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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교육한다고 될까

아이들 스스로에게 맡기고 싶다

by 날마다 하루살이

"우쭈야, 엄마 11시부터 과외니까 이거 두 쪽만 풀고 싶을 때 풀어~"

그냥 "풀어~!"가 아니라

"풀고 싶을 때 풀어~"라고 말했다.


간단한 지시를 하면서도 녀석의 상태를 살핀다. 여느 엄마들처럼 직접 강요를 하지 않는 난 좋게 말할 때 아이들이 들어주길 바라고, 만일 아이들 상태가 그렇지 못할 땐 강요하지 않고 내 맘을 접는 연습을 해왔다. 수없이 연습을 해도 포기되지 않는 것이 자식 문제인가 보다. 난 오늘 오전 또다시 도전이다! 다행히 녀석이 흔쾌히 받아준다.


"좋아~! 두 쪽이면 금방 하지~~~"


이렇게 가끔이라도 받아주는 작은 아이가 고맙다.


내가 과외 선생 노릇을 하다 보니 남들은 다들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 마트에서 오래전 과외했던 아이의 어머님을 만났을 때였다.


"선생님, 애들이 다 공부 잘하죠?

선생님이 알려주시니 얼마나 잘하겠어요."


보통 내가 하는 일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내가 집에서 잘 짜여진 스케줄 따라 아이들을 가르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거의 터치하지 않는다. (참고로 우리 아이들은 어떤 학원도 보내고 있지 않다. 스스로 학습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큰아이는 워낙 간섭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일찌감치 포기해 버렸다. 말 한마디라도 얹을라치면

"제가 알아서 할게요!"가 바로 튀어나오는 성격도 한 몫했고, 지금까지 상태로는 혼자서도 잘 해내고 있음에 안심하는 면도 없지 않다. 내가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이끌고 온 결과가 아님을 안다.


작은 아이는 옆집 친구가 같이 공부하자고 해서 내가 그 아이 수업을 하는 동안 따로 "혼자서" 거실에서 공부를 한다. 공부라고 해봐야 겨우 한 두 페이지 풀고 학교 영어 숙제로 단어 몇 번씩 쓰는 정도이다. 하지만 늘 꼬박 그 시간을 공부로 채우는 것도 아니고 피곤한 날 하기 싫은 날이 거의 반이다. 그런 날엔 억지로 하라고 강요하기보다 다음을 기약하고 아이가 맘 편히 쉴 수 있도록해준다. 공부에 대해 싫은 기억, 좋지 않은 이미지를 새겨주지 말자는 원칙에서이다. 지금 어린 나이에 중요한 것은 공부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지 않게 해주는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서양 속담에 말을 우물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이진 못한다고 했다. 적절한 표현이다. 억지로 하는 것은 부작용만 키울 뿐이라 생각하고 기다려주고 있다. 기분 좋게 공부하는 날 문제를 풀어내는 속도와 정확성을 알고 있기에 내 아이를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런 날이 많지 않아 문제이지만..ㅠ) 아직은 초등3학년이니 가능한 일일 지도 모르겠다. 큰 아이와 달리 적당한(?) 지시를 따라주니 고맙기도 한 부분이다. 이 또한 두 아이의 성향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교육이.. 생활 습관이 옆에서 들려오는 입력치에 그대로 반응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만일 그게 가능하다면 하루에 몇 백 번이라도 지시하고 강요하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코딩에서 입력치를 넣으면 그대로 결과물을 뽑아내듯이 내 아이가 내가 입력하는 대로 결과물을 뽑아낼까는 모르는 일이다. 내가 똑같이 대하고 보살펴온 두 녀석도 생각과 행동에 많은 차이를 보인다. 교육과 훈육이 스스로의 각성 없이는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음을 안다. 본인 스스로의 판단만이 본인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타고남"이 아닐까 한다. 사람은 생겨먹은 대로 살기 마련이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그 욕심 채우려 노력하며 살고 욕심이 없는 사람은 그 나름의 범위 안에서 만족하고 살면 될 것이다. 모두가 뛰어날 수는 없지 않은가. 나의 아이들도 본인들의 자유 의지대로 행동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잘 감당해 주길 바란다.


단지 내가.. 엄마인 내가 내 맘 속에 비교하는 마음이 생겨서 그것을 결핍으로 여기게 되는 우를 범하여, 지금의 생각의 틀을 흐트러뜨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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