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분 좋은 인사

by 날마다 하루살이
안녕하세요 선생님 ○○입니다.
건강하셨죠? 수능 응원 선물 감사합니다.
수능 끝나고 더 일찍 감사 인사를 했어야 했는데
여러 가지로 생각할 게 많다 보니
지금에서 감사 인사를 하네요...
다행히 최저도 맞췄고
대학 발표만 기다리고 있어요.
선생님의 응원과 가르침 덕분에 여기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문제집과 파일은 책상 정리하던 중에 선생님과 공부하던 자료도 있고, 풀려고 샀다가 풀지 못했던 문제집이 있어서 버리는 것보다 선생님께 드리면 더 좋게 쓰일 것 같아서 동생 통해서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그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아이는 너무도 긴장한 모습이었다. 수학이 어려워 겁 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세 명이그룹으로 수학 수업을 함께 받았는데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1:1 수업만 진행하는 날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그 당시 고1 2학기 기말고사를 앞둔 시점이었으니, 배워야 할 내용은 산더미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은 시기였다.


몇 가지 확인만 해보더라도 저마다의 속도를 감지할 수 있다. 이 아이는 속도를 늦춰야 하는 아이였다. 그동안 문제를 이해하고 풀었다기보다 외워서 풀었다고 했다. 그 노력의 시간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도와주고 싶었다. 한 걸음씩 같이 걸어갔다. 이런 아이들은 중학교 과정부터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한 시간 수업 시간이 너무 짧았다. 다음 시간까지 숙지하고 오지 못했다. 다시 복습이다. 수없이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학습량이 그만큼 따라와 주질 못했다. 늘 부족하고 모자랐다. 성적이 오르지 않으니 동력이 생기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러다가 고3이 된 그 아이는 1학기를 마치고 수학을 놓아버렸다. 최저점수를 맞출 거 같은 다른 과목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했다. 붙잡고 설득할 수 없었다. 얼마나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겠는가. 내가 더 혼란을 줄 수는 없었다. 어쩌면 그 결정이 옳다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아이에게서 이쁜 마음을 전달받았다. 자 한 자 정성이 들어있는 글씨는 읽기도 전에 감동으로 다가왔다. 나와 함께 보았던 학습 자료와 새로운 문제집까지 챙겨서 동생 편에 보내주었다. 그 마음 씀씀이가 전달되니 뭉클해졌다.

숙제 잘 못 해오고, 수업 시간 자꾸 미루고, 어렵게 잡힌 시간이 또 미뤄지고, 때론 아파서 못 오고, 와서도 졸기만 하던 기억도 모두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그저 이쁘게 전달된 마음만이 내겐 남게 되었다.


언제나 맘 속으로 응원하리라.

네가 내게 준 이 감동도 잊지 않으리..









keyword
작가의 이전글첫눈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