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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Dec 13. 2021

9주기

시간이 지나 무뎌진다는 말은 약간의 배려다.

[믿고 싶지 않을 만큼 그렇게 빠르게 흐른다.]


 아빠 이야기를 가족과 남편, 상담 선생님과 한다. 친구, 지인에게는 아빠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는다. 아빠가 하늘 소풍을 가신 후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했고, 많은 눈빛을 보았다. 아직도 생각나는 침범에 가까웠던 동정의 눈빛 그리고 가끔은 나보다 더 당황해하고 어쩔 줄 몰라하고 때로는 더 두려워하는 상대방을 위로해야만 했다. 그런 상황이 되려 불편했고 점점 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혼자 무겁게 들고 있었던 이 마음을 편히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은 지금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는 없었다.


그렇게 9년이 지나 서른이 되니 친구들도 부모님이 떠나가면 어떨까 가끔 생각해보게 된다며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나 또한 그 질문에 많은 감정들이 겹치고 많은 말을 꺼내고 싶어도 굳이 당장 느끼지 않아도 될 감정이기에 생각만으로는 상상이 안되고 감히 어려운 이 마음을 어떤 단어와 문장으로 쉽게 말할 수 없어서 시간이 지나 많이 괜찮아졌다고, 무뎌지기는 하더라 그리고 지금 당장 깊이 고민하지 말고 전화나 한번 더 해 드려라고 답해버릴 때가 많다. 그렇게 그 순간 상대방과 나에게 하는 약간의 배려를 하고 뒤돌아 혼자 다시 울곤 했다.


그래 언젠간 나도 이 현실을 떠나 하늘 소풍을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남겨진 사람은 희미해지는 뚜렷한 기억을 그리고 추억하며 다시 이내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 뜨거운 마음이 누군가에겐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그 질문에 최선의 배려를 더한다. 그리고 이기적일 수 있으나 그 모습을 보고 불편해질 나를 위한 배려. 그렇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한 말이기에 겨울이 다가오면 제일 많이 하게 된다.





만약 다시 돌아갈  있다면 그래서 다시 아빠를 생각보다 조금 빨리 떠나보내야만 한다면 다양한 말과 시선들에 상처 입지 않고 내가 되려 위로하지 않고 애써 괜찮은 척하지 말고 건강하고 바른 애도를 하기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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