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길에 함께해준 또 다른 가족들을 떠올리며
가족이 온 세상의 전부였기에 쓸쓸했던 그 시절을 함께보낸 동네 친구들이 기억났다. 이름도 얼굴도 흐린 잔상으로만 남아있지만, 가족에 대한 쓸쓸함과 서운함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한바탕 뛰놀며 지워지곤 했다.
성인이 된 후 형성된 다양한 관계 속에서 가족은 항상 후순위로 밀려나기 일수다. 지금은 온 가족 모두가 서로를 '집을 쉐어하는 하우스 메이트'라고 소개할 정도이니, 가족이라는 세상은 이미 사라져버린 허상같달까.
온 세상의 전부인 '가족'
영화 <우리집>의 아이들에게 '가족'은 온 세상의 전부이자 반드시 지켜야 할 공동체이다. 그래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족이 채워줄 수 없는 그 쓸쓸함의 자리를 위해 이들이 보여주는 연대와 격 없는 순수함은 우리로 하여금 왠지 모를 울컥함을 자꾸만 불러온다. 하나가 그토록 소망했던 가족 식사와 여행의 공백은 또 다른 가족인 유미와 유진 자매로 채워진다. 그리고 그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하나는 "내가 지킬거야 우리집도 너네집도"라고 결심한다.
가족을 바라보는 딸의 시선
식구(食口)의 의미가 흐릿해지는 현실에서 가족을 지키고 싶었던 하나가 외친 “우리 같이 밥 먹자”는 건조해진 가족 간 유대를 회복하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다. 일과 가정을 모두 책임져야만 하는 엄마의 고된 하루를 제대로 알아주는 이는 하나뿐이다. 사회생활로 인한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 그로인한 짜증과 분노는 가장 가까이에 자리잡은 가족에게 전가된다. <우리집> 속 하나의 부모는 하나에게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하지는 않지만, 가족들 모두의 눈치를 보며 하나가 조용히 읊조리는 "우리 같이 밥먹자"는 말은 이미 지쳐버린 가족들을 보듬고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임을 보여준다. 그런 하나의 노력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삶에 지친 하나의 가족들과 이들을 밥상 앞에 불러오기 위한 하나의 꾸준한 노력은 가족을 회복하고 싶은 하나의 순수함과 진심을 보여준다.
그때의 '나'를 통해 받은 작은 위로
유미, 유진과의 여행 후 집으로 돌아온 유미는 다시 가족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진짜 여행을 준비하자고 말한다. 이는 가족여행으로, 유미의 밥상만으로 이미 와해된 가족을 뭉쳐놓을 수 없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혈연가족만이 온 세상의 전부였던 하나가 이 세상을 넘어 성장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어느새 성인이 되어 잊고있던 그때의 나를 반추한다. 혈연가족이 온 세상의 전부였던 어린 내가, 그 쓸쓸함과 외로움을 견뎌낸 내가, 그리고 그 성장의 길에 함께 해준 또 다른 순수한 가족들을 상기시키며 지금의 '나'에게 작은 위로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