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인사이동
'정말 가는거요?'
우편담당 쏠로 남 주무관이 욕지우체국을 떠났다.
시끄럽지 않고 조용한 아주 소박한 시간들이였다는 소감과 함께 미련없이 뭍으로 나갔다.
2년전 처음 발령 받아 와서는 한달 근무 일수 반은 아파 병가를 내었던 주무관이다.
다크그레이 낮 빛은 주변이들의 한걱정을 삿다.
마음이 힘드니 몸이 견딜수 있었겠는가?
이제 아주 잘 적응하고 있구나 생각 할 쯤 또다른 곳으로 발령이다.
직장은 마음 편히 놓을수 없는 긴장의 연속 터널이다.
주무관 자리를 대신할 새 주무관이 발령 받아왔다.
여성이다.
욕지우체국 직원모두는 쏠로다.
쏠로나라 홍일점 나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는 순간 인가보다.
그래도 여전히 법적 쏠로우체국 명명은 그대로 지키고 있다.
유학파에 유창한 영어 실력을 견비한 최강 쏠로다.이 섬에서 필요한 수단일까?라는 금기를 깨버린다.
우체국프론트 앞 각기 자기네 나라로 꽁꽁싸서 보내는 짐 보따리들이 아주 편하게 접수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 섬에서 받는 특혜 같은 일이다. 우체국이 환하다. 웃음꽃이 핀다. 보내는 사람도 접수받는 신입주무관도 보는 주무관들도 아주 신기한 장면들이다.
그래서 여자를 꽃이라 말하나 보다.
아침이면 우체국안은 쏠로남들의 향기로 가득하다.
소 밥주다 출근하니 짚냄새 가득~
향토밭에서 묻혀온 흙 발자욱도 ~
이른아침 잡혀온 생선들이 풍기는 비린냄새까지~
이제 더이상 이런 일상이 아니다.
코끝을 찡하게 스치는 섬유 유연제 향기~
이건 분명 남자향수인데~
말이 없던 쏠로 주무관은 또 어떻구......저렇게 잘 웃고 말이 많아었나?
잘 웃고 말이 많던 나만 말 수가 없다.질투인가 견제인가.이 나이에 왠 질투......
그저 웃을 일이다.
신입 여성주무관을 보려고 한참 우체국 문이 바쁘다.
''와 시집을 못갔노?"
몇살이지 어디 사는지 부모는 살아 계시고?
무수한 질문과 반복에 스스히 그 밝던 낮 빛이 점차 다크그레이 색으로 우체국 벽면을
칠하고 있지 않는가.
아침도 먹지 않고 출근한 속인데 불편해서 점심도 굶어야하는 지경까지 왔다.
저럴땐 그저 그냥 가만 두어야한다.
5년전 신입 입사한 내 모습은 어떻구.
우편 배달외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먹고 싶지도 않은 내 속마음을 아무도 알리가 없다.
선배 집배님은 이집 저집 가는곳 마다 밥먹고 차마시고 얘기 다 들어주고, 그뒤를 쫓아 다니느라
저녁이면 내일 태양이 떠는 것이 두렵고 오늘을 잘 보낸 긴 한숨만이 위로였다.
지금은 당연하고 아주 재미있고 편한 나의 일상이다.
해보지 않은 일에 내 주장이 강하면 오히려 정신과 육신이 불편하고 긴장하여 상대마저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물흐르듯이 맏기라는 옛말이 생겨 났는지도 모른다.
우체국 퇴근후 사이버대학 문창과 열공중이다.
'시 '전공 교수님 동영상을 듣고 있노라면 근무하고 있는 직장 나의 일상들을 양끝 업로드 시키는
마치 정신적 훈련소 같다.
현대시 문학평론가이신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라는 시에서
'마음속에 쌓인 기억이 없고 사물들 속에도 쌓아둔 시간이 없으니
우리는 날마다 세상을 처음 사는 사람들처럼 살아간다.
오직 앞이 있을 뿐 뒤가 없다.
인간은 재물만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저축한다.
그날의 기억밖에 없는 삶은
그날 벌어 그날 먹는 삶보다 더 슬프다.'
레트로, 처음 접한 것도 나에게 예전 것도 적절히 얹어 봄도 아주 좋을 듯하다.
'시'전공 교수님이 주신 인생 교육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