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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솔 Sep 05. 2022

중경외시에 갈 수 있고 9급에 붙을 수 있는 공부법

 

 미리 밝히지만 어지간한 천재가 아닌 이상 이 공부법으로 의치한약수에 갈 수는 없다. 다만 중경외시의 정시 입결이 백분위 95~97선에 형성되어 있다는데, 후술할 방법은 '중경외시는 꼭 갈 수 있는 공부법', 즉 상위 3%~5%까지는 도달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공부법이라고 확신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공부를 하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었다. 부모님께 좋은 머리를 물려받아서? 딱히 불순한 의도를 갖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다 고졸이시다. (심지어 아버지는 대학 1학년 때 공부를 하기 싫다고 자퇴를 하신 전적이 있다.) 대치동 사교육의 수혜자라서? 나는 자라오며 사교육을 받은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가 받은 사교육에 들어간 돈은 내 또래의 평균에서 절반 수준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공부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공부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공부를 해야할 때도 안 했으니까 평온한 정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과 동의어다. 게으른 탓에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뽑아내려니 성적은 늘 중경외시선에 머물렀고 그래서 나는 입결이 더 높은 대학의 학생들이 얼마나 노력해서 그 대학에 들어갔을지, 그 노력을 마치 내 것인 양 체감할 수 있다.


 나는 9급 공무원 시험을 정확히 1년 2개월 동안 준비했고 국가직 9급 일반행정에는 떨어졌으나 지방직 9급 일반행정에는 중상위권으로 붙었다. 국가직이 지방직보다 더 경쟁률이 높고 특수직렬이 아닌 이상 국가직과 지방직 시험을 함께 응시하지 그렇지 않은 수험생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봤을 때, 국가직 합격자는 상위 1~2퍼센트, 지방직 합격자는 상위 3~5퍼센트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국가직엔 떨어지고 지방직에 붙은 내가 주장하는 '중경외시 공부법'은 더욱더 설득력을 얻는다고 볼 수 있겠다.


 각설하고. 지금부터 내가 객관식 시험을 볼 때마다 잊지 않고 되새기는 몇 가지 원칙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1) 기출, 기출하는 이유


 내가 생각하는 객관식 시험의 핵심은 '시험에 자주 나오는 부분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왜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야 하는지는 본인이 시험 출제자가 되었다고 한번만 생각을 해보면 답이 나온다. 합격자들이 입이 닳도록 기출문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단 하나, '출제위원들은 기출문제를 참고해서 문제를 내기 때문'이다. 


 당신이 공무원 시험의 출제자가 되었다고 가정하자. 합격선은 90점, 평균은 60점 정도로 맞추는 게 목표라 친다면, 20문제 중 18문제는 열심히 공부한 사람은 맞출 수 있는 문제로 내야할 것이고 2문제는 그날 운이 좋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 맞출 수 있는 문제로 내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중에서 당신이 '열심히 공부하면 맞출 수 있는' 18문제를 만들기 위해 봐야할 자료는 무엇일까?


(1) 최근 10개년 기출문제

(2) 최근 학계에서 새롭게 논의되고 있는 쟁점, 시험 한 달 전 새롭게 나온 판결문, 석사 과정은 되어야 접해보는 고난도의 논문


 제2의 전한길의 난을 일으키고 싶은 게 아니라면 모두들 1번을 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90점을 맞고 싶은 수험생이 자주 들여다봐야 할 문제집은 무엇일까?


(1) 최근 10개년 기출문제

(2) 기본서

(3) 요약노트


 수학의 정석 집합 부분만 새까맣게 닳아있던 과거의 착오를 되풀이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2번과 3번에 시간을 투자하면 된다. (요즘 교육과정 개정되어서 집합이 뒤에 갔다던데 아무튼 라떼는 그랬다.) 나는 영어를 제외하고는 동형 문제집도 풀어보지 않았다.



(2) 암기를 암기라고 생각하지 마라


 나는 최근에 암기를 싫어하는 7N년대생 두 분을 만난 일이 있다. 한 분은 당신이 직접 말하길 학교 내신은 좋았는데 암기가 싫어 학력고사를 못 본 탓에 지방대에 입학하셨고, 국내 최고의 명문 사학을 나온 또 다른 분도 암기가 딱 질색이라고 하셨다.


 물론 두 분이 말씀하신 암기가 동일한 깊이와 범위의 암기를 뜻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위의 사례에서 내가 얻은 통찰이 하나 있다면, 암기와 공부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며 중요한 건 암기를 대하는 자세라는 것이다. 우영우 같은 천재는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물어보지 말아달라. 그건 차은우를 보며 '나는 너무 못생겼어'라고 한탄하는 일에 가깝다.


 세상에 암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성적은 개중에서 '나는 암기를 싫어하니까 이해 위주의 과목만 해야지'라며 덜컥 포기해버리는 쪽과  '암기는 싫지만 별 수 있나. 시험을 보려면 외워야지'라며 외워질 때까지 보는 쪽으로 갈린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암기를 싫어하는 사람'으로 못박아버리면 암기를 더더욱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암기를 '하지 않았을' 뿐인데 암기를 못한다고 단정지으면 암기과목 성적이 잘 나올 리가 없으니 더더욱 암기를 꺼리게 된다.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나도 외우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자주 보다보면 외워지겠지'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했고 이왕 공부해야 하는 거 암기를 해야한다는 의식 자체를 지워버리려 노력했다. 그래도 외우는 데에 문제가 없었으니까 이러고 있는(?) 게 아닐까. 제발 한 번 보고 안 외워졌다고 슬퍼하지 말자. 외워질 때까지 봐라. 이 과정에서 백지복습이나 두문자 암기법, 소리내어 읽기 등등 여러 방법을 활용하면 금상첨화다. 암기해야 한다고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부터 당신의 뇌는 그 과목에 진 상태로 시작하는 거다.



(3) 문제풀이에 최대한 빨리 돌입한다


 당신이 김민호의 「행정법」이 아닌 박준철의 「2023 써니행정법 총론 세트」를 구매한 이유는 행정법 '문제를 풀기 위함'이다.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행정법은 당신의 도구이지 수단이 아니다. 객관식 시험은 수험자가 공부한 지식을 활용해 문제를 얼마나 잘 풀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시험이다. 지식을 쌓는 데에 집착하지 말고 문제를 잘 푸는 것을 우선으로 하라.


 나는 인강을 들은 직후엔 내가 방금 전 공부한 범위가 시험에선 어떻게 출제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문제집을 훑어보았고 이것으로 복습을 대체했다.



(4) 틀린 문제는 '더 잘 외울 수 있는 기회'다


 충격과 함께 온 지식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모 영어 강사님의 말씀을 인용하자면 우리가 'F**K은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외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시험장에서 틀린 것도 아닌데 맞출 수 있던 문제를 틀렸다고 자책하지 말고, '내가 이 문제를 틀린 만큼 이 내용들은 더 잘 외울 수 있겠다'고 마음을 바꿔먹어보자.




 글을 마무리하며 다시금 언급하지만 이 공부법은 의치한약수 공부법이 아니고 그저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받으며 공부를 하기 위한, 가성비가 괜찮은 공부법일 뿐이다. 여기에 절대적인 공부시간을 몇 배로 늘리고 어려운 문제는 풀릴 때까지 몇십 분을 붙잡고 있는 끈기가 더해져야 최상위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벌지 못하니까 눈치보이고 초라해지고, SNS  친구들의 모습과 비교를 하게 되고, 건강도  좋아지고, 등등등. 수험생을 괴롭히는 외적인 요인은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나는 객관식 시험을 준비하는 당신이 공부에 몰입해있을 때만이라도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다.


 동기 부여는 유효기간이 짧다. 나는 그보다 '공부를 그냥 하면 되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본인만의 방법을 찾아내는 게 다른 수험생들보다 훨씬 더 경쟁력을 얻는 길이라고 본다. 이 글이 그 경쟁력을 키우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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