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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모든 처음

너와 함께

by 날마다 하루살이


학교에서 온 안내 문자 하나를 보고 또 보았다.

아니 들여다 보고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라고 인식하고 나서야 핸드폰 화면을 닫았다.


왠지 벅찬 가슴.

내 맘 속에 일렁이는 이 기분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렵게 널 만났고 네가 아니면 몰랐을, 세상 가장 벅차고 감격스러운 순간들을 너와 함께 했다.


아장아장.

쫑알쫑알.

반짝반짝.


네가 알아가는 세상의 징검다리가 되어주고 싶었다. 낯선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랐고 나를 통해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선입견이 없이 자연스럽게 세상과 만나기를 바랐다. 욕심이겠지만 널 만나는 사람들마다 널 특별하게 봐주길 바랐고. 네가 힘들 때 내게 와 안기기를 바랐다. 언제나 널 든든하게 지켜주고 싶었다. 나의 바람과 함께 너는 자랐고 이제 넌 서서히 엄마 품에서 벗어나는 날갯짓을 시작했다.


유치원 졸업하던 날에도 그리 눈물이 흐르더니 이 또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오늘은 졸업식 당일도 아니건만...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별 다를 것이 없을 내일이건만

돌아오는 새해 1월 8일은 왠지 그냥 다가오고 지나가는 수많은 하루일 것만 같진 않다.


주책이다.

내가 유난히 주책인 걸까.

세상 모든 엄마들이 주책일 것이다.

물론 우리 엄마도 그러셨으리라...


엄마는 내 졸업식이면 언제나 한복을 입고 학교에 오셨다. 지금 생각하니 특별한 날을 위한 특별한 마음가짐이었구나 싶다. 그땐 몰랐었다. 그 빠알간 두루마기 속에 담긴 뜨거운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내가 엄마가 된 지금 엄마의 마음을 감히 헤아려 본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너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끈기를 갖고 바라봐 줄 것이다. 너의 선택을 믿어줄 것이고 언제나 웃는 얼굴로 너를 대하리라 다짐해 본다. 대신 너는 힘들 때 돌아와 쉬어주길 바란다. 말이 없는 네가 혼자서 너무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끙끙거리는 너를 바라볼 때 네 마음이 느껴져 힘들더구나. 마음이 아픈 일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잘 견디어 더 단단해지는 네가 되길 기도하겠다.


네가 내게 주었던 세상의 모든 처음은 정말 경이롭고 행복했다.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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