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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Mar 13. 2024

[누군가의 도서관] _ 1. 최소라

첫 번째 인터뷰 기록(20240310)

가장 힘든 순간보다는 가장 절정에 달한, 뿌듯한 순간 찾고 싶은 사람,

나에게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헤매던 와중 찾게 되는 나침반 같은 사람,

두 삶을 병행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

차분한 표정 뒤에 민첩한 운동실력과 재치 있는 끼라는 반전매력을 지닌 사람,

나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아내, 선배, 의료인인 <최소라>의 이야기이다.



채원: 먼저 자유롭게 본인이 누구신지 자기소개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소라: 네 저는 71년생 최소라입니다. '소라'라고 해서 한글 이름은 아니고요, 밝을 '소' , 다스릴'라' 주변을 밝고 밝게 다스린다. 이름에 이런 뜻을 가졌다고 해요.


채원: 요즘 근황에 대해서도 간단히 질문드려볼까요?


소라: 저의 요즘 근황은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요. 메르스 이후로는 계속해서 굉장히 치열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물론 메르스 때만큼은 아니지만요. 메르스가 한 2015년, 2016년 이때쯤 괜찮아졌는데,  한 1~2년 정도 괜찮다가 또 COVID-19 때문에 또 한 번 힘든 시기를 보냈죠. 한 3년 정도 지나 이제 갓 조금 회복이 되려던 찰나, 현재 여러 가지 의료 직군들의 파업, 전공의 사태 이런 것들로 좀 병원이 많이 위기이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해서 그 현장의 중심에 있다 보니 굉장히 좀 어렵고 혼란스럽고 좀 치열한 그런 삶을 살고 있어요.


#상황과 장소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채원: 저는 사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뭘 질문해야 될지 굉장히 난감했어요. 왜냐하면 익히 들은 이야기도 너무 많고, 너무 익숙한 사람인지라.... 그래서 이제 좋아하는 걸로 먼저 가볍게 분위기를 풀어볼까 했는데 직장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직장 이야기를 계속해보자면, 제가 집에서 보는 소라님은 되게 허당미도 많으시고, 눈물도 엄청 많으시고, 좀 둔감한 편이시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저는 밖에서의 (소라님) 이미지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 뭔가 카리스마도 넘치고, 어렵게 다가가야 할 사람일 것 같고.. 그렇게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본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본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소라: 사실은 요즘에 생각하는 거는 그 둘의 모습이 다 저겠죠. 그게 맞는 것 같은데... 사실 예전에는 이렇게 집에서 보이는 그런 모습이 실제 저라고 생각을 했어요. 사실 되게 외향적이기도 하고 덤덤하기도 하고 감수성도 풍부한데 또 허당의 면도 되게 많고..(웃음) 그런데 사실 제가 올해 직장 병원 생활이 사실 한 32년 차, 삼성서울병원에서 근무한 지만 이제 만 30년이 지났거든요? 올해 2월 1일이 딱 30년이 되는 해였는데 사실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병원이라는 곳에서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특별히 또 병원이 주는 어떤 특성 때문에 그런 것 같긴 해요. 거기는 굉장히 분석적이기도 하고 이성적이기도 해야 하고 또 매사 뭔가 계획된 어떤 정해진 일들을 그 되게 정해진 스킬대로 움직여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모습들이 굉장히 많이 이제 저한테 덧씌워졌고, 그러다 보니 굉장히 그런 사람으로 많이 변한, 이제는 오히려 '병원의 저'라는 사람의 모습이 더 안에 많이 들어와 있는 느낌? 그래서 사실 얼마 전에 40대가 지나면서는 약간 '저도스스로 어떤 게 내 모습이지?'라고 잠깐 혼란스러운 그런 시기가 있기도 했는데 오십이 넘어가서 생각을 해보니 그것도 이것도 좀 서로 반대되는 측면이긴 해도 다 저라는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채원: 어떻게 보면 그 직장에 있어서 변화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의도적으로 특정 공간에서 더 그렇게 행동하려고 하는 것도 있으셨던 거... 그러니까 '집에서 이렇게 해야지.' '나는 회사에서 이렇게 해야지'라는 마인드가 장착된 건지 아니면 병원이라는 공간 자체에서 오는 것 때문에 내 성격 자체가 변한 건지는 조금 전 다른 문제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소라: 사실 지금 그 질문을 들으면서 좀 되게 제가 놀랐던 게 사실 되게 그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두 가지 다 영향이 있겠죠. 근데 사실 저는 좀 전자가 좀 강하다고 생각하는 게.. 제가 어릴 때부터 생각했던 부분이.. 그러니까 '삶의 모토'라고 해야 되나 저는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자.'라는 게 약간 저의 삶의 목표이긴 하거든요. 그러니까 직장에 있을 땐 그 직장인의 모습으로 찰떡같은 사람, 그리고 어떤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입장이면 그 공부를 할 때 가장 어울리는 사람, 그리고 또 놀 때는 노는 장소에서 또 되게 화끈하게 잘 노는. 그래서 저는' 제가 놓이는 그 장소나 위치 그 역할에 따라서 되게 거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면 좋겠다.' 항상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긴 해서 그런 게 아마 더 크게 작용을 했을 거라는 생각은 들어요. 


# 최선을 다하던 태도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채원: 지금 하고 계신 일이 원해서 하신 건 아니라고 알고 있어요. 바랐던 일이라든가 공부하다 보니 '이 일이 정말 궁금하네.' 해서 발을 들이게 된 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소라: 네 맞아요.


채원: 바랐던 일도 아니고, 현재 큰 만족감을 얻고 있는 일도 아니고, 즐기는 일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일로서 30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소라: 생각해 보면 제가 요즘에 제 딸을 키우면서 새삼스럽게 좀 깨닫게 된 부분인데, 물론 어릴 때 중간중간장래 희망을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딸이 자라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걸 보면 과연 제가 예전에 느꼈던 게, 내가 장래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그런 일들이 내가 정말 좋아서 생각했었던 일이었나? 그런 생각이 좀 문득 들고,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게 정말 뭐였는지 잘 몰랐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고. 그냥 그 당시에 제가 알고 있는 어떤 직업군들의 사이에서 그래도 이게 제일 낫지 않나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던 거였던 것 같고... 그렇지만 이 일을 30년 동안 해올 수 있었던 힘은 저는 그냥 그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무슨 일이든지 그 일을 하고 있는 그 자리에서는 뭔가 내가 되게 글쎄 그냥 톱클래스 수준의 어떤 사람이 되는 것. ‘그러니까 뭘 하든 거기서 잘 해내는 사람.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는 사람. 그 과정 중에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된다라고 항상 생각했어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최선을 다했는데 최고가 될 수는 없는 건 어쩔 수 없는데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고 뭔가 흐지부지 일하는 게 되게 싫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일의 선택도 이제 질문한 것처럼 되게 원해서 한 거 아니었고 그냥 약간 부모님의 반발심으로 약간 그냥 대충 시작한 일이긴 했으나 지원한 학과에서 또 어쨌든 그 무리에서 나는 그 과정 중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항상 탑 수준에 있게 되고 그러다 보니 또 직장을 구할 때도 그중에서는 가장 좋다는 곳에 들어가게 되고 또 그 무리에 가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다 보니 거기에서의 역할도 항상 그런 (비중 있는) 걸 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채원: 흥미보다는 인정이 계속해서 일하는 동력이 되고 좋았던 걸까요? 누군가의 인정이라던가 자신도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소라: 누구로부터의 인정을 받고 싶은 건지 아니면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한 증명을 하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거나 제가 하는 뭔가의 일을 뭔가 허투루 하거나 성의 없게 하거나 잘 못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어요. 잘하는 나를 찾아서.  나 스스로가 잘하는 나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뭔가를 그렇게 잘 해낼 때) 뿌듯함이 있었던 것 같고요.


#얽힌 '욕심'을 '열심'으로 풀어내다.

채원: 아까 직업군 하니까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는데... 저는 어렸을 때 꿈이 '내가 알고 있는 직업의 명칭 내에서 직업이 되고 싶다.' 였어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디자이너면 디자이너 그러니까 어린 마음에 단순히 회사원. 이런 거 말고 디자이너면 디자이너 축구 선수면 축구 선수 선생님이면 선생님 피아노면 피아니스트 이렇게 그러니까 뭔가 뚜렷한 직업이랄까? 그런 일을 하는 게 저는 꿈이었어요. 그래서 경찰관, 법관, 피아니스트, 작가 이런 꿈이었던 것 같은데 저는 요즘은 오히려 사회적 분위기가 변해서일까 명사보다는 동사로 많이 생각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예를 들어서 배우는 배우, 가수 가수 이렇게 생각했다면 지금은 무대에 서는 일, 사람들 얘기를 많이 듣는 일 아니면 혹은 사람들하고 교류는 있으나 일 처리의 끝 마무리는 나 혼자 하는 일. 뭔가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달까.. 이런 것처럼 동사로 생각하려고 하는 게 많은 것 같은데 그렇게 동사로 생각하면 오히려 선택의 폭이 넓어지더라고요. 오히려 만약에 내가 가수가 돼야지. 했으면 나는 오로지 노래를 배우고 무대에 서는 일만 생각했을 텐데 '나는 사람들이랑 소통을 하고 싶고 음악적인 거를 하는 일을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 하면 사실 작곡가도 있을 거고, 음악 치료사도 있고.. 방향성이 엄청 많잖아요. 요즘 시대 자체가 특정 한 직업만을 하는 시대가 아니다 보니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도 있는데 직업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생각이 났네요.


소라: 저는 지금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까 저는 오히려 또 반대로 생각이 드는 게 저는 옛날부터 막연하게 그런 생각만 늘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좋다 아니면 사람하고 뭔가 소통하는 게 좋다 뭐 어떠한 일이 좋다고 그냥 이렇게 좀 뭉뚱그려 생각해 본 적이 많았지 그러니까 뭔가 이렇게 여기서 더 나아가 명사로 딱 집어서 난 뭐가 하고 싶어 막 이런 거가 오히려 좀 약하지 않았었나 좀 그런 생각이 드네요. 더 찾아서 나아가 볼 생각까지는 안 미쳤던 것 같아요.  제가 제 스스로를 생각할 때 나한테 좀 더 그런 부분이 있었더라면 좋았겠다 이런 아쉬움도 있고. 근데 저는 예전에는 스스로 그냥 이런 성향을 외부의 환경의 영향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내가 살아온 환경이나 이런 것들이 뭔가 내가 원하고 주장할 수 있는 그런 여건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니까 그냥 지레 겁먹고 내가 뭔가를 아예 시도하려 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좀 많이 했거든요?

왜냐하면 내가 하고 싶은 거나 뭘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생각이 있으면 있을수록 그것에 대한 좌절이 있을 걸 생각하니까 그거에 대한 약간 두려움? 실패나 이런 걸 마주하고 싶지 않은. 그래서 그래서 그런저런 생각 안 하고 그냥 그래서 좀 무덤덤하게 하고 싶은 게 없는 것처럼, 바라는 게 없는 것처럼. 주어진 거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자. 주어진 거에서 최고가 되자. 내가 놓이는 곳에 가서, 거기서 엄청 잘하자 이런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채원: 어떻게 보면 욕심이 다른 사람은 ‘이걸 하고 싶다, 갖고 싶다’라는 욕심이었으면 소라님은 그 욕심이 내부로 들어온 거네요. 그러니까..(욕심을) 더 부릴 수는 없으니 ’ 맞아 내가 할 수 있는 이 것들 중에 난 이런 부분을 제일 욕심부리겠다.‘


소라: 커서 생각하니까 제가 욕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욕심이 되게 많은 사람인데 사실은 욕심을 부리지 않은 사람이죠. 근데 욕심을 꺾다 보니 그게 이제 내 안에서의 어떤 나의 열심 그걸로 풀어지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좀 들어요.



#희로애락이 깃든 30년의 시간

채원: 앞에서도 언급하긴 했지만 어쨌든 지금 속한 직장에서 오래도록 근무하고 계신데... 가장 만족스러운 점이 있다면요?


소라: 어쨌거나 나의 20대 초반부터 50대가 이르기까지 사실 삶의 대부분이 이루어진 곳이고 그곳에서 많은 저의 지금 인간관계도 이루어졌고, 거기서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고. 그런 것들이 사실 다 너무 소중하죠. 뭐 저의 삶에서 사실 지금의 직장을 빼놓고 생각할 수는 없겠다? 마치 그게 하나의 삶처럼 이 일 안에 정말 희로애락이 다 있는 것 같아요. 너무 밉기도 한 삶도 그 안에 있고 너무 좋고 행복했던 삶도 그 안에 있고. 업무적으로는 어쨌든 제가 뭔가 하나의 의료적인 큰 틀에서 놓고 보면 정말 아주 작은 한 부분이긴 하지만 전 같은 근데 그게 저만이 되게 잘할 수 있는 어떤 한 전문적인 영역이기도 하고 그게 또 환자들한테는 되게 도움을 주는 한 부분이기도 하고 제가 하는 일이 어쨌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거. 그리고 제가 하는 일에서 또 저와 같은 일을 하는 수많은 후배 동료 또는 선배들도 있었지만, 제가 저의 분야에 대한 어떤 학구적인 지식 혹은 기술 이런 것들을 가르쳐주고 하는 일들에 그래도 많이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좋은 피드백들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제일 뿌듯하고 기쁘고 좋기도 해요.

 

채원: 그렇다면 반대로 뭔가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면요?


소라: 불만인 점도 많죠.(웃음) 사실은 이게 너무 많은 사람들을 늘 대면해야 되는 직업이기도 하고 그게 또 건강한 사람들을 맡는 일은 아니다 보니 그런 점에서 조금 사람에 지칠 때가 사실 좀 많다.
내가 여기에 직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 사람한테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되나 이런 생각이 사실 들 때도 있어요. 이 이유 하나만으로 내가 왜 저 사람한테 인격적인 이런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되고, 왜 저 사람한테 이런 허접한 대우를 받아야 되고, 나는 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항의하거나 막 이럴 수가 없지 이제 이런 부분?

 

채원: 그런 부분에서는 제가 소라님과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네요. 저는 애초에 그 조직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그걸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번에 병원봉사를 처음 시작하며 저의 마음가짐도 그러했고. 근데 아마 그렇게 화내시는 환자분들도 저랑 같은 입장이신 거겠죠?

 

소라: 그렇죠 그렇죠. 그러니까 네가 병원에 있으니 이 정도는 감당해야지 이런? (웃음) 이해는 가요.
근데 이제 그런 걸 많이 느끼죠. 보통 다른 진료 볼 때나 다른 것 때문에 불편한 건데 그게 이제 제 앞에 와서 폭발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실 저희에 관한 부분을 불만을 이야기하시면 제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만 해결을 해주면 되는데 제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저한테 와서 엉뚱하게 화를 내시니까... 그게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날 때가 있어요. 다른 곳에서 잘못된 건 그쪽에 가서 얘기를 하시지, 왜 그거를 왜 나한테 엉뚱하게 와서 저렇게 화풀이를 하나.. 이런 거.. 그게 문득 엄청 화날 때가 있죠. 사실 근데 병원에 오시는 분들은 다 그래요. '어쨌든 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병원에 있는 누구든지 책임이 있다.', '어쨌든 네가 있는 병원에서 잘못한 거니까 네가 책임져라.' 그냥 묶어서 생각하시는..? 약간 그런 마인드가 있으신 거죠 사실 이해 못 하지는 않아요. 사람이니까 가끔 욱할 때가 있을 뿐이지.(웃음)


채원: 그렇죠, 맞죠. 공감해요. (웃음)

아까 어쨌든 계속해서 내가 이 분야에서 잘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하셨잖아요. 그럼 지금 뭔가 이 일로서 이루고 싶은 비전이나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실까요?

 

소라: 오히려 비전이나 기대는 제가 50대를 넘으면서 되게 일상적인 걸로 내려왔다고 생각이 들어요.

큰 기대가 없어요. 비전? 큰 비전도 없고 이걸로 뭐가 내가 큰 비전을 할 수 있지 이런 거 없고, 단지 제가 바라는 바는 그냥 제가 이 일을 끝마칠 때까지 그냥 무탈하고 그냥 불명예스럽지 않게 잘 '그래도 저 사람 참 아름답게 잘 끝까지 완주했구나.' 약간 이런 느낌으로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채원: 아름다운 완주?

소라: 깨끗하고 무탈한 완주.


채원: 깨끗하고 무탈한 완주라... 조금 더 설명해 주신다면?

 

소라: 예를 들면, 여러 가지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여러 갈등이나 아니면 여러 억울함이나 누명이나 이런 것 때문에 내가 의도하거나 계획하지 않았지만 그만두게 되는 사태가 올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뭔가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이었는데 그런 일들 때문에 내가 다른 부서로 가게 되거나 이런 일이 없는 것? 내 의도와 내 계획이 아닌 퇴장을 하지 않는 것.

 

채원: 아, 외부의 압력이나 어떠한 사건에 의해서 나가야 하는 뭔가 그런 끝이 아닌 것?


소라: 네. 그리고 그만둘 때 그래도 후배들이나 사람들이 그래도 '참 배울 게 많은 선배였다. 그래도 저 선배 때문에 많은 걸 배웠다 좋았다.' 이런 게 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 못다 한 꿈에 대하여

채원: 생각났는데 요즘 tv 프로그램 중에 <골 때리는 그녀들>이라는 프로그램 엄청 좋아하시잖아요,

소라:  맞아요.

 

채원: 해당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거에도 혹시 뭔가 내가 이루지 못한 욕구라든가,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는데, 하고 싶었는데..’라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는 걸까요?


소라: 없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내가 제가 그 골 때리는 그 그녀들을 볼 때 항상 생각하는 게, 내가 만약에 예능인이 돼서 아니면 어쨌든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이 됐었다면 저 프로를 론칭한다고 했을 때 분명히 내가 멤버가 됐을 것 같은 생각이 들고 내가 멤버가 됐으면 거기에 처음 시작할 때 박선영이라는 배우가 굉장히 사람들한테 놀라움을 많이 줬단 말이에요. 축구를 굉장히 잘해서. 근데 딱 그 사람이 나였을 것 같은 생각이 나는 그걸 보면서 되게 많이 들었거든요.


채원: 오 굉장히 자신감이 넘치시는데요? (웃음)


소라: 왜냐하면 저는 대학에서 축제를 할 때도 저희 종목에 여자 축구가 있었어요. 축제 때 체육대회를 같이 겸해서 했는데, 모든 배구, 피구, 발야구, 축구 모든 종목에 저는 다 출전을 하는 선수였고, 각 종목마다 뭔가 규칙을 제가 공부했다기보단 그냥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그 축구대회에 나와서 축구를 할 때 지금 이 <골 때리는 그녀들>의 박선영이 받는 그런 시선과 그런 얘기들을 굉장히 많이 들었었죠. 그래서 그걸 볼 때 약간 제가 거기에 투영되는 것 같아요.


채원: 보면서 뭔가 아쉬움이나 부러움의 마음은 안 드시나요?


소라: 아쉬움이 사실 있어요. 이게 되게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긴 하면서도.. 약간 연예인 같은 이런 끼가 제 안에 없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훌륭한 배우나 가수 이런 거는 아니었겠지만, 약간 개그맨 같은..? 그런 막 웃기는 개그맨이라기보다는 요즘에 유재석 씨나 박미선 씨처럼 약간 진행을 하는 그런 쪽으로 되게 좀 하고 싶기도 했고, 잘하지 않았을까 내가 조금 시대나 아니면 부모님이나 이런 것들의 타이밍만 좀 잘 맞았으면 그쪽으로도(연예계의 삶) 꽤 괜찮은 잘 그런 삶을 살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좀 들 때가 있어요. 물론 그 삶이 막상 들어가 보면 그렇게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냥 제가 이렇게 밖에서 지켜보는 그런 입장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은 있죠.


채원: 만약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 아쉬움이 남은 일에 도전해 보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소라: 근데 그냥 모든 저의... 음.. 부모님이라든지, 예를 들면 어떤 상황들? 이런 것들이 바뀌지 않고 단순히 시간만 과거로 돌아가서 선택을 하는 거라면 저는 또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채원: 시간이 흘러 지금처럼 똑같이 아쉬워할 걸 알고서도요?


소라: 네. 왜냐하면 저는 어떤 갈등이나 이런 상황을 되게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되게 피하고 싶거든요.

 

채원: 부모님의 반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혹시 그렇다면 대학을 가서도 시도해 보실 생각은 왜 하지 않으셨을까요? 대학에 간 이후에는 조금의 자유, 그러니까... 부모님의 허락 없이 도전해 볼 시간이 사실 있으셨잖아요. 요즘 주변만 둘러봐도 직장에 다니시면서 못 다 이룬 꿈에 다시금 도전해 보시는 분들도 있고요. 퇴직을 결심하신 후 뒤늦게 자격증공부를 하며 새로운 꿈을 꾸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말씀해 주신 연예계 같은 경우엔 요즘엔 시니어 배우나 모델분들도 많이 계시고... 이렇게 뭔가 어떤 통제를 벗어났을 시기에도 도전해보고 싶으신 생각은 없으셨나요? 적절한 예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대학원서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막판에 가서 전공을 변경하기도 했었잖아요. 하고 싶은 전공 지원이라도 해보겠다고.
 

소라: 지금 질문을 들으면서 제가 또 문득 제 머릿속에 지금 떠오른 게.. '나라는 사람이 굉장히 모든 것들이 획일적으로 굳어진 사람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지금 좀 들었어요.

'과거로 돌아간다면'이라고 하면 지금의 내 생각이나 나도 그 과거로 가서 생각해봐야 하는데 지금 제 머리가 그게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의 나의 생각이 자꾸 내가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걸 방해해요.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그렇게까지 내가 적극적일 수 있나? 그걸 내가 스스로 알아서 찾을 수 있나? 막 지금 이런 생각들만 제 머릿속에 드네요. (중략) 시도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막 내가 저돌적으로 막 찾아가서 그걸 할 수 있을지가 지금 엄두가 안 난다는 느낌이 들어요. 생각보다 용기가 없나 봐, 내가. 지난 30년도 아마 그렇게 보냈겠죠? 그러니까.... 예를 들면 누가 그걸 '같이 하자!' 이런 친구가 있거나 아니면'너 이거 해볼래?' 하고 어떤 기회가 찾아온다면 탁 뛰어들 용기가 있겠는데, 아무것도 없는 지금 맨바닥에서 내가 그럼 어디부터 가서 이거를 뭘 하겠다고 해야 되지? 이거를 잘 못 찾겠어요.


채원: 물론 제가 모든 걸 아는 건 아니지만, 저는 제가 지금까지 봐온 소라님의 모습을 고려해 생각해 봤을 때, 소라님께 누군가 같이 연예계 좀 준비를 해보자 회사 그만두지 말고 약간 슬슬 발을 담가보자라고 했어도 친구에게 동조하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이 사실 들어요. 왜냐면 이미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도 했고, 제가 여태까지 보고 들은 소라님의 모습이라면 아마 누군가 제안했어도, 솔깃하긴 한데 지금 와서 뭐 하냐 조금만 젊었어도 약간 해봤을 법도 하다고 가볍게 응답하셨을 것 같은 느낌?


소라:  확률적으로 좀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죠? (웃음) 확률이 높죠.


채원: (제가 본 소라님은) 뭐랄까... 희망과 행복이 있다면 굳이 희망을 걸어보기보다는 지금 있는 행복에 더 투자하는 사람이랄까요?

 

소라: (살짝 놀라며) 맞아요.


채원: 행복과 안정.


소라: 저는 항상 뭐든지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면 현재의 포커싱을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항상 제가 그게 있어요. 되게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데, 내가 놓여 있는 여기에서 어쨌건 만족할 만한 그게 작은 거라도 있으면 그냥 그 작은 거에 감사하자. 작은 것에 만족하자. 이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떤 걸 벗어날 용기나 욕심이 없으니까 그냥 여기서 내가 있어야 되는 어떤 당위성을 찾는달까? 사람들은 제가 되게 욕심이 많다고 이야기하는데 항상 그럴 때마다 저는 '나 욕심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나 되게 사실 소박하다 일상에서 나 요런 요런 거 되게 감사하고 이런 정도에 만족하다.' 늘 그렇게 얘기해 왔던 것 같거든요. 근데 생각해 보면 아까 장래 희망의 얘기와도 마찬가지로 제가 기질적으로 원래 타고나기는 욕심이 없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근데 그거에 대한 어떤 부딪침 갈등 거기서의 좌절 이제 이런 게 아프니까 그런 것들을 지레 피하고자 항상 그냥 내가 있는 그 현실에서 뭔가 감사하고 만족할 만한 걸 찾으려고 하고, 거기에서 뭔가 내가 최선을 다해서 사는 그런 나의 모습에 만족하려고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채원: 사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퇴직 후 하고 싶은 뭔가 꿈이 있다면요?


소라: 제가 하고 싶은 건 원래 옛날부터 '북카페' 되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아! 대신 좀 이렇게 소규모로 만나서 이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고. 커피도 되게 좋아하고. 제가 책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긴 한데 사실 알려진 것보다 제가 책을 많이 읽거나 막 어떤 독서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데(웃음) 나는 그냥 책 그 자체를 참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책이 주는 그 감성. 생각해 보니까 커피도 그런 것 같네요. 왜 커피를 좋아한다라고 하면 정말 막스 커피를 내리는 그 하나하나에서부터 왜 커피도 종류가 굉장히 많은데 제가 그런 면으로는 커피를 많이 알지 못하거든요. 사실 그러니까 저는 그냥 커피를 마시는 그 행위, 그냥 커피와 책이 주는 그 느낌을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요.


#따뜻한 책, 그리고 커피

채원: 음.. 흥미로운데요. 책이 주는 감성이란 어떤 걸까요?


소라: 나 그게 왜 좋다고 딱히 설명할 수 없는데 책과 커피는 뭔가 저한테 되게 편안하고 따뜻한 어떤 그런 느낌이에요.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의 모습도 좋고, 그냥 책을 읽는 그 어떤 공간이 주는 그 느낌? 그것도 너무 좋고. 처음엔 그런 것들 때문에 (책을)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 같고, 다른 이유는 제가 한창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 때가 20대 초반부터 읽기 시작했거든요. 근데 그때, 저는 항상 책에서 되게 내가 본받고 싶은 사람들을 만났던 거 같아요.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도 그랬고, 직장생활을 할 때도 그랬고, 이런 말하면 어떻게 좀 들릴지 모르겠는 EP.. 나는 늘 내가 보고 존경스럽고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갈망이 항상 있었어요. 그런 존재가 되게 필요했는데 제 주변에는 없었거든요. 하여튼 뭔가 저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어떤 사람이 갖고 싶었고 그런 사람을 보면서 따라가고 싶다는 걸 되게 많이 느꼈는데 그런 사람이 없었던 게 아쉬웠어요. 직장생활을 할 때도 정말 내가 아는 선배들이나 내가 보는 상사들은 항상 왜 저렇게 행동하지라는 사람만 많았고 이게 제가 되게 건방진 생각인지는 모르겠는데 늘 저한테는 그래서 ‘나는 내가 선배가 되면 난 저렇지 않을 거야.’ , ‘상사가 되면 저렇게 하지 않을 거야.’ 생각했고, 앞서 말했듯이, 내가 부모라면 난 우리 애들한테는 이런 모습이고 싶다는 이상적인 것도 항상 있었는데 주변에서는 찾지 못했지만, 그런 존재를 책에서는 항상 만났던 것 같다는 걸 제가 한 번 딱 깨닫고 나서 그때부터 책을 되게 열심히 찾아 읽기 시작했어요. 우연히 책을 읽었는데 그 작가가 쓰는 어떤 그런 말들이나 행동들을 보고 맞아 나 되게 이런 거였었지 맞아 나 이분처럼 되게 이렇게 살고 싶다. 나를 깨우는? 그런 문장들을 보면서 그걸 쓴 작가를 되게 좋아하게 되고, 그때부터 비슷한 종류의 책들을 많이 찾아 읽게 되면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채원: 그럼 커피는요?


소라: 커피도 그런 것 같아요. 커피가 주는 감성. 구체적으로 어디서 오는가.... 그게 향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까 말했던 것처럼 종류가 많다는 점일 수도 있고 아니면 누군가가 정성을 들여 내린다는 점 뭐 여러 개가 있겠지만 저는 정말 커피를 먹는 그 행위 자체를 되게 좋아했던 것 같아요.


채원: 저도 커피 마시는 거 좋아하는데, 저는 한편으로 커피에 대해 이런 생각도 헤본 것 같아요. 물은 사실 생존의 수단에 가깝잖아요. 내가 목이 말라서 먹고 힘들어서 먹고. 근데 커피라 함은 애써 시간을 내서 내가 가서 사서 내가 여유 있는 시간을 즐기는... 어떻게 보면 커피 먹는 행위도 좋아하지만 커피를 먹을 수 있는 그 환경, 시간을 좋아한달까?


소라: 그렇죠. 그것도 포함이 되겠죠. 제가 커피를 막 엄청 즐겨서 먹기 시작한 시점이 고등학교 때부터 거든요. 고등학교 때 저희 학교에 자판기가 있었어요. 쉬는 시간이나 아침에 꼭 일찍 도착해서 저는 혼자 나가서 꼭 자판기 커피를 뽑아가지고, 그때 당시 카세트테이프에 좋아하는 노래 넣어 이어폰 꽂고 뭔가 창밖을 보면서 혼자 서서 그 커피를 마시는 그때 그 순간이 너무 좋았거든요. 뭔가 이 비유가 적당할지 모르겠는데, 그 이후로는 굉장히 사람들이 약간 담배 피우는 것처럼...(웃음) 그러니까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도 뭔가 되게 풀리지 않거나 아니면 내가 뭔가 되게 내 안에서 막 어떤 감정이 막 일어났을 때 그걸 좀 내려야 되거나 아니면 내가 너무 뭔가 필요하거나 이럴 때 그냥 가서 이렇게 커피 한 잔을 이렇게 딱 들고 서서 그거를 마시는 그 잠깐의 그 시간이 저한테는 되게 뭔가 쉼이자 위로이자 그런 역할이 되었던 것 같아요.

 

채원: 저도 그 말씀 들으니까 생각났어요. 저도 제가 커피라는 음료 그 자체를 좋아하진 않거든요. 이야기 듣다 보니 갑자기 생각난 게, 저는 커피나 사러 가자라는 그런 말? 누군가와 함께 커피 한 잔 하는 그 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뭔가 커피 한 잔을 사러 가는 동안에 이루어지는 그 짧은 대화. 뭔가 맨입을 때보단 그래도 입에 뭔가라도 물거나 씹고 있으면 분위기가 풀리는 그것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고... "커피 한잔 하러 가자" 했을 때 딱 표면적인 건 말 그대로 하면 진짜 커피 먹자 이거일 수도 있고 본인이 정말 필요한 거일 수도 있지만 제가 느끼기엔 그런 말과 행위들이 주는 느낌이 약간 "우리 조금 더 가까워져 보자."  만약에 일적으로 만난 거면, "우리 다른 대화도 좀 해볼까"의 느낌이 강했어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저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뭔가 이 사람이 나에게 마음을 열어줄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


소라: 맞아요 제가 이 커피에 들어있는 저의 생각이 그게 되게 많이 있어요. 저는 지금도 병원에 잘 친하지 않은 사람들 중 친근함으로 다가가고 싶은 사람한테 하는 얘기가 "나의 소울푸드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떡볶이고 하나는 커피다. 그래서 내가 뭔가 커피를 선물할 때는 되게 내가 마음을 주고 싶은 사람인 거다. 되게 그게 큰 의미가 있다"거든요. 그냥 커피 기프트콘이나 누군가 생각날 때 문득 보낼 때가 있는데 사실 그 사람한테 그 순간 뭔가 위로해주고 싶거나 힘을 주고 싶을 때 아니면 아 내가 지금 ‘문득 네 생각이 났어.’라는 의미로 주는 거거든요. 그렇게까지 디테일하게 설명을 상대한테 하지는 않지만, 그냥 그런 마음을 담아서 맞아 커피라는 걸 선물을 해요. 저라는 사람이.

그래서 커피는 약간 저한테 그런 거죠. 그리고 지금도 회사 생활이 되게 고된데, 아침에 일찍 도착하거든요.

그럴 때 제가 저한테 약간 활력소처럼 주는 것이 병원 안에 커피. 카페가 7시에 문을 여는데 문을 열자마자 가 제가 되게 좋아하는 엄청 뜨거운 카페라테 샷추가를  주문해요. 그걸 들고 저희 병원에 되게 조그마한 산책로가 있는데 그 아침에 아무도 없거든요. 아무도 없으니까 되게 공기가 좋은 거기에 가서 뜨거운 커피가 목구멍에서 이렇게 아래로 내려갈 때의 그 느낌과 냄새와 그 한 잔을 먹을 때 오는 되게 큰 행복감을 즐기죠. 하루를 깨워주고 충전하고 뭔가 시작하는 그런 저만의 의식 같은 느낌?

점심에도 뭔가 오전에 되게 사람으로부터 힘들거나 아니면 생각이 힘들었거나 이럴 때 식당을 가서 밥을 먹는 걸 선택하지 않고 제가 되게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 하고 혼자 산책로에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위로, 기분 전환, 충전을 하고 오후를 다시 시작하는... 그래서 커피는 사실 저한테 되게 많은 의미가 있어요.

 소라: 제가 왜 북카페를 하고 싶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안에 다 있었네요. 사실 책을 좋아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나랑 생각이 되게 비슷한 사람하고의 어떤 생각을 나누는 행위잖아요. 그런 사람을 실제로 만나는 건 쉽지 않으니까. 근데 그러한 만남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을 해주기도 하고, 완전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어떤 상담 심리에 대한 것도 배웠잖아요. 그것도 어떻게 보면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한 거니까. 심리 동네 북카페 같은 곳을 운영해서, 내가 꼭 상담을 해주려는 건 아니었지만 동네를 오갈 때 그냥 우연히 들어왔는데 되게 그 공간이 주는 편안함 때문에 어떤 사람이 그냥 일상에 편안하게 와서 커피나 책을 즐길 수 있게 되고, 또 어떻게 어떻게 하다 보니 거기에 있는 주인장과 뭔가 한두 마디를 나누게 되고, 그런 걸 꿈꿨던 것 같아요.

 

채원: 어떻게 보면 커 북카페를 차리고 싶은 건 커피와 책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커피를 즐길 때, 책을 즐길 때 소라님이 지금 느끼는 기분들을 다른 사람들한테도 나눠주고 싶은 그런 느낌이네요?


소라: 그런 것 같아요 (웃음)


# 26년의 엄마로서의 삶

채원: 사실 직장인을 떠나서, 개인 최소라를 떠나서 한가정의 엄마로도 살고 계시잖아요. 아까 자기소개를 하셨으니까 이번엔 아들과 딸을 소개해주신다면?


소라: 일단 제 아들과 딸은 저한테 오히려 되게 새로운 깨우침을 많이 주는 친구들인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해요. 어릴 때는 사실 얘네들은 좀 나한테 버거운 아이들이다. 내 체력에도 버겁고 뭔가 나의 정도를 넘어서서... 좀 힘들다. 이런 생각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어느 순간 부쩍 되게 성숙하게 자랐다는 생각이 들고 제가 생각했던 그런 모습보다도 너무 잘 자랐다는 생각을 제가 사실 많이 해요. 이런 얘기를 사실 본인들한테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래서 사실 보면서 오히려 제가 되게 배우게 되는 것들도 많고 저를 새롭게 돌아보게 하는 면도 되게 많고 근데 특히나 좀 딸이 그런 존재이기는 해요.
제가 저희 딸이랑 여러 대화를 하면서 처음엔 되게 이해하고 싶으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되게 많았던 친구인데, 근데 그 친구 덕분에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처음 알게 되기도 했고, 제가 좋은 의도와 의도로 하는 여러 가지 말이나 행동들도 저는 의심이 없었거든요. 근데 항상 그거에 대해서 저희 딸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이게 상대방한테 불편함이 될 수도 있다고 라는 걸 처음 알게 되기도 했어요. 되게 충격적이기도 했고 중간중간은 되게 혼란스럽기도 했죠. 근데 아무튼 뭔가를 할 때마다 사람의 생각이나 사람에 대해서 되게 다양함을 되게 많이 알게 해 준 어떻게 보면 그런 스승.. 스승이라고 참 말하기 그렇긴 하지만 (웃음) 그런 스승 같은 역할을 많이 하는 딸이에요.


채원: 조금 더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름이 뭔지... 객관적으로 봤을 땐 어떤 사람인지... 저희를 전혀 모르는 분들이 읽으실 수도 있으니까 (웃음)

아들 윤지안

소라: 아! (웃음) 저희 아들 지안이는요. 원래 이름은 관식이었어요. (관식이라는) 그 이름의 뜻이 그 '너그러움을 심는다'라는 뜻인데, 저는 항상 그 너그러움과 배려심 있는 사람을 되게 좋아해사 그 이름을 고르게 되었었어요. 실제로 저희 아들을 키우면서 저희 아들이 또래의 남자아이들에 비해서는 굉장히 생각이나 마음이 깊고 넓은 아이다 싶기도 했고요. 근데 제가 엄마의 입장으로 바라보니까 그게 때로 너무 안타깝고 싫더라고요. 저나 저희 신랑도 늘 그런 입장에 놓여 있어서 속상할 때가 많이 있었는데 우리 아들도 그런 쪽 말고 오히려 좀 받는 쪽이었으면 좋겠다. 되게 이기적이긴 한데 엄마의 입장은 항상 이기적인 것 같아요 아이들에 대해서만큼은. 근데 우리 아들이 너무 더 고생스러운 것 같고 좀 편했으면 싶고 그래서 뭐 여러 저러 이유 때문에 이름을 지안이라는 이름으로 바꿨는데 저희 아들은 여전히 좀 또래에 비해서는 생각이 많은 편이고, 또 타인을 되게 많이 생각하고 배려하는 편이고, 그리고 요즘 최근 더 많이 느끼는 건 원래 좀 예민하고민감성이 높은 것 같아요. 불안도가 좀 높고, 안전함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향을 되게 많이 타고난. 근데 그랬던 아인데 제가 첫 아이다 보니 그런 경험이 없어서 공교롭게도 육아부터가 되게 불안정했어요. 이 아이를 처음 맡길 때부터 그냥 엄마로서 되게 약간 미안함이 컸죠. 얘가 워낙 태어나기도 이렇게 불안 심리가 높은 아인데 얘가 이렇게 남의 손에 키워질 때 그 불안도는 애기였겠지만 너무너무 컸겠다 본능적으로. 그래서 얘가 더 그런 (배려나 희생에 대한 생각이) 강화됐을까 이런 생각도 사실 조금 하긴 해요. 근데 어떻게 그때는 그게 그게 최선이었으니까 지금도 우리 지안이는 뭔가 하고 싶은 욕구는 굉장히 우리 딸처럼 많은 아이인데 안정 성향이 너무 높고 불안도가 높은 아이다 보니 그런 걸 누르고 막 안전한 어떤 테두리 안에서 뭔가를 하려고 해서 되게 스스로도 어느 순간 답답함에 갇히는 그런 경험들을 하고 있다고 보여요. 제가 이렇게 봤을 땐. 그래서 저희 아들한테 대화할 때는 제가 항상 그냥 되게 뭐든지 고민을 얘기할 때마다 ‘그냥 하는 거지 뭐 깊이 생각할 게 뭐 있어.’ 항상 이런 식으로 얘기해요.

딸 윤채원(인터뷰어)

채원: 딸은 어떤 사람인가요?


소라:  저희 딸은 저희 딸이 참 저한테는 할 말이 많은 사람인데.... 저희 딸은 너무 근사한 사람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할 때 정말 멋있어요. 제가 걱정이 사실 잘 안 돼요. 자기가 자기 삶을 너무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믿음이 들어서 20살이 넘고부터는 자기에 대한 생각도 뚜렷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거를 밀어붙이는 추진력이나 끈기도 있고, 처음에 얘기할 때는 제가 '그거 너무 허황된 거 아니야?' 항상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걸 결국은 해내더라고 하는 걸 보면. 그래서 제가 생각한 그 훨씬 몇십 배 이상으로 내공이 있는 아이다라는 생각이 좀 들어서 요즘은 본인이 뭘 하는 거에 대해서 제가 크게 걱정은 잘 안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정말 그냥 잘 살 것 같다. 본인이 본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는 너무 잘해나갈 것 같다 이런 생각?

 

채원: 아들과 딸을 각각 한 단어로 정의해 보자면요?


소라: 지안이(아들)는 나무 같은 사람.


채원: 오... 저는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미지인데요? 왜요?


소라: 그냥 느낌이 그래요. 그냥 사람이 주는 느낌 자체가. 큰 외부의 어떤 그런 흔들림이 크지 않고 그냥 내면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냥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느낌이. 그리고 되게 뭔가 하고 싶은 건 많지만 안전한 걸 추구하는 성향 그런 것 때문에 크게 자기의 바운더리를 벗어나지는 않아 그래서 항상 그 자리에 그 땅에 뿌리를 되게 튼튼히 잘 박고 있는데 그 와중에 생각의 가지는 엄청나게 막 이렇게 뻗어 있어. 근데 그 가지 무수히 많은 뻗음도 사실은 되게 굵고 튼튼한 어떤 그런 큰 나무 몸통 둥지가 있으면서 그런 것들이 뻗쳐 있고 누군가한테 되게 바라봤을 때 그냥 되게 우직하고 또 때로는 되게 나무 그늘도 되어주는 어떤 쉼터도 되어주고 그런 느낌의 사람?


소라: 딸은 옛날에는 참 저런 쫑달새 같은 이런 생각 많이 했는데, 지금 문득  아들은 나무 같다는 말을 하면서 떠오른 것은 딸은 되게 강물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현재는 강물 중에서도 약간 산골짜기 계곡에서 막 굽이치는 산속에 있는 강물.


채원: 막 휘몰아치는 급류.. 뭐 이런 건가요? (웃음)

 

소라: 왜 그런 생각을 했냐면, 산에 산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그 강은 강줄기는 되게 변화가 많아요. 엄청 굽이칠 때도 있고 엄청 강한 물살로 내려갈 때도 있고, 어느 순간은 되게 넓게 퍼져서 되게 물살이 잔잔했다가도 어느 순간은 또 굉장히 빠른 유속으로 막 이렇게 가기도 하고. 그러니까... 잘 예측할 수는 없어. 이 강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근데 쉼 없이 계속 열심히 흘러. 어디론가를 계속 향해가고, 흘러가는 그 중간중간에 그 강물이 가는 것에 따라서 길을 만들기도 하고 기존에 있는 길을 변화시키기도 해요. 주변에 식물이든 동물이든 뭔가 머물고 있는데 물줄기가 되어 그런 존재들에게 또 되게 필요한 어떤 물을 제공해 주는 역할도 하면서도, 정착지가 어쨌든 이 강은 굉장히 열심히 세차게 자기가 해야 되는 그런 일들을 하며 막 가고 있고, 넓어졌다 좁아졌다 할 때도 있고 평탄할 때도 있고, 굉장히 가파를 때도 있고, 길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이 미만 들어진 길을 따라갈 때도 있고 그렇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넓은 바다와 만난다 그런 느낌이어서 우리 딸은 그런 강물 같은 사람이다라는 게 저의 생각이에요.

 

채원: 나무 같은 아들과 강물 같은 딸... 그렇다면 엄마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소라: 아무래도 우리 아이들이 너무 자기의 자리와 역할에서 너무 멋있게 자라고 있는 걸 봤을 때, 잘 컸다 느낄 때 뿌듯하죠, 엄마로서.

 
채원: 부모로서 이러한 모습이 되고 싶다 하는 것도 있을까요?


소라: 그냥 우리 아이들이 제가 없는 어떤 순간에 우리 엄마를 생각했을 때 우리 엄마는 그래도 참 너무 반듯하게 잘 살았고 내 엄마여서 너무 좋았다 이렇게 그리운 사람으로 떠올릴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저는 어릴 때부터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약간 저는 늘 엄마를 떠올렸을 때 창피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아빠나 지금의 엄마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지금 내가 떠올렸을 때 너무 그리운 사람. 그리고 내가 너무 힘들 때 생각나서 찾아가고 싶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내가 그런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러니까 그런 거 있잖아요. 어느 순간 불쑥 나 너무 엄마 엄마한테 가고 싶다. 막 삶의 어떤 순간에 문득 내가 너무 지치고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 반대로 또 너무 기쁘고 좋을 때도 생각나는 그런 사람이 엄마였으면 좋겠고 우리 엄마를 떠올리면 그냥 '우리 엄마 참 보고 싶다 그립다.' '그래도 우리 엄마를 생각할 때 그래도 참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많이 했어요.

 

채원: 그럼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현재의 엄마로서 소라님의 모습은 어떤 것 같아요?

 

소라: 무지하게 그런 사람이 (앞서 말한 되고 싶은 엄마)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러니까 사실 저는 제가 원하는 삶도 어떻게 보면 , 어떤 엄마이고 싶냐 와 동일했던 것 같아요. 그냥 굉장히 바르게 항상 살려고 하는 것도, 생각해 보면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싶네요.


채원: 어느덧 마지막 질문입니다. 소라님과 저와의 관계를 모녀가 아닌 다른 한 단어로 정리해 보자면?


소라: 가끔 장난스럽게 그런 생각할 때 있었어요. 전생이 있었더라면 내가 우리 딸의 딸이었을까 부모 같은 관계인가? (제가) 전생에 딸이었을 것 같은 관계. 힘들 키우면서 힘들고 버거운 순간도 많았는데 지금도 무슨 제가 바라는 거를 되게 못할 때도 많아요. (웃음) 저는 늘 제가 꿈꾸던 어떤 이상의 모녀 관계가 있거든요.
근데 우리 딸은 항상 그거를 거부하는 쪽이야. 지금의 성향이 예를 들면요. 예를 들면 저는 옛날부터 막 그런 거 있잖아요. 엄마와 딸이 항상 막 이렇게 똑같은 옷을 막 같이 입고 손 잡고 어디를 막 같이 다정하게 다니거나 도란도란 나란히 어딘가를 같이 가고 뭔가를 같이 보고 막 이렇게 같이 대화를 다정하게 나누고 항상 나는 그런 걸 꿈꿨어. 내가 그러질 못했기 때문에. 그런데 우리 딸은 그런 걸 되게 싫어해. (웃음) 우리 딸은 나한테 어떤 관계일까 이런 생각 되게 많이 하게 되는데 나의 되게 중요한 어떤 관계나 삶의 부분을 되게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삶이나 관계의 측면에서 뭔가를 자꾸 돌아 생각하게 하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뭔가 되게 나한테 비중 있고 귀중한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채원: 그래서 방금 말씀하신 그런 것을 한마디로 정리해 보면 전생의 역모녀 관계이다? (웃음)


소라: 그랬나?라는 생각을 가끔 하죠. (웃음)


(사이)

저는 사실 인터뷰를 한다고 했을 때 참 무슨 얘기를 뭘 어떻게 해야 되나.... 내가 뭐 그런 질문들에서 잘 대답할 수 있을까 뭐 이런 생각했어요. 제가 알다시피 생각이 뭔가 그렇게 많거나 깊은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그냥 잠깐씩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도 더 좀 나한테 되게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채원: 저희 무려 1시간 35분이나 단 한 번의 정적도 없이 이야기를 했어요.


소라: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고, 그냥 얘기를 하면서 되게 사실 딸하고 엄마의 대화가 이럴 수 있을까 이게 아무리 인터뷰라고 하지만 이런 마음으로 이렇게 진지하게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채원: (장난) 너무 학구적이었나요?


소라: 아니요. 저는 제가 임하는 제 마음도 그랬어요. 제가 지금 얘기하면서도 되게 정말 진지하게 내가 어떤 기자한테 답을 해도 이만큼 진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했고, 그리고 얘기하면서 되게 두서없기는 했지만 뭔가 진실은 했던 것 같아요, 아주 진솔하게 그래서 되게 좋았어요.

 

채원: (웃음) 성의 있는 답변에 감사드리며 그럼 오늘의 대화는 이만 마쳐볼까요?


소라: 넵!


채원/소라 : 고생하셨습니다~


 



오후 5시 40분, 해가 점점 저물어 갈 무렵 혜화동 한 카페에서 시작한 인터뷰는 해가 모두 저문 저녁 7시가 넘어 종료되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우연히도 두 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노래가 계속해서 흘러나왔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만큼이나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알차고 깊게 흘러간 인터뷰 시간이었다. 익히 알면서도 깊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사람, 얽힌 욕심을 열심히 풀어낸 그녀와 함께했던 지난 시간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2024년 3월 10일 일요일, 1시간 36분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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