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석 명절이다. 나는 읍단위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결혼 후에도 여기서 계속 살고 있다. 친구들은 도시로 결혼해 나가서 살고 있으니, 난 명절이면 친정에 들르는 친구들을 볼 수 있는 행운이 있다.
시댁은 대전이어서 우린 명절엔 대도시로 나가는 역귀성(?)을 하는 셈이다. 명절마다 시간을 꼭 내서 만나려는 친구가 A이다. 내가 시댁에서 돌아오고 (친정)가족들과 잠깐 작은 집에 인사드리고 저녁 시간이되면 그 친구를 가끔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 때가 있다. 올해 추석에 친구집 사정으로 나와 시간이 잘 맞지 않게 되어서 어제 잠깐 통화로 그리움을 달래고 끊었다.
추석날 아침 차례를 모시고 부랴부랴 집으로 왔다. 문앞에 잠긴문을 따던 큰 아이가 뭔가 건네준다.
"엄마, 이런게 문 앞에 있던데요?"
건네 주는 걸 받아보니 작은 쇼핑백에 화장품 세트가 들어 있었다. 아~~~ 이건 또 누가 두고 간 것일까. 얼마전에도 따끈하게 금방 쪄낸 옥수수를 말없이 두고 간 사람을 알지 못해 답답했었는데(나중에 그 주인공이 과외 학생 엄마였다는 사실을 한참 지나 알게 되었다.) 이번엔 누굴까...
쇼핑백에 넣은 선물이니 작은 메모도 있을거야...하고서 열어 봤는데 쪽지도 없다..
아휴~ 이번에는 간단한 문자라도 와 있을까...하고서 폰을 뒤적여 봤다.
그랬더니 한창 차례 준비로 바쁜 오전 시간에 톡이 이미 와있었다. 친구 A였다!!
윤정아~ 우린 대전으로 출발해 너의 집에 화장품 작은거 하나 문앞에 놓고갈께 쌕가방에 넣고 왔드만 모서리가 약간 찌그러졌음 ㅋㅋ
어제 잠깐 통화했을 때도 아무말 없었는데...
아침부터 시댁 큰 형님댁에 가야한댔는데...
우리 집까지 들러서 선물을 놓고 가다니!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더구나 내가 요즘 기미 때문에 고민이라 얘기했던 것을 기억하고 준비한 선물이라 생각하니 더욱 고마운 마음이 증폭되었다.
난 따로 준비한 선물도 없는데...
미안한 맘, 고마운 맘이 뒤범벅되었다.
시댁만 다녀오면 마음의 여유가 없다. 정신없이 삼시세끼 식사 스케줄만 생각해도 가족이 많으니 먹고 치우느라 2박 3일이 어찌 지나는지 모른다. 군대아닌 군대를 다녀와 나의 휴식 공간으로 들어오니 이렇게 날 따뜻하게 맞아주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구나.
친구의 마음을 받아들고 마음이 환해진다. 내가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인데 내친구 A에게서는 그런 부담감이 없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