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이음'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랜 시간 가면성 우울증과 공황장애, 불면증으로 고생을 조금 한 서른 살, 평범한 여자 사람입니다.
제가 우울증이 우려 된다는 말을 고등학교 보건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그때 걱정 어린 보건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그렇게 그때 보건 선생님께서 상담 센터를 연계해주셔서 피로했던 여러 상담 과정을 거친 후 알게 됐어요. 저는 꿈에도 몰랐잖아요. 원학 웃음이 많은 편이고 큰 일엔 무덤덤한 편이라 제가 우울증이 있을 거라고는 정말 몰랐어요. 지금도 믿기 어려워요. (지금은 상담 치료도 꾸준히 잘 받았고 저에게 맞는 방법들을 많이 찾아서 약물치료 없이 잘 지내요.)
그냥, 학창 시절에 사람으로 힘든 일이 있긴 했어요. 작은 책상 한 칸에 엎드린 3년이라는 시간들. 그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때가 늘 저를 발목 잡았거든요. 그래도 그땐 그렇게 참고 견디고 스스로를 방치하는 것이 최선이었어요. 그렇게 스스로를 방치한 시간들에 대해 용서를 구하며 드디어 서른이 되어서야 평화를 많이 찾았습니다. 그때 타인을 미워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겠죠? 뒤돌아 생각해보면 저는 저를 미워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많이 힘들었긴 하지만 이제는 그랬던 저를 미워하거나 내몰지 않아요. (사실 학창 시절 그때보다 아빠가 떠난 일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아픔이어서 그런지 그렇게 덮어진 것 같아요.)
이런저런 일 덕분에 사람을 조금 무서워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사람을 좋아하고, 아끼며, 혼자 남은 그들을 묵묵히 응원하고 도와주고 싶어요. 그래서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서 '잇다'라는 의미를 가진 '이음'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소담스럽게도 30살 봄, 제 인생이 많은 것들이 변했어요. 제가 가진 아픔으로 인해 비혼을 추구했지만, 끈질긴 남편의 구애 덕(?)에 6년 연애 끝에 꽃 피는 계절 봄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사랑스러운 작은 생명체 말티푸 율무(반려견)를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남편과 율무와 함께 살아가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들, 제가 변해가는 과정들, 혼자 고뇌하던 시간들, 제가 깨달았던 그 많은 것들, 아빠가 갑작스럽게 긴 여행을 떠나시고 남겨진 딸에 대한 심정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이제는 과거도 생각도 감정도 날 것 그대로 담아낼 수 있을 만큼 편안해져서 이렇게 글로 남겨봅니다.
그리고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말할 수 없었던 길고 긴 혼자만의 시간들을 겪어봤기에 그런 시간을 걷는 누군가에게 자그마한 위로라도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