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대로

by 날마다 하루살이
녀석은 지금 중1 성장기를 지나고있습니다


공포의 주말이 지나가고 있는 이 시각은 일요일 오후 5:25이다.

내일부터 기말고사가 예정되어 있는 녀석은 며칠 전부터 저녁 시간을 '스터디 카페'라는 내겐 다소 생소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11시가 조금 넘는 시간에 귀가를 했다. 한 사나흘 정도 되었나 보다.


녀석이 그곳에서 얼마나 집중력을 갖고, 어느 정도의 분량을 공부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단지 조금이라도 책을 펴고는 있겠지 싶어 안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안심..이 과정에도 노력이 필요했다)


난 가끔 한 가지만 물어볼 뿐이다.


"○○, 오늘 목표량은 다 끝내고 온 거야?"

"네~!"

"그럼 됐다~!!"


본인이 계획한 양이 충족되었다면 그냥 믿어주기로 했다. 그냥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마음을 일부러 들볶지 않기로 '결심'했다. 조건을 달지 않고 무조건 믿기로 '작정'했다. 아니 '선택'했다. 내 마음의 상태를 내가 선택한 것이다. (결정, 결심, 작정...이런 단어가 이런 상황에서 그것도 내가 사용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살아왔다)


며칠 목표량을 채우더니 오늘 일요일은 여유(?)가 생겼나 보다. 하루 종일 뒹굴거리며 폰과 함께 낭만을 즐겼다. 황금같은 일요일이 그렇게 지나갔다. 친구 2명이 오전, 오후 나와 수업을 2시간씩 하고 돌아갔지만 녀석은 책 한 번 펴 보지 않았다. 내일이 바로 시험 첫날인데...조바심 나려는 마음을 난 붙잡아야 했다. 이 또한 선택이다. 감정을 최대한 숨기고 또 묻는다.


"○○, 오늘은 스터디 카페 안 갈 거야?"

"갈 거예요. 이따 5시에 애들이랑 만나기로 했어요~"

"그래? 그럼 저녁을 아예 먹고 나가는 게 어때?"

"모여서 맘스터치 가기로 했어요~"

"그럼 얼른 준비해~ 5시 다 되어 간다."

"괜찮아요. 애들 어차피 노래방 간대요~"

"그럼, 너는?"

"한쪽에서 폰으로 영어 할 거 하면 돼요"


이건 또 무신 소린가~~~~!!!

노래방 한쪽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휴우~ 한숨이 나오지만 녀석의 결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난 알고 있다. 녀석의 마음과 다른 결정을 했을 때 녀석의 반응을 익히 난 알고 있다.


{오전부터 열심히 공부한 친구들은 노래방 가서 잠시 스트레스 풀기도 해야겠지만 너는 하루 종일 폰만 봤는데 너까지 노래방을 꼭 같이 가야겠어?}


라고 쏟아내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녀석은 알아서 할 것이다.

믿기로 다짐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오늘은 친절하게도 그동안 공부한 양과 오늘 계획을 나에게 설명까지 해주지 않았나. 대충 한 번씩은 다 보았고 마무리 정리만 하면 된다는 거 같으니 믿!어!보!자!

그러지 않음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 될 수도 있으니...


녀석은 학기 초에 사두고 몇 번 펴보지도 않던 영어 문제집 2권을 추가로 챙기더니 발걸음도 가볍게 집을 나섰다. 미리미리 하지 않는다고 못마땅한 핀잔을 내보였지만 이상하게 평소와 달리 편하게 받아들인다. 녀석도 변하고 있었다.


녀석이 흥얼거리는 콧소리가 좋다. 시험 기간이라고 찌들어 긴장하는 모습이 없는 것은 그냥 자신감이라고 믿고 싶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시험..

컨디션 조절해야 한다며..

설마....

오늘...

일찍 자야 한다고..

평소보다 일찍 들어오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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