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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Nov 28. 2021

결혼

인생에 없었던 결혼, 내가 결혼이라니!

- 결 혼 -

[명사]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서약하는 의식



나에게 꿈도 로망도 없었던 결혼, 간혹 '아빠 같은 남자 만나서 사랑받으며 살아야지'라는 생각 정도는 했으나, 구체적인 이상형과 결혼에 대한 로망과 가치관, 현실적인 계획은 단 하나도 없었다.


현생에서 나에겐 결혼이란, 무겁게만 느껴지는 의식이었다. 내가 그 많은 타이틀을 달고 책임감 있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겪지 않았던 문을 굳이 열어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나라는 한 사람의 삶, 그리고 그냥 내 인생이 끝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6년이란 시간을 함께하면서 우린 결혼 문제로 가장 많이 다퉜다. 남편은  먹듯이 결혼을 하자고 했고,  커피 마시듯 하기 싫다고 했다.


아무리 이 남자가 좋아도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불편했다. 나에게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결국, 끝내 이별을 고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의 남편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자기가 결혼을 보채서 그러는거냐고 결혼 이야기 안 할테니까 그러지말라는 말에 그 날 우리는 같이 펑펑 울었다. 남편도 나도 잘 못 없는 이 다툼은 우리 관계에 생채기를 냈다.


그렇게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싶었고 저 멀리 도망쳤다.


그럼에도 갈대처럼 흔들리고, 사라지고, 하기 싫다고 화내던 나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던 지금의 남편. 생각해보면 '다 괜찮아. 기다릴게.'라는 눈빛이었는데 난 그 눈빛과 마음들이 그렇게 힘들고 죄의식이 느껴졌다.


그런데 어느 날 확신이 들었다. ‘나 이 사람이랑 결혼해도 되겠구나, 해도 괜찮겠구나’하는 미친 확신. 그리고 깨달았다. 짙고 깊고 뜬구름 같았던 고민보다 그저 단, 하나의 확신이 필요했고 그 확신 덕분에 결혼을 할 수 있었다.











결혼은 미친 짓이지만, 미친 짓은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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