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 선택의 이유

오늘의 대화 15

by 날마다 하루살이

오늘은 대학 병원 가는 날이다.

굳이 "대학 병원"이라 함은 우리가 사는 작은 도시를 떠나 큰 도시로 가야 함을 뜻한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운전을 할 수 있는 아빠는 일 나가야 하니 우리는 기차를 타고 간다.

기차를 타고 역에 내리면 또 다른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병원까지 다녀와야 한다.

며칠 전부터 기차표를 예매해 두고 과외 스케줄도 미리 조정해 두었다.

진료시간, 기차 시간, 길거리에 보내는 시간...

여러 짜임을 잘 맞추어서 머릿속을 정리한다.

가끔 있는 일이지만 참 번거롭다.

이럴 때면 왜 운전을 미리 배워두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선택지에서 오는 즐거움으로 대신한다.


병원 가는 날.

달리 표현하면 녀석과 단둘이 기차여행하는 날이다.

집안에서만 생활하다가 기차만 타도 설렌다.

녀석도 즐거워 보인다.

오늘 외출의 목적이 "병원"이란 곳임에도 일단 새로운 경험으로 들뜨는 것은 녀석의 몸상태가 좋아지는 신호를 읽고부터이다.


"우쭈야, 대전에 비가 많이 오면 택시 타고 가고,

비가 많이 안 오면 버스 타고 가자~"

"좋아~"


다행인지 대전역에 내렸을 때 날씨가 맑다.

혹시나 하여 들고 온 우산이 짐이 되었다.


버스를 타고 병원까지 가는 건 처음이어서 정류장 체크부터 해야 했다.

하나, 둘.. 두 번째 정류장에서 우리가 탈 버스의 번호가 보였다.

615번!


현대화된 시스템에 놀란 것은 대학 때 이후 처음 탄 지난 병원 방문 때였다.

정류장마다 버스 대기시간까지 안내되고 있었다.

26분, 19분, 14분~

우리 버스는 운 좋게도 진입중이다!

-정류장 진입 중-

"엄마, 정류장 진입 중이래~"


발전하는 세상은 날 더 낯설게 감쌌다.

버스는 예전에 내가 타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내부는 넓어졌고 승차역도 안내 방송 외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되었다.

승차요금도 현금으로는 아예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구도 볼 수 있었다.

승강장 높이에 맞춘 버스높이도 인상적이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저상형 버스'인가 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버스 내부가 한산(?)하다는 것이고 그 구성원의 평균 연령이 꽤나 높아져 있다는 것이었다.

암튼 세월을 지나 마주한 도시의 풍경에 눈이 번쩍, 머릿속이 꽉 찬다.


녀석은 새로운 문화 경험에 들뜬 것 같다.

"우쭈야, 여기 자리 있다! 앉아~"

"아니야, 엄마. 난 서서 갈 거야."

"왜~~ 자리도 남는데.."

"엄마, 서서 가야 더 재밌지~~~"


아하~! 녀석의 노림수는 따로 있었구나.

병원 다녀오는 길이 마음이 고된 길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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