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방향이 항상 현재를 향해있는 친구가 있다. 뒤 돌아보지않고, 이미 일어난 일을 과감히 인정하고, 그저 흘러가듯 아쉬움과 후회라는 감정 또한 떠나보내는 그런 친구.
몸의 방향이 항상 과거를 향해있는 내가 있다. 현재에 덩그러니 놓인 나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과거라는 연결고리는 내가 절대 놓을 수 없는 동아줄 같은 것이다. 동시에 그 동아줄은 후회와 아쉬움으로 나를 꽁꽁 묶는 거대한 억압이기도 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텐데.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선택을 했을텐데."
나비효과는 몸의 방향을 과거로 두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현재를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현재를 살라고 전하며, 내가 나를 정의하고 바라보는 것에 꼭 지난한 과거들을 가져올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과거를 추억하고 상기한 채 연결된 끈들을 꼭 쥐지 않아도 '나'는 이미 그 토대 위에 세워지고 구성된다. 에반은 과거의 추억을 불태우고 과거의 선택들을 흘려보낸 후 비로소 몸의 방향을 현재로 틀 수 있었다. 현재의 시점에서 나에게 주어진 것들, 내가 선택해온 것들 속에서 더 나은 선택들을 고민할 때 우리는 미래를 향해갈 수 있다.
사랑에 대한 기억도 비슷하지 않을까. 사랑받았던 기억, 상처주었던 기억, 배타적인 관계 속에서 주고받은 기억들을 온전히 지워내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남은 흔들이 그저 하나의 상처일뿐임을 인정하는 것. 언젠가 그 상처에 새 살이 돋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 과거로 돌아가 어떠한 사건과 후회와 상처들을 되돌린다고 해도, 그 이후의 시간들은 다시금 우리를 또 후회하게 만들고, 상처를 주고, 아프게 할 것이다.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선택이란 결국 속이 보이지 않는 랜덤박스 하나를 고르는 것에 불과하다.” 지난 선택을 후회하지말자. 우리는 결국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미궁 속에서 살고 있을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