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음 Dec 12. 2021

엄마 손 잡고 들어간 결혼식


결혼식 후 오랜만에 지인들과 만나면 신랑 입장과 양가 어머님 양장 이야기해서 좋다.


어차피 신부인 내가 드레스 입으면 빛날 텐데 내가 덜 빛난다고 안 빛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나한테 주목이 덜 된다고 하기엔 이미 그날 나만 입는 드레스가 예뻤다. 그래서 나보다 남편이 나보다 부모님이 빛나길 바랬던 만큼 내 결혼식이 하객들 기억 속에 남고 회자되어 뿌듯하다.


그리고 어느 누군가에겐 자기도 엄마 손 잡고 싶은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용기가 안 났는데 엄마 손 잡고 입장한 나를 보고 용기가 났다고 고맙다는 말에 내가 울고 고민하고 아쉬워하던 그 시간들이 헛된 게 아님을 느낀다.


결혼을 하겠다 마음 먹는 것도 생각과 시간이 걸리지만 결혼을 진행하면서도 생각과 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다. 그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는 것들이 얼마나 괴로운지 알고 있다.


당사자인 내가 나를 빼놓고 다른 사람만을 위한 결혼식처럼 진행이 되는 것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양가 부모님과도 대화가 되지 않고 타협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아마 이 결혼식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 주변이 소중한만큼 나도 소중하기에 상처로 물드는 결혼식은 굳이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선이라면 결혼하는 당사자가 하고싶은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