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대화 14
중1 큰 아이가 저녁 9시가 넘도록 소식이 없다.
보통은 8시 넘으면 들어왔었는데 웬일일까.
당연히 전화를 걸어보았다.
어라?
폰이 꺼져있습니다?
무슨 일이지?
이런 적은 없었는데...
밤이 늦어지니 걱정이 앞섰다.
어찌 그리 나쁜 생각은 순식간에 온몸을 감싸는지...
예전에 혹시나 하여 알아두었던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친구의 폰너머로 신호음이 들린다.
안 받으면 어쩌지?
같이 안 있다고 하면 어쩌지?
잠깐 사이에 지나가는 무수한 생각들을 잠재우고 상대가 반응을 보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상하다..○○이 목소리가 아닌데?
"○○이 핸드폰 아니니?"
"○○이 잠시만요~~"
"여보세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다행이다.
"♤♤이랑 혹시 같이 있니?♤♤이 폰이 꺼져있어서.."
"아, ♤♤이 조금 전에 갔어요~"
"아, 그래. 알았어~~~"
아무 일 없음이 확인되자 다짜고짜 용건만 말한 것이 미안해졌다.
야참을 기다리고 있는 남편을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콩국수를 준비하는데 문제의 녀석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 콩국수 할 건데 너도 먹을래?"
"아니요~"
어쩜 이리도 말이 없을까..
더 말을 섞고 싶으면 쓸데없는(?) 질문을 해야 한다.
"오늘 저녁은 뭐 먹었어?"
"국수나무에서 면 먹었어요~"
'면'이라... 우동인지 잔치국순지, 비빔국순지...
참으로 간략하고도 불친절한 답이다.
녀석이 원래 이렇게 생겨먹었다.
원래도 그런 녀석이지만 요즘은 더 필요한 말만 하니 난 애가 탄다.
남편에게 콩국수를 차려주고 녀석의 친구에게 문자를 했다.
녀석의 친구에게서 다정함이 느껴졌다.
우리 집 녀석도 친구 엄마에겐 이렇게 말해줄까?
한 번은 두 번이 되고
두 번은 세 번이 되겠지.
이제 대화 상대가 한 명 더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