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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토리 Sep 04. 2019

[우리집] 가족이 세상에 전부였던 그때의 나에게-

성장의 길에 함께해준 또 다른 가족들을 떠올리며

가족이 온 세상의 전부였기에 쓸쓸했던 그 시절을 함께보낸 동네 친구들이 기억났다. 이름도 얼굴도 흐린 잔상으로만 남아있지만, 가족에 대한 쓸쓸함과 서운함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한바탕 뛰놀며 지워지곤 했다.


성인이 된 후 형성된 다양한 관계 속에서 가족은 항상 후순위로 밀려나기 일수다. 지금은 온 가족 모두가 서로를 '집을 쉐어하는 하우스 메이트'라고 소개할 정도이니, 가족이라는 세상은 이미 사라져버린 허상같달까.


윤가은 감독의 브런치 연재 글을 읽고 가서 그런지 하나와 유미, 유진의 땀방울에 담긴 사연들이 떠올라 괜시히 웃음이 났다.



온 세상의 전부인 '가족'

영화 <우리집>의 아이들에게 '가족'은 온 세상의 전부이자 반드시 지켜야 할 공동체이다. 그래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족이 채워줄 수 없는 그 쓸쓸함의 자리를 위해 이들이 보여주는 연대와 격 없는 순수함은 우리로 하여금 왠지 모를 울컥함을 자꾸만 불러온다. 하나가 그토록 소망했던 가족 식사와 여행의 공백은 또 다른 가족인 유미와 유진 자매로 채워진다. 그리고 그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하나는 "내가 지킬거야 우리집도 너네집도"라고 결심한다.     

  


가족을 바라보는 딸의 시선

식구(食口)의 의미가 흐릿해지는 현실에서 가족을 지키고 싶었던 하나가 외친 “우리 같이 밥 먹자”는 건조해진 가족 간 유대를 회복하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다. 일과 가정을 모두 책임져야만 하는 엄마의 고된 하루를 제대로 알아주는 이는 하나뿐이다. 사회생활로 인한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 그로인한 짜증과 분노는 가장 가까이에 자리잡은 가족에게 전가된다. <우리집> 속 하나의 부모는 하나에게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하지는 않지만, 가족들 모두의 눈치를 보며 하나가 조용히 읊조리는 "우리 같이 밥먹자"는 말은 이미 지쳐버린 가족들을 보듬고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임을 보여준다. 그런 하나의 노력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삶에 지친 하나의 가족들과 이들을 밥상 앞에 불러오기 위한 하나의 꾸준한 노력은 가족을 회복하고 싶은 하나의 순수함과 진심을 보여준다.



그때의 '나'를 통해 받은 작은 위로

유미, 유진과의 여행 후 집으로 돌아온 유미는 다시 가족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진짜 여행을 준비하자고 말한다. 이는 가족여행으로, 유미의 밥상만으로 이미 와해된 가족을 뭉쳐놓을 수 없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혈연가족만이 온 세상의 전부였던 하나가 이 세상을 넘어 성장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어느새 성인이 되어 잊고있던 그때의 나를 반추한다. 혈연가족이 온 세상의 전부였던 어린 내가, 그 쓸쓸함과 외로움을 견뎌낸 내가, 그리고 그 성장의 길에 함께 해준 또 다른 순수한 가족들을 상기시키며 지금의 '나'에게 작은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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