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10년을 기억하고, 앞으로 펼쳐질 너의 평생을 축복하며
내일, 오랜 친구가 결혼을 합니다.
기쁘게도 친구의 결혼식에서 제가 축사를 맡게 되었는데요.
저에게도 의미 있는 날이 될 것 같아서,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아래는 축사 전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신부 S의 오랜 친구 J입니다.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짧은 편지를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이야기하자니 떨리지만, 두 사람의 또 다른 시작을 응원하는 이 자리에 설 수 있어 기쁩니다.
S야, 대학생 때 기억나? 시험 기간이면 같은 디자인에 색깔만 다른 후드티를 나눠 입고서 학교 앞 카페에서 밤을 새웠잖아. 그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웨딩드레스를 입은 네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이상하다. 세상은 혼자 씩씩하게 살아가는 거라며 결연한 농담을 주고받던 그때가 아직도 생생한데, 나보다 먼저 가다니! 솔직히 말하면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은 억울하지만 그래도 신랑을 만나 행복해하는 네 모습을 보니 그 마음도 금방 사라지더라. 작년 겨울, 결혼을 결심했다며 조심스레 소식을 전하는 너의 모습을 보고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하는 궁금증이 가장 먼저 들었어.
그의 정체는 바로바로 멋쟁이 토마토! 멋쟁이 토마토라는 별명이 더 익숙한 네 남자친구를 처음 소개받았을 때, 왜 둘이 잔잔히 오래 연애를 해왔는지 단번에 알겠더라.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내가 봐 온 어떤 너의 모습보다도 편안해 보이더라고. 시답지 않은 이야기에도 마주 보며 웃고, 조용히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무해하다고 생각했어.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편안히 함께할 수 있는 관계란 얼마나 귀한 것이니.
오늘의 멋진 신랑 D님! S와 영원을 함께하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부러워요. 예쁘고 야무진 S와 ‘0번 친구’로 오래도록 함께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요. 지난 3년 간의 마음으로 앞으로도 딱 지금처럼만 S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가끔 S가 고집을 부릴 때가 있을 텐데요, 그럴 땐 그냥 조용히 들어주세요. 워낙 똑똑한 친구라 논리로는 이기기 어려울 거예요. 듣다 보면 어느 순간 혼자 머쓱해져서 또 고마워할 겁니다. 저는 그걸 잘 못해서 종종 다퉜지만요. 또, 평소엔 잘 참는 성격이라 버티다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터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다정하게 토닥여주시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기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S야! D님이 너에게 얼마나 큰 안정감을 주는 사람인지 너도 알고 있지? 얼마 전 프러포즈 사진을 보니 두 사람이 영원한 0번 친구가 되겠다고 쓰여있더라. 휴대전화 단축키 0번처럼 인생에 수많은 순간들이 지나갈 때 가장 먼저 떠오르고, 가장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기를 바라. 혹시 그 0번이 잠시 자리를 비우는 날이 오면, 나에게도 연락하렴.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우리는 지금처럼 함께 고민하고 버텨낼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가장 단단하게 서로를 붙잡아줄 사람은 두 사람이겠지만, 나도 늘 한 걸음 뒤에서 함께할게.
두 사람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오늘의 이 마음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서로의 곁을 지켜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