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주요 이슈 중 하나라 그런지, 모녀를 담아낸 영화들에 자꾸만 눈이 간다. <부치아저씨>는 <깊고도 고요한>과는 다른 분위기로 모녀관계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퀴어로 살아가는 감독과 이를 명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딸의 정체성 그 자체를 인정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낸 자전적 다큐멘터리이다.
나는 늘 엄마의 삶을 한 편의 영상이나 글로써 담아내고 싶다는 종종 했었는데, 이 영화의 주체는 엄마가 아닌 감독 자신이고 감독의 서사에 엄마의 시선과 목소리를 삽입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나 역시 엄마의 삶을 담아냄으로써 '내가' 경험하고 바라본 엄마의 삶을 담아내고 싶었는지도.
가족이라는 타인으로서 우리는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가족'이기에 가족에게만큼은 온전히 이해받는 존재가 되고싶다는 욕심을 모두가 품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기대가 때때로 큰 갈등을 만들고, 상처를 만드는 기묘한 관계.
그러나 "서로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는 시놉시스처럼 영화를 보는내내 두 사람의 투닥거림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사랑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자기가 누구고 원하는게 뭔지 정확히 아는 아이구나 싶었지.
넌 한번도 그걸 잃은 적이 없어."
"사랑해 엄마"
#16여성인권영화제 #부치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