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글의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사람들은 당신이 공무원이 아닐 때에만 공무원을 좋아한다'는 문장이 번뜩 뇌리를 스쳤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공시생 혹은 발령을 기다리는 예비 공무원이 있다면 미안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사람들은 공무원이 된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나라에 공무원을 시샘하는 사람은 있어도 공무원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일을 시작한 지 오늘로 4개월을 조금 넘겼다. 놀랍게도 그동안 나는 나를 아껴주는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일하느라 힘들지?'라는 위로를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일례로 나의 이모는 내가 어디어디 주민센터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말씀드리자 '공무원 일 편하고 좋지?'라 답하셨고 우리 아빠는 내가 집에 내려갈 때마다 '일 힘든 건 없지? 회사원보다 공무원이 일은 훨씬 편하다.'라는 말을 자동재생한다.
사람들은 정년이 보장되는 워라밸 꿀직장에 다니는 이들이 왜 동사무소에서 뚱한 표정으로 앉아있는지 모르겠다며 본인이 낸 세금을 아까워한다. 나는 왜 딱딱하고 불친절한(그러나 실상을 까보면 그저 민원인의 똥꼬를 빨아주지 않았을 뿐인 경우가 대부분인) 공무원이 많은지 그 이유를 알고있다. 공무원이 천 명의 민원인에게 친절하면 그 중 한 명이 공무원 칭찬 게시판에 글을 올려주고 다음 인사발령 때 그 공무원은 기피부서로 간다는 것이 공무원계의 정설이기 때문이다. 천 번을 친절한 당신, 친절공무원 수당(대충 일이만 원쯤)을 받고 만 명의 진상을 만나는 부서로 가게 되리라.
여기까지 읽고도 그래도 공무원이 사기업보다 낫다며 일침을 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공무원이 첫 사회생활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회사원이 공무원을 폄하하는 건 괜찮은데, 그 역은 천인공노할 짓이 되더라. '사람은 누구나 각자가 지고 있는 짐이 제일 무거운 법이다'라는 흔한 힐링 문구조차 공무원을 위해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젊은 애가 왜 이렇게 피해망상에 절어있냐고? 그건 아마 오늘 오후에 40대 남자 민원인에게 씨발년이라는 욕을 들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외모에 따라 범죄자인지 아닌지가 나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런 분위기를 풍기는 아저씨는 꼭 피해야한단다'라고 가르쳐주고 싶게끔 생긴, 조두순을 닮았던 그 아저씨에게 씨발년이라는 욕을 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푸는 것으로 하고 이번 글은 수미상관 기법에 따라 주제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공무원인 당신이 예쁨받을 수 있는 것은 공무원 시험을 합격한 직후, 딱 그때뿐이라는 걸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