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산남동 청주교육청옆에 있는 [**칼국수] 식당은 내가 16년 동안 자주 가는 집입니다. 일주일에 두서너번 정도는 출입을 하고 외지의 손님 대접을 할 때에도 아주 귀한 특식인양 모시고 가는 식당이지요. 한갓 칼국수인가, 하시다가 드셔보시곤 만족하시는 경우가 되기도 하는 곳이지요. 근데 제가 모시고 갈 땐 손님의 기호음식 성향은 파악하고 갑니다.
덩치가 크고 먹성이 남다르니 항상 식탐에 대한 나의 관심은 유별납니다. 그 유별난 만큼의 안목과 미식가적인 맛의 분별력도 유별나지만 까다롭지는 않지요. 몸무게 108 KG을 유지하려니 당연히 먹는 것에 관심이 많지요. 삶의 재미 중 맛의 비중이 삶의 묘미 3할대 이상으로 상당합니다.~~~
우선 면발이 부드럽고 뭔가 안정감을 주는 육수의 포근한 맛이 좋지요. 유년에 질리도록 먹었던 어머님의 손칼국수처럼 정겨움이 듬뿍 묻어나는 맛이라서 자주 가는 이유도 있지만 주인의 넉넉한 맞춤형 서비스도 한몫하지요. 제가 한 덩치 하다 보니 섭취의 양도 남보다 많은데 카운터에 주인아주머니는 내가 그릇을 다 비울 쯤엔 어느새 옆에 와서 [면을 더드릴 까요, 밥을 더 드릴까요] 하고 물었지요. 때로는 질보다 양을 선호할 때가 있다 보니 그런 주인의 맞춤형 인정과 넉넉한 서비스적인 경영술도 한몫했고요~~~ 그렇다고 비용을 추가하지도 않았으니 국수맛, 계산맛이 좋답니다. 지금은 인기식당이 되다 보니 주차난이 심각하긴 합니다. 그래도 맛에 이끌려갑니다.
유년시절 밥보다 밀가루가 주식이었고 어떨 땐 한 달 동안 밀가루로 만든 손칼국수와 수제비가 전부였던 때도 있었을 정도로 먹었어요. 질릴 만도 한데 입에 잘 맞다 보니 자연히 칼국수는 커서도 즐겨 찾는 음식이 되고 말았지요. 어머니가 바쁠 때에 제가 칼국수 반죽을 홍두깨로 밀기도 했으니까요. 이제 그 어머님의 칼국수맛을 제가 재현해서 딸들에게 끓여주고 싶기도 합니다. 제 뚝딱이 요리솜씨도 있고 하니 분명 생기 넘치는 맛은 자신하지요. 먹방 방송도 나가고 싶답니다. 저 딸들이 인정하는 손맛 있는 남자랍니다. [**칼국수]를 먹을 때마다 국물조차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먹으니 자연히 요리를 하시는 주방장님도 제 것의 국수를 끓일 때마다 곱빼기로 퍼 담아줍니다. 그래도 값을 더 받질 않으니 단골이 되는 거지요. 늘 공깃밥 값을 추가로 받는 다른 식당보다 자주 갈 수밖에요. 손님의 마음을 꽉 채워주는 주인과 주방장의 그 마음에 [맛]까지 더하니 식당은 항상 만원이고 시끌벅적합니다. 그 많은 손님들의 마음을 채워주는 넉넉함도 은근한 감동이더랍니다.
약간의 점심시간이 지나고 혼자 갈 때에는 칼국수 한 그릇에 맥주도 한병 시킵니다. 제가 원래 술의 양은 젬병이어도 반주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생산적인 애주가입니다. 그리고 그런 한가한 시간에 제 칼국수를 곱빼기로 끓여주는 주방장님이 고맙고 감사해서 맥주를 똑같이 나누어 두 잔을 만들고 한잔은 내 반주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한잔은 주방으로 들여보내 술을 좋아하시는 주방장님에게 보내 드리지요. 손맛 좋은 주방장님이 맥주 애호가이신걸 제가 알거든요. 그런 장면을 보는 주인님도 표정 좋게 웃으시니 칼국수의 맛이 꿀맛이고 행복이지요. 제게는 그곳이 행복한 밥상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서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에 상관없이 존재를 존중해 줄 때의 그 행복 분량이 서로에게 넘치더랍니다.
마음을 조금만 더 쓰고 배려를 하다 보면 더 개운한 사랑의 관계들이 되는 거지요. 세상은 분명 주는 것 이상으로 되돌아오는 것이지요.
마음이 열린 식당주인의 인품도 좋고 주방장의 그 맛을 존중해 맛있게 먹어주는 나도 좋고 잘 먹어주는 고객에게 사랑까지 그릇에 넘치도록 퍼 담아주는 주방장도 좋더랍니다. 저는 그 식당에 가면 황제대접을 받는 기분입니다. 제가 모시고 가는 손님들도 항상 마음 넘치는 대접을 받지요. 그러다 보니 그 손님들도 단골이 되고...... 우리는 서로 그렇게 [돼]로 퍼주고는 [말]로 받는 중입니다. 칼국수를 사이에 놓고서는........^^
저는 이렇게 먹는 것에 치중해서 삽니다. 부끄럽게도요. 그래서 덩치도 산처럼 된 거랍니다. 물론 인정맛도 유독 좋아합니다. 청주엔 이런 인정이 많답니다. 제가 요즈음 그렇게 음식맛과 밀가루 등으로 살찐 부분도 많지만 이런 인정맛에 찐살도 많답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인정으로 찐 살들이라 쉽게 빠지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속성으로 빠지는 것보다 오랫동안 안정적인 살 빠짐을 선호합니다. 걷고 또 걷고 하다 보면 제가 원하는 살이 빠질 겁니다. 오늘장마와 태풍이 엄습하여 온통 비로 얼룩지는 날입니다. 맛 좋은 칼국수로 인정살 좀 찌렵니다. 저녁에 비 맞으며 걷기를 하면 더 빠지겠지요. ㅎㅎ
어느새 깊어가는 가을 쌀쌀함이 옷깃을 스칠 때 칼국수에 막걸리 반잔 하시는 것도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