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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토리 Sep 17. 2023

[깊어서 고요한] 모녀, 그 깊고도 고요한 관계


모든 이들의 인생과업이 아닐까.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를 이겨내고, 현재를 사는 것. 

가족이라는 이름의 타인들이 내 삶이 미친 영향을 이해하고, 용서하며, 극복하는 것.

   

<깊어서 고요한>은 어렸을 적 엄마가 겪은 성폭력의 여파가 평생에 걸쳐 엄마와 감독에게 걸쳐온 영향을 두 두 사람의 대화로 고요하게 풀어낸다. 그 대화들은 두 사람이 경험했을 풍파와 역동적인 감정의 깊이들을 아주 고요하고 담담하게 담아낸다. 


나는 아직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본 적이 없기에 사실 모든 모녀의 이야기는 먼저 딸의 시선에서 시작되지만, 모순적으로 우리는 또한 모두 누군가의 딸이기에 다시 엄마의 삶의 여정들을 엄마의 시선에서 다시 고민하게 되는 필연적인 주체들이 아닐까. 


여성학은 그러한 여정을 따라가야 할 필요성을, '딸'이라는 나의 위치에서 한 걸음 벗어나 한 명의 '사람'으로서 엄마의 삶을 조망하는 방법들을 고민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들을 제공했다. 나 역시 성인이 된 이후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엄마를 증오하고 또 동시에 사랑하며 부던히 엄마의 삶의 여정과 선택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해왔다. 따라서 이 고요한 10분짜리 영상에 깊이 감춰진 수많은 분노와 눈물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지할 수 있었고, 모녀라는 그 깊고도 고요한 관계를 다시 고민할 수 있었다. 

 

상처는 지울 수 없고, 과거에 일어난 일은 없었던 것으로 되돌릴 수 없지만. 그 상처가 영원히 '아픈 것'이 될 이유도 없고, 시간은 언제나 흘러간다. 현재 그리고 미래를 향해 엄마와 나의 과거를 항해해야만 하는 또는 그 항해를 이미 시작 중인 모든 딸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16회여성인권영화제 #깊어서 고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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