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아르바이트생인지 정식 직원인지 주인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지난번 방문 때와는 다른 친구란 건 안다. 왜냐하면 지난번 직원은 좀 냉랭한 분위기를 풍기는 젊은 아가씨였는데 오늘 마주한 그녀는 아주 친절하게 웃으면서 내게 미소로 말을 건넸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작은 읍 단위 소도시로 맘스터치 매장이 시내에 하나 있다. 가끔 나의 귀요미들이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할 때 주로 이용하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방문하게 되었다.
과외 수업을 마치고 나와보니 우리 집에서 나지 않는 낯선 냄새가 거실 가득이다. 녀석들이 나란히 상 펴고 둘러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큰 아이가 이번 학기 마지막 영재 수업을 마치고 햄버거를 받아와서는 그것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었다. 문제는 인당 하나씩 받아왔으니 동생은 옆에서 감튀를 먹고 혼자서만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우쭈도 먹어보라고 말했어?"
"엄마, 난, 괜찮아~~"
동생이 먼저 답한다.
"혼자 먹으면 우쭈도 먹고 싶잖아~~"
"배고파요~~"
그래 오늘 평소와 달리 아침을 안 먹고 갔으니 배가 고프기도 하겠지. 그래도 옆에 동생에게 먹어보란 소린 했어야지.. 엄마 입장에선 아쉬운 맘이 들었다. 제 딴엔 감자튀김을 나눠줬으니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콩 한쪽이라도 나눠먹길 바라는 건 엄마의과한 바람일까. 왠지 정이 없어 보였다. 내 아이에게서 그려 본 그림은 아니었다. 낯설었다.
그래서 작은 아이가 먹을 햄버거를 사러 맘스터치 매장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서 매장 직원에게 살짝 물었다.
"여기도 전화 주문되나요?"
"네~"
"그럼 전화번호 좀 적어 주세요~"
하고 영수증 쪽지를 건넸다.
그녀는 친절하게 적어주었다.
난 모르는 게 많은 아줌마이고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려는 애쓰는 아줌마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배달앱은 깔지 않았다. 우린 웬만하면 직접 방문 포장을 선호한다.그리 긴 시간도 아니니 잠깐 기다릴 만하다. 근데 오늘처럼 시간에 쫓기는 때가 되니 일분이라도 길게 느껴졌다. 그래서 멍청한(?) 질문을 해보았다.
기다리다 보니 우리 것인 거 같은 햄버거를 포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햄버거를 옆에 두고 일회용 포크를 냅킨으로 싸고 있었다.
"우린 이런 거는 안 줘도 돼요~"
"아, 네~"
포크를 빼고 햄버거 봉지를 건네받았는데 그녀가 말을 건다.
"이거 하나 드릴까요?"
그녀가 건넨 것은 메뉴 전단지였다!
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그녀에게 눈을 맞추었다.
그녀도 미소로 답했다.
요즘 어딜 가도 로봇처럼 영혼 없이 손님을 응대하는 것이 보통이다. 오늘처럼 친절한 응대를 받으니 오히려 낯설다. 낯선 응대가 내 가슴을 밝혔다. 모르는 이에게서 짧지만 따스한 마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