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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봉산 곰배령 생태탐방 예약하기

점봉산 산림생태관리센터

by 플랫폼


매년 3월말이되면

내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는게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천상의 화원 곰배령입니다.


계절이 반란이라도 일으킨건지.

봄과 겨울이 서로 뒤엉켜 난리 부르스를

쳐대는 요즘입니다.


주말부터 시작된 꽃샘 추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나의 전두엽은

마치 주마등처럼 빠르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중입니다.


작년 한해는

어떨결에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계절이 봄을 건너뛰듯

저도 세월을 건너뛰고 말았죠.

갑자기 허전함이 물밀듯 몰려옵니다.

2년전,

그 곰배령 여행의 아련했던 여운들이 온통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고 있네요.

얼마전

가족회의가 열렸드랬습니다.

회의라야 고작 나와 옆지기님.

그리고 두 아들.


올 5월엔

어디든 가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맞습니다.

꿈의 황금연휴가 주어졌으니 당연히 어디로든 떠나봐야 겠지요.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듯이

전,

번개의 속도로 전두엽에 희망회로를 보내봅니다.

무엇인가 홀린듯 말이죠.


과거로의 먼 여행을 가다 잠시 멈춰선 곳은

바람마져 머물다 간다는 고개, 바로 곰배령입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가봤던 때가

딱 2년전이었으니까.

녹슬은 그날의 사진 몇 장을 꺼내어 마치

음유시인이라도 된냥 깊은 수심속에 잠겨봅니다.

곰배령 타령

올해도 예외없이 시작되었습니다.

천상의 화원.

어떤 미사여구를 붙힌대도 어울일것같은 그런 곳.


숲나들이 E 홈피에 접속하며

9시가 되길 기다립니다.


협업이란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죠.

몇 분도 안지났지만 내 엉덩이가 들썩거립니다.

한명이서 예약 가능한 인원이 딱 두명뿐.


과연,

우리 가족은 곰배령으로 떠날 순있는 걸까요?

옆지기님이 나보고 혹시 역마살이라도 낀건 아니냐고

무언의 항의를 해댑니다.


전,

허파에 바람이라도 든듯

이 메시지를 과감하게 뭉개버렸습니다.

간이 배밖으로 나온건지 어떻게 이런 용기가 불끈 솟구쳤는지.


때론 잔소리도 약이 될 수 있는 거라고

자아에게 애써 위로까지 해주며

가까스로 위기에서 탈출.

다음 무대는

임영웅이 불러 유명세를 탔던

곰배령 노래로 모든 관심이 옮아갑니다.


바람마저 길을 잃으면 하늘에 닿는다.

~~~~

여인네 속치마 같은 능선을 허리에 감고

~~~~

하늘고개 곰배령아.


전 미친게 맞는것 같습니다.

중독성강한 무언가에 단단히 홀린듯 평소 트로트를 즐겨듣지 않는 나였지만

대금간주로 시작하는 곰배령 노래에 깊숙이 빠져듭니다.


마치 마법에라도 빠져든듯

한동안 헤어나올줄 모릅니다.


한구절 한구절 내 귀에 꽂히고

구성진 노랫가사들이 내 머릿속을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소리처럼

계속 맴돌기만 합니다.


그리고,

옛 추억들을 급소환해 보는데.

그 날은 하늘이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깨진 유리조각처럼 파편화된 기억들을

한올한올 다시 맞추느라 애를 써봅니다.


어쩔 수 없이

지워져 희미해진 조각들은 그대로 보내주고

기어이 지워지지 않고 살아남아 강렬하게 떠오른 사진 몇 장만을

부등켜안고 골몰해 봅니다.

생생합니다.

나의 기억과 시선을 붙잡아 멈춰세운 오월의 햇살에 출렁이던 곰배령.


그 곰배령이 꾸물이들을 품어안은채로 마치

제물만난 물고기처럼 번뜩이며 빠르게

내 관심을 사로잡습니다.


완성형의 숲, 극상림, 원시림 자체, 태고적 동화마을.

화석처럼 희멀건 그루터기 하나가 온통 내 시선을 압도해 버립니다.


찰나에, 빛의 속도로, 순식간에.

이런 말들은 이제 버리기로 했습니다,


지천명이 지나니

멈춤이란게 필요해졌습니다.

세상을 관조하고 사유할 시기가 다가왔다는걸

조용히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난,

이제부터라도 느릿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혹여 힘이라도 부칠라치면

조용히 한줌의 흙으로 되돌아가려구요.


곰배령의

그 나무그루터기처럼

천천히

느릿하게 사라지되.


이십대 혈기왕성했던 시절처럼

전광석화처럼 사라지고 싶진 않다는

간절한 소망입니다.

지루하고 고루하고 비루하고 지겹도록 느리게.

그루터기에게,

달팽이에게 배운 소중한

삶의 교훈이랍니다.


늘,

나에겐 마의 벽으로 느껴젔던 강원도.

먼거리라는 방어벽이

한순간에 무참히 무너져 버렸던 순간입니다.


도대체

곰배령이란게 뭐길래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는것인지

정말 곰배령이 쏘아올린 위력이 실감납니다.


드디어

곰배령으로 떠나는 꿈을 꿀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미션이 시작됩니다.

작전명은 곰배령과 지겹도록 놀아보기.

피시를 다시켜고 로그인후 홈피접속 완료.

여전히 걱정이 앞섭니다.


예약이 안되면 어쩌나.

벌서부터 몸과 마음이 안달합니다.

간절함이 강하면 통한다 했던가요.

우여곡절끝에예약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순간

긴장됐던 몸이 스르륵 풀립니다.

이젠 기다리며 떠나기만하면 됩니다.

25년 5월 3일


우리 가족은

하나같이

곰배령 하늘이 열리기만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런데,

또 걱정이 앞섭니다

혹시 그날 비가오면 어쩌나 불안함이 엄습합니다.

수많은 기다림속에 이젠 또다른 적.

어쩌나 와의 지겨운 싸움이 시작됩니다.


난,

늘 걱정이 많은게 불만입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의 걱정은 견딜만 합니다.


언제쯤

이 고민과 걱정이라는 프레임에서 탈출할수 있을까요.

언제쯤

걱정과 불안에서 자유로울수 있을까요.


25년,

5월 3일은

우리가족 모두 곰배령으로 떠나는 날입니다.

곰배령 하늘위로

종달새 우지지는 모습이

모옵씨

보고 싶어지는 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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