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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Sep 21. 2024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

도대체 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한 거니

(녀석은 지금 한창 귀여운 초3)


아침에 눈 뜨자마자 머리부터 매만진다.

평소엔 보지도 않던 거울도 보고.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는 심장이 쪼그라든다.

히잉~

'갑자기 왜 그래~~~

분명히 어제는 잠깐 고민하다가 유쾌하게

넘어가줬잖아아아~~~

그래서 엄마가 얼마나 고마워했었는데~~~'


말은 못 하고 눈에서 눈물이 곧 쏟아질 거 같다.

귀엽단 말을 수천번 해줘도 소용없는 일이다.

녀석은 뭔가 이상한 것을 익히 알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월요일 아침!

막상 그 머리를 해가지고 등교할 생각을 하니 썩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엄마 앞머리가 너무 없잖아~~~"


그러게 나 말이다!


돌이킬 수 없으니 즐겨라~라고 감히 말할 수 .

미안해 죽을 거 .


초등학교 3학년!

6학년 형아 머리를 감히 손댈 순 없고 널 선택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물론 본인이 흔쾌히 허락하기도 했었지만 만약 실패하더라도 기분 좋게 넘어가줄 것 같은 낙천적인 성격 때문이기도 했었는데, 이렇게 불편한 표정을 내어 보이니 엄마 맘도 편치 않구나.

히잉~


어찌어찌 등교시키고 네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오전 시간이 꽤나 길구나. 학교에서 짓궂은 아이들이 혹시 놀리진 않았을지... 그런 반응에 또 눈물이라도 글썽인 건 아닐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오전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하교시간~!!

엄마는 일부러 학교 앞으로 마중 나갔다. 미안한 맘도 표현할 겸... 걱정과 달리 아주 신이 나서 친구들과 뛰어나온다~!!!

오케이~ 일단 한 시름 놓고 , 녀석이 못 보게 노란 구조물 뒤에 숨었다가 깜짝 놀라게 해주는 유치한 장난을 쳐본다. 유치하지만 유쾌한 장난~!

"에잇~!"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웃는다~


"엄마, 친구들이 보자마자 다 알아보던데?"

목소리가 명쾌한 걸로 봐서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은 듯하다. 후후~~

"그래? 다 귀엽다고 하지?"

"아니! 군대 갔다 왔냐고 하던데?"

ㅋㅋㅋ

"그랬구나.. 몇 년 뒤에 군대 갈 거라고 하지"


녀석이 웃는다.

내 맘도 환해진다.

난 아무래도 사랑에 빠진 게 틀림없다!


[엄마 눈에 콩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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