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미안해

오늘의 대화 9

by 날마다 하루살이

보통 아이들이 집을 나서는 등교 시간에 난 문 앞에 서서 인사를 한다.

중1이 된 이후 큰 아이와는 짧고 간결하게!

하지만 쪼꼬미 4학년 작은 아이와는 이별도 애절하다.

꼬옥 안아주고 가방을 메어 주고

신발 신고 현관을 나서면 빠이와 함께


"잘 댕겨와~" - "네~"

"사랑해~" - "저두요~"

손하트~~~ 손머리 하트~~

계단을 걸어가는 뒤통수에 대고 마지막으로

"허리 펴고 걷기~!!" - "네~ 알고 있어요"


매일 같은 의식에도 서로 지치지 않는다.


오늘은 타이밍도 절묘하게 나의 뱃속 상태가 꿀렁인다.


"우쭈야, 오늘은 엄마가 화장실이 급해서 빠이 못해주겠네~"

"괜찮아요~"

"나갈 때 엄마한테 인사하고 나가~~"

"네~~"


화장실에 들어서 변기에 앉자마자


"댕겨오겠습니다~~~"

가 들려온다.

엄마가 잘 들을 수 있게 목소리를 높였다.

나도 따라 목소리를 높여 답한다.


"그려~~ 우쭈야, 사랑해~~~"

"저두요~~~"

"근데 요즘 엄마가 공부 얘기 많이 해서 미안해~~~"

"아니에요. 공부 얘기해도 돼요~~~"

"그려, 잘 댕겨와~~~"

"네~~~"


공부.. 그놈의 공부가 뭐라고 내새끼에게 자꾸만 원치 않는 말을 하게 된 것이 맘 아팠다.

녀석이 고맙게 받아줘서 눈가가 촉촉해졌다.


미안한 마음.. 그것은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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