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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볼레 Jun 29. 2021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글쓰기 개론(11)

사건(事件)과 상황(狀況)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구분짓던 게 바로 상황과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구성의 3요소를 인물과 사건 그리고 배경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인물과 상황 그리고 배경이라 이야기했기 때문이죠. 상황과 사건은 명확하게 다르다고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상황과 사건은 무엇이 다른 걸까요? 우선 사건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사건(事件), 일(事)과 물건(件)


사건이라는 단어는 일과 물건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을 조금 더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사(事)라는 글자는 점쟁이가 점을 칠 때 쓰는 막대기를 통 속에 놓고, 세워서 손에 들고 있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입니다. 도구를 정해진 위치에 세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는 데서 일이라는 뜻을 지녔다고 합니다. 건(件)은 어떤가요? 소(牛) 인간(人)이 합친 글자로, 사람이나 소처럼 셀 수 있다는 뜻을 말합니다. 즉 사건이라는 것은 셀 수 있는 것, 판단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그것은 이미 일어난 일이라는 뜻입니다. 즉 사건은 과거형으로, 이미 지나간 일을 판단하는 형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사건 25시>나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시사 고발 다큐를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 이미 일어나서 평가를 받아야하는 일. 그것이 바로 사건입니다.


상황(狀況), 형상 상(狀)과 하물며 황(況)


형상 상(狀)은 가늘고 긴 침대 모양을 세로로 본 뜬 글자입니다. 나뭇조각 장(爿)이라는 글자죠. 여기에 개(犬)를 붙여 날씬한 개의 모습을 나타냈으나 나중에는 넓은 의미로 사물의 모습, 형편을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지는 것이 바로 하물며 황(況)입니다. 형(兄)이라는 글자와 물(水)자가 합쳐진 글자로, 수량이 전보다 많아 보이는 상태라는데서 파생된 글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보다 많아 보인다는 점입니다. 물의 수량이 달라졌다는 것. 그것은 변화를 뜻합니다. 마무리 된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 즉 사건이 일단락되고 마무리 된 성질을 지니고 있다면 상황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것. 아직 진행중인 것을 뜻합니다.


이야기는 사건이 아니라 상황을 다룬다.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하여 이야기는 사건이 아니라 상황을 다루게 됩니다. 몇몇 특수한 상황으로 플래시 백과 플래시 포워드와 같은 스토리텔링 기법이 있습니다만 그 예시는 차후에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모든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 지금 이 순간 마무리 되지 않은 것.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순간 상황은 사건이 되어버린다. 정도로 마무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12)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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