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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 꾸물이 선발대회 참관기

곤충들 수다방

by 플랫폼

입추도 지나고 조석으로 가을의 기운이 완연하다.

여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이때.

오늘

여러 내외귀빈들을 모시고 제 2회 미쓰 꾸물이 선발대회가 성대히 펼쳐졌다.


입상자는 연말 달나라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할 예정

일 시 : ㅇㅇ년 ㅇㅇ월 ㅇㅇ일

장 소 : ㅇㅇ근린공원 일원

참가자격 : 나비 나방 애벌레

주 최 : 한국 나비,나방 협회

주 관 : 나비나방을 사랑하는 모임(일명 나사모)

협 찬 : 꽃쟁이협회, 잠자리협회, 노린재협회, 개미협회, 거미협회, 개구리협회 각각 금일봉.


원래는 성인부아동부로 나누어서 대회를 진행하려 했는데

일부 몰지각한 성인분들의 방해공작으인해

부득이 아동부만 개최하게 됐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내년에는 성인분들도 참가를 독려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될지 두고 볼일이다.


참고로 1회대회 우승자는 참나무갈고리나방님이시다.

오늘도 출전하셨고 과연 연패가 가능할지.


먼저 귀빈참관인 소개가 있겠다.


젤 먼저 꽃쟁이협회를 대표로

나래가막사리님이 오셨다.

그런데

금일봉을 깜빡하고 빠뜨리고 오셨다며

다시 가셔버리셨다.

제발 대회가 끝나기전에 오셔야 할텐데.

두번째 참관인은 청개구리

오늘 아파트 새로 입주하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만사 제쳐두고 오셨단다.

그 열정에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근데 와이프한테 이사를 다 맡기고 오시면 어찌하나요?

얼마후

와이프분이 오셔서 데리고 가버리셨다.

금일봉도 내놓치 않으시고.

고추잠자리도 참관인으로 오셨다.

심판을 시켜달라고 했는데 그게 수용이 안돼자 입이 댓자로 나와서 아예 움직이지도 않는다.

제발

대회가 아무 불상사없이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피라밋까마귀밤나방님이시다.

뭐가 그리 불만인지 귀빈소개를 해도 일어나지 조차도 않는다.

인사는 하지 않더라도 기본예의라도 지켜주면 좋을텐데.

도도하기로 소문난

외계인을 빼닮은 듯한 외아들 응원하러 오신 참나무갈고리나방이시다.

작년 우승자라며 반드시 올해도 우승하고 말겠단다.


너무 아들 응원만 하시지 마시고 다른 선수들 박수도 좀 쳐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아들은 오늘 4번째 입장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난리시다.


노린재중 가장 거대하기로 소문난

얼룩대장노린재 님이시다.

몸짱이시고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시다.


뿔노린재를 대표해서 오신 에사키뿔노린재님도 손수 방문하셨다.

내일 모레가 아들 결혼식이라 청첩장까지 들고 오셨다.

이 자리에 끝까지 남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금빛갈고리나방님도 오셨다.

아들도 참석시키려 했지만

아들이 챙피하다고 포기하였단다.

평소에 똥을 뒤집어 쓰고 다닌다는

유난히 요란스런 아들.


얼굴한번 보려했더니만.

대신 나방협회 대표로 심판만을 맡으셨다.

와.

포스가 장난이 아닌 청띠신선나비.

오자마자 대회장이 떠나갈듯 큰소리치며

난리부르스를 떤다.

거울을 달랜다.

거울아 거울아 누가 제일 예쁜지 물어보겠다고.


자기 아들도 참석시키려 했는데

대회날짜를 너무 일찍 잡은게 아니냐고.

아직 태어난지 며칠도 안되어

너무 어려 서있기도 힘들텐데.

워킹등 그 어려운 퍼퍼먼스를 어찌 해내려는 건지.

제비나비님도 오셨다.

나비협회를 대표해서 심판관을 맡으셨고.


이번대회는 공정을 기하기 위해서

심판관을 나비협회 한분, 나방협회 한분으로 정했다.

제발 편파판정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렇게 심판 및 내외분 소개를 마쳤다.


자 그럼 선수들 소개할 차례이다.

오늘 총 지역예선을 거쳐 총 10분이 최종전에 진출하였다.

나비협회 1분과 나방협회 9분이 자웅을 겨루는.

선전을 기대한다.


선수선서와 함께 드디어 빵빠래가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1번 선수는 흰무늬집명나방님이시다.

이 아씨는 오직 참나무 이파리만을 먹는

극단적인 편식가이다.


고집이 좀 쎄게 생겼는데.

그 힘든 예선을 어찌 뚫고 올라왔는지.

의아하다.

부모님은 보이지 않는데.

무튼 선전을 기대해본다.

두번째 선수는 먹무늬은재주나방님 입장이다.

이 아씨도 역시 편식주의자.

주로 벚나무 이파리만을 먹는다.

오늘 최선을 다하시라고 화이팅을 외쳐주었다.


몇 미터 위 이파리에서 식사중이었는데 대회참가를 위해서 줄타고 손수 내려오시는 중이었단다.

나도 응원을 해주었지만.

과연 수상이 가능할련지.

세번째 선수다, 버들재주나방

집은 버드나무 위에 있단다.

내려오느라고 힘들어 죽는줄 았았다고 투덜투덜이다.


입상하면 비행기 티켓하나 달라한다.

대회끝나고 다시 올라가야 한다고.

제발 입상하길 빌어본다.

네번째,

오늘 문제의 선수다.

그 이름하여 참나무갈고리나방.

엊그제 도도 컨테스트도 참석했는데

아깝게 입상도 못하고 낙방하였다.


이번엔 아예 벼르고 나온듯,

엄마까지 오셨다.

엄마가 나방협회 회장인가 한다는데.

심판로비를 조금 하신건지.

다섯번째,

쐐기나방계 귀부인 남방쐐기나방

이번 대회참가를 위해서 앙드레 김 컴퍼니에서 옷도 하나 따로 장만하여 나왔다 한다.


근데 옷이 너무 적은게 아닌가.

워킹시 넘 부자연스럽다.

과연 옷값은 제대로 할려는지.


10분간 브레이크 타임.

오늘 특별공연으로 참매미 부부가 오셔서

기념 공연

혼성두엣으로서 여름이여! 란 노래를 부르다가

바쁘다고 1절만 하고 가버리셨다.

공연비는 받아가셨는지.

힛트곡은 아닌듯 감흥이 별로다.

참가선수들조차도 빨리 끝내라고 난리인데.

브레이크 타임도 끝나고 어느새 후반전.


드뎌 오늘 강력한 우승후보 곱추재주나방

6번째 선수다

이분은 의상협찬까지 받으셨다 한다.

파리의 한 유명 디자이너 한테서.

그런데

옷이 반이라는데 우승 못하면 어떻하지.

정말 많은걸 준비하셨다.

참관인들한테 떡도 돌리고

심판한테는 영화티켓까지 선물해 주셨다.

근데 나한테는 왜 안주는 건지.

끝나고 따져봐야 할듯

완벽하다.


내가 심판이라면 100점 만점에 98점 정도는

받지 않을지.

그 영화티켓 받았다면 무조건 100점이겠지만.

워킹이면 워킹.

모든게 완벽이다.

다음 선수는 곧은줄재주나방.

앞 선수가 너무 설쳐댔던지

이 선수는 완전히 힘이 빠져 있었다.


의욕도 별로고.

심판을 바라보는 예의범절까지도 낮설다.

과연 수상이 가능할까.

참가하는 데만 의미를 둔것인지.


근데 앞전에 도도컨테스트 나온 그 선수 아닌가.

맞다.

두눈이 매력적인 그 선수.

자.

이번엔 나비계 유일 참가자 호랑나비님.

이 대회 홍일점이시다.

눈꺼풀 수술에다가

머리에 이쁜 머리띠까지 두르고 나왔다.


이번에 한번 우승 노려 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아홉번째 참가자.

밤나무재주나방.

근데 오늘 참가자들 중 유독

재주부리는 친구들이 많다.

재주나방들 협회에서 무슨 수라도 쓴것인가.

아우라가 대단하긴 한데.


뭔가 2프로 정도 빠진 느낌이 드는건?

의상을 누구한테 빌려입고 나왔나.

너무도 부자연 스러워 보이는데.

색동저고리가 너무 아름답긴 하다.

내가 점수를 준다면 95점 정도.

대망의 마지막 참가자.

꽃술재주나방

와!

대단하다.

비쥬얼이며.

퍼퍼먼스며 곱추재주나방 대항마가 아닐까.


꼬리를 잔뜩 치겨세우며 갖은 아양까지 떨어댄다.

과연 오늘의 최종 승자는 누구 될지.

이상으로 모든 선수들 소개와 율동,

면접까지 다 끝났다.


그런데 주위가 시끄럽다.

심판 두분 주변에 조폭들로 보이는

검정옷의 깍두기들이 에워싸고

발표하려는데 못하게 막고 난리다.

어쪄죠?


결국 꽃쟁이 협회 나래가막사리님은

끝내 나타나지 않으셨고,

수상자 발표도 무기한 연기되었다.


세계대회 주최측에 빨리 통보해줘야 할텐데.

언제 개별통보가 가능할련지.

한숨만 깊게 나온다.


이상.

참관기를 모두 마친다.


그러나저나 곤충들 곤궁기에 접어들었다.

긴긴 겨울동안 전 뭘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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