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다. 토요일은 6학년 큰 아이가 학교에서 별도의 발명영재 수업을 받는 날이다. 일어나기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5,6 학년쯤 되니까 제 시간은 제가 알아서 관리하기 시작한다. 그런 변화도 초보 엄마에겐 마냥 기특한 일이었다.
6학년이 되어 가장 신기한 건 녀석이 꼬박꼬박 아침을 챙겨 먹고 등교하는 일이었다. 늘 같은 메뉴지만 매번 다른 걸 권해도 카레를 찾으니 끊이지 않고 냉장고를 채워두게 되었다. 아침을 먹고 등교하니 마음이 든든했다. 토요일에도 마찬가지로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수업을 들으러 간다.
발명영재 수업에 참여하는 시간은 9시부터 12:45까지 인데 5학년 때는 김밥이나 햄버거, 또는 빵 같은 것으로 간단히 끼니가 될 만한 것들을 나눠주기도 했었다. 그래서 집에서 따로 점심을 먹지 않는 날도 있었다. 올해엔 교육청 지원금이 줄었는지 간단한 간식(과자)정도 먹고 오는 모양이었다. 집에 오면 점심을 챙겨줘야한다.
먹을 것을 준비해 두고 기다리지만 어느 때부터 라면 먹는 것이 토요일 점심의 루틴이 되었다. 어느 날엔 신라면, 어느 날엔 짜파구리, 어느 날엔 까르보 불닭 볶음면! 간단히 점심을 해결할 수 있으니 엄마 입장에선 수월하기도 하다. 가끔은 직접 끓여 먹기도 한다. 삶은 계란이나 후라이를 추가해서 차려주면 마음 한 구석 위로도 된다.
오늘도 뭘 먹을지 물어보니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선택하셨다. 간단히 후라이 하나랑 밥 조금 하고 곁들여 먹을 수 있게 차려주고 거실에 살짝 누웠다.
'아~~ 오늘도 이미 두 끼는 해결 됐구나! 저녁만 신경 쓰면 끝이넹~'ㅎ
살다 보니 하루 세끼 꼬박꼬박 차려 먹는 일보다 중요한 일이 없다는 걸 알았다. 하루종일 머릿속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지루하지 않게 돌려가며 몇 가지 메뉴를 배정하는 일도 일이라면 일이다! (그런 면에서 세상의 모든 주부들께 경의를 표하고 싶다)
오후 스케줄 생각하면서 남은 일정 정리하고 잠시 쉬는데 눈이 스르륵 감기려 한다. 폰을 옆에 내려두고 한숨 쪽잠의 유혹에 빠져든다. 한 1~2분 지났을까 나의 달콤한 꿀잠을 깨우는 소리가 들린다. 불닭볶음면을 먹던 녀석이다.
"엄마, 갑자기 먹고 싶은 게 있어요~!"
눈이 번쩍 띄었다! 녀석이 무언가 먹고 싶다고 입 밖으로 내뱉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말을 들으면 무슨 비상사태라도 맞이하듯이 내 몸은 반응한다.
"그래? 뭐가 먹고 싶어?"
순간 벌떡 일어났다!
""딸기 요플레요~!"
"그래? 그럼 엄마가 당장 사 올게~~"
달콤한 쪽잠은 이미 날아가고 난 어느새 시장 보는 가방을 챙겨서 신발을 신고 있다. 거의 반사적이다. 마트에 갈 일이 있었는데 비가 오는 관계로 조금만 조금만 미루고 있었는데 녀석의 한마디에 즉각 반응한 것이다.
자식이 이런 것인가 보다.
뭐든 내어주고 싶은 존재.
원하는 것을 채워주고 싶은 존재.
내 안락 따윈 그 앞에 던져버려도 되는 존재.
비가 내리고 있어서 나오기 귀찮았는데 빗길마저도 괜찮아졌다. 내 새끼가 먹고 싶은 게 있단다.
마트에서 나와 집으로 걸어오는데,
"엄마~~~"하고 부른다.
녀석이 창가에 서서 날 보고 있었다.
한 손엔 시장가방, 다른 손엔 우산을 들고 어떻게 반응을 해줄까 하다가 우산을 높이 던져 버리고 그 손으로 빠이를 신나게 한 후 다시 우산을 받아 들었다. 못 봤을까 봐 다시 한번 더!
붕~~~ 빠이~! 착~!
녀석과의 이 짧은 인사가 왠지 행복하다.
녀석이 자라면서 (워낙 말수가 적은 녀석이기도 하지만) 녀석과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게 이렇게 큰 기쁨이 되고 있었다.
"엄마~~"라고 이쁘게 불러줘서 고마워~
이렇게 자주 불러주면 엄만 너무 좋을 거 같아.
아빠가 너의 별명을 아기 때 지어주었었는데,
여전히 넌 엄마 눈에 반짝반짝 빛나는구나..
엄마 아빠의 영원한 샤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