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신경 안정제

오늘의 대화 8

by 날마다 하루살이

공포의 주말이다.

이번 주가 공포감이 배가 되는 이유는 2차 고사(기말고사)가 열흘도 남지 않은 시점 탓이다.

녀석은 며칠 수행평가 준비로 밤늦게 잠을 잤다며 금요일 저녁에는 일찍 잘 거라며 공부할 계획이 없다고 말(? 통보)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나 덧보탤 말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지난밤을 보낸 토요일 오전 엄마는 신경이 곤두섰다.

괜히 작은 녀석에게 숙제를 종용한다.


"우쭈야, 운동하고 영어 쓰기 다 하기~! 알았지?"


정작은 큰 녀석에게 하고 싶은 말이지만 괜히 기분 망쳐서 하루를 또 엉망으로 보낼 순 없기에 작은 녀석에게 화살을 돌려 본다.


편안한 목소리가 아님은 작은 녀석에게 미안함을 극대화시켰다.

그래도 큰 녀석을 책상 앞으로 유도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오전 시간을 손바닥 세상과 어울려 그냥 흘려보내더니 겨우겨우 책을 편 시각은 오후 12시가 넘었다!

그래, 지금부터라도 한다면 다행이지~

녀석이 책만 펴면 내 마음은 가라앉는다.

이틈에 다그쳤던 작은 아이에게 미안함을 전해본다.


오후 2시간짜리 수업을 마치고 나와보니 녀석이 책을 덮었다.

벌써?

그래, 쉬기도 해야지~^^ (체념?)


"우쭈야, 내가 엄마한테 뭐라고 말할 거 같아?"

우쭈는 아무 생각이 없고 엄마는 알아차렸다!

눈치 빠른 윤정 씨.

"짜파게티? 오케이?"

"네~!"

"엄마, 저도요~~"


녀석들이 냠냠거리는 사이에 은근슬쩍 속마음을 투하해 본다.


"우쭈야.. 엄마는 형아가 책을 펴면 진정돼~"

그러자 큰 녀석이 덧붙인다.

"엄마, 그거 불안증세예요~"

"그래, 그러니까 엄마한테 신경 안정제 가끔 투여해 줘야 해"


짜파게티 나눠 먹이고 녀석이 언제 다시 책을 펼지만 기다리는 엄마가 되었다.

이놈의 신세.. 쩝~!


오후 시간이 자꾸만 흘러가는데 녀석은 운동한답시고 이것저것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유연성 훈련도 하고 스쾃도 하고 프랭크도 하고..

녀석이 늘 하는 루틴대로 수행한다.

아. 주. 천. 천. 히~~~~


'아이고 요놈아 운동하듯이 공부를 하면 얼마나 좋겠니'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고 대견해야 하는데 답답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주객이 전도된 느낌.


기다리다 지친 엄마의 불안증은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 엄마 신경 안정제 투여해 줄 거야?"

"네~"

"오늘 안으로는 투여 가능한겨?"

"네~"


남편과 나는 늦은 점심을 먹은 아이들을 두고 먼저 이른 저녁을 먹었다.

그때까지도 녀석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그러다 녀석이 책을 집어 들었다!

(오후 6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오~ 이제 시작인 거야?

좋아~ 너의 선택 믿어줄게!


"근데 공부방으로 들어가는 게 어때?"

"아니에요~"


거실에서 하는 게 더 좋다는 녀석을 억지로 들여보낼 순 없다.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잠시 후..

진짜 잠시 후..

녀석이 책을 편지 한 10분도 안 되는 그 시각!


녀석이 먼저 말을 건다.

"엄마~"

"응? 왜?"

혹시 모르는 게 있어 유능한 수학쌤의 설명이 필요한 일인 줄 알고 어찌나 기쁘던지.

그런데 녀석 입에서는 원치 않았던 말이 흘러나왔다.


"엄마, 애들이..."


'애들'이란 단어!

내가 안 좋아하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절대 흥분하지 말자고 다독인다.

일단 들어보자!


"엄마, 애들이 6:10에 같이 저녁 먹고 40분에 헤어지자는데, 나갔다 와도 돼요? 늦어도 7시까지는 올게요~!"


이걸 거절하면 난 죽는다.

그동안 참아 왔던 것이 물거품 되고 말 거야.

받아줘야 한다. 받아줘라.


"그래? 그럼 엄마 안정제는 투여해 주는 거 맞아?"

"네~"

"엄마 안정제 과다 투여해도 되는데.. "

"알았어요~"

"오늘은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야미 마라탕요~"

"그려.. 잘 다녀와~"


녀석은 그 길로 쏜살 같이 나갔고.

지금은 7시가 넘은 시각인데 소식이 없다.


나, 오늘 진정제 투여받을 수 있을까.

흥분제 잘못 투여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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