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힘든 말

오늘의 대화 5

by 날마다 하루살이

중1 녀석이 학교에서 가는 수련회 준비로 부산하다. 작년 6학년 수학여행 때 크게 데었던 기억으로 짐 챙기는 것을 돕지 않기로 굳게 맘먹었다.


그때 내가 사부작사부작 하나씩 챙겨 두고 있으니

"그걸 왜 엄마가 챙겨요~!"

라는 민망한 소리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알림장에 선생님의 권고 사항(스스로 짐을 챙기도록 하라는)을 보게 되어 그 말의 속뜻이 무엇인지 헤아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조금 더 친절하고 다정하게 말하는 품성이 아닌 녀석의 대뜸 내뱉은 말은 날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번엔 절대! 절대! 건들지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아직 꺼내어 놓지 않은 반팔, 반바지며,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수건 같은 것은 찾아주고 싶었다. 날씨가 갑자기 급변하여 여름옷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짐 안 챙겨?"

"이따 할게요"

를 수회 반복하고 밤늦은 시간 샤워까지 마치고 슬슬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행히 가끔 거드는 나의 태도에 크게 불만이 없어 보여 옆에서 약간의 참견을 하고 있었다.


"칫솔은 이거랑 치약은 이거 어때?"

"좋아요~"

"비누는 이거"

"샤워실에 비누가 있겠지만 그래도 가져가 봐야겠죠?"

이 정도 받아주는 녀석이 이뻐 보였다.

워낙 참견을 싫어하는 타고난 유전자의 소유자라 언제나 조심스럽다.


"로션은 내일 아침 세수하고 잊지 말기로 하고,

그럼 선크림은?"

"그거는 여자 애들이 챙겨 올 테니까 필요하면 빌려 쓸게요~"


뭣이라?

네가?

그런 주. 변. 머. 리가 있다구???


내가 모르는 너의 모습 알아가는 것이 흥미롭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