 보이지 않는 서술자는 주축이 되어 이금자의 특정 상황에 대해 전지적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사건의 흐름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금자의 심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며, 캐릭터들은 금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주변의 평판 등을 제시함으로써 인물에 대한 이해와 현실성, 친밀감을 높여준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극 전체에 전지적인 서술자 시점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이 주로 사용되었으며, 타 등장인물들의 보이스오버 또한 등장하여 금자의 상황을 전달하고 있으나 정작 주인공인 ‘이금자’는 내레이션의 서술자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자의 이야기인 만큼 금자의 목소리로서도 이야기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보이나 영화에서는 극 중에 등장하지 않는 서술자와 금자를 바라보는 주변 인물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달하며 관객들이 ‘금자’라는 인물에 대한 동일시의 감정과 몰입 대신 한 발 거리를 두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이지 않는 서술자는 서사의 전반을 이끌고 가며 이금자가 어떤 인물이지 그녀의 복수와 구원을 향한 바람이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효과적으로 보여주며, 복수의 주체나 대상이 아닌 보이지 않는 서술자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을 통해 금자에 대한 관객의 거리감을 유지시킴으로써 관객은 금자의 구원 여부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 금자는 제니와 함께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거리에서 눈을 맞으며 출소 두부를 떠올리게 하는 새하얀 케이크에 얼굴을 파묻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해당 장면은 흰 옷을 입은 딸 제니가 금자를 안아주는 모습을 통해 금자에 대한 연민을 표현하고, 순결과 순백, 구원을 상징하는 듯한 흰색에 온통 둘러싸인 검은 옷의 금자를 보여줌으로써 서사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그녀를 따라다녔던 복수를 통한 속죄와 구원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표현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속 '이금자'

 일반적인 ‘어머니’의 재현과 전형적인 모성 실천에서 벗어난 <마더>의 혜자와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는 선과 악을 판단할 수 없는 모성애와 내면에서 충돌하는 양가적인 감정들을 보여주며 <마더>는 ‘자식을 위한 희생과 사랑은 숭고한 모성인가 혹은 악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친절한 금자씨>는 ‘속죄를 통한 진정한 구원은 가능한가?’, ‘악은 정화되고 구원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또한 <마더>에서는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인 도준과 혜자가 경찰 등의 공권력과 변호인 등의 권력층들에게 외면받고, 도준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지만 ‘엄마’라는 일종의 권력과 힘을 가지지 못한 종팔이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수감된 것을 통해 사회에 내재된 보이지 않는 차별과 권력으로 인한 이익과 피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악은 어디서 시작되는 것인지, 악한 행동이라도 다수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면 선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선과 악의 경계와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두 작품 속 등장한 어머니의 모습과 행동을 보며 기존의 스테레오타입(stereotype)과 다르다는 이유로 어쩌면 영화를 감상하며 불편함과 낯섦의 감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어머니의 모습과 그들이 선택한 행위를 통해 우리는 모성애와 ‘어머니’의 재현에 대해 기존에 생각해 보지 못했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유사한 상황에서 전형적인 형태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는 인물을 보며 신선함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기존 한국영화들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여성상의 <마더>의 '혜자'와 <친절한 금자씨>의 '이금자'의 등장은 한국 영화 속 ‘어머니’, '모성'의 재현의 다양한 모색과 여성 주인공의 서사 확대에 상당한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마더>, 2009
<친절한 금자씨>,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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