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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이 나를 글쓰기로 이끌었다

함께라서 가벼워진 무게감

by 김성수

우울이 나를 글쓰기로 이끌었다. 그것은 거창한 작가의 꿈이 아니라,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가기 위한 필사적인 몸짓이었다. 과연 이 글쓰기가 나의 우울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었을까.


처음에는 글쓰기가 가져올 변화를 짐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내 글에 남겨준 댓글들 "저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작가님 글에서 위로를 받네요"라는 공감의 글에서 위안을 얻고, 다른 이들의 글 속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며 공감하는 동안, 엉켜 있던 내 감정과 생각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글쓰기는 내게 세 가지 변화를 주었다.


첫째, 먹구름이 머무는 시간이 짧아졌다. 이전에는 한번 찾아온 침울한 생각에 온종일 잠식되곤 했다. 하지만 이제, 그 어둠이 차지하던 공간에 '다음엔 어떤 글을 쓸까' 하는 고민이, '어떤 소재를 찾아볼까' 하는 사색이 대신 들어서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 새로운 활력이 생긴 것이다.


둘째, 나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작가들의 우울 극복기와 투병기를 읽으면서, 그들도 나와는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십자가를 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보다 더 깊은 아픔을 겪고, 나와 비슷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을 이겨내는 그들의 기록을 보며,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와 함께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다.


셋째, 나 자신을 비로소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전에는 정체 모를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허우적거렸다면, 이제는 그 파도의 시작점이 어디인지, 그 근원이 무엇인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관찰자가 되었다. 글을 쓰기 위해, 나는 나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왜 화가 나는지, 무엇이 두려운지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었다. 비로소 내 감정의 진짜 주인이 되어간 것이다.


솔직히 말해, 글쓰기가 나의 우울을 완전히 없애주는 '마법의 약'은 아니었다. 여전히 검은 안개는 찾아온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안개에 갇히지 않게 되었다. 글쓰기는 그 사나운 괴물의 목에 고삐를 채우고, 그것을 길들이며 함께 걸어가는 법을 알려주었다.


완전히 낫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내가 글쓰기로부터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다.

결국, 글쓰기는 우울에 큰 도움이 된다고, 나는 이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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