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어른이 되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날 것만 같았다. 마음껏 놀 수 있는 통금 시간, 자유로운 여행, 그리고 멋있는 커리어 우먼이 된 나를 꿈꾸는 것까지.
만 서른 하고도 한 해가 되는 지금, 어른이 되고 싶었을 때는 되지 못했던 내가, 억지로 어른이 되어야 한다. 내가 어른이 되어 가는 모습을 상상했을 때는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듯 누군가 알려주고, 나는 알려주는 것을 습득하고 응용해서 누구보다 더 멋진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항상 뜻밖의 상황에 마주치고 그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며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되는 과정은 어렸을 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이었다. 취업, 이사, 대출, 연애 등. 그 당시 생각해 보면 시시콜콜했고, '어른이 되면 당연히 잘 할 수 있는 것'들 이었지만 '잘 해야만 인생을 살 수 있는 것들'의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어떻게든 해내다 보니 와 이게 어른의 삶인가, 왜 내가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가 라는 십 오년 전과는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이가 먹어가며, 삶을 헤쳐 나가며 어른이 되는 것을.
이렇게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여러 일들을 경험하며 어른이 되는 나의 이야기를 담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