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화담 할래요?
꿈은 꾸고 볼일이다.
두드리면 열린다는 말 이젠 믿어야 할까보다.
간절함 가득 실어 염원했다.
얼떨결에 꾸었던 꿈이 거짓말처럼 현실이 되었다.
몇 년째
다람쥐 쳇바뀌돌듯 반복되는 무미건조했던 플랫폼의 삶
어느날부터 가을이 제법 두터워지고
억새가 바람에 춤을 추기라도 할라치면
더욱 절절해지는 떠남을 향한 갈망들.
이제껏
겨우 주변만 기웃거리다 발만동동거리며
배회하다 말았던 곳.
맘속으론
한번 떠나 보리라고
그렇게 다짐 또 다짐했건만 꿈만 꾸며 행동 하지못해
깊은 회한으로 남았던 곳.
올핸
기필코 이 가을이 가기전에 어디든 다녀와야 하였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못채채 보내버리기엔
무엇보다 아쉬움 가득했다.
할일없이
예약싸이트를 하나씩 뒤적거렸다.
그러다, 우연히 소뒷걸음치다 걸려든 쥐.
별기대조차도, 혹시나 해서 시도해 보았었는데
그 행운이 우연히 내 더듬에 걸려 들었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주말.
이게 왠 떡인가.
호박이 덩굴째 굴러 들어왔다.
마치 로또라도 하나 당첨된 듯 들뜬 기분.
딱 한장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번개의 속도로 예약완료.
8시 반 타임,
인터넷 울렁증이있던 나에게
갑자기 자신감이 생겨났던건 강렬한 욕망때문이었다.
어쩌면 욕구불만 때문이었기도.
미련때문이었다.
가을사랑때문어었다.
겨울이 오기전에 기여코 다녀오고 말리라는.
자연을 향한 갈망.
떠남을 향한 도전.
사치중에서 가장 고귀하다는 떠남 중독.
그것을 해소하기위한 긴 여정.
이렇게
어렵게 구해놓고 긴긴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걱정대학교 출신답게
비가오면 어쩌나
단풍이 다 져버리면 어쩌나 등등으로
2주의 시간을 그렇게 흘러보냈다.
난
어느새
이기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나한테만큼은 그런일이 일어나면 안되는.
어쩔수없이
개인주의자로 둔갑해야 하는지도 모를일.
그날은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보기로 했다.
남들이 몰인격이라고 욕한다해도 어쩔수가 없었다.
품격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인격의 크기가 작다고 해도 그 비난 다 받아내기로 했다.
작은 그릇이라해도 그 속에 나만의
행복을 담아내면 되는거니까.
행운은 나의 편이었다.
샐리가 저만치서 날보고 미소지어 주고 있었다.
그 미소속에 이미 체포 당해버린 플랫폼.
그렇게
가을산의 유혹.
가을 나만의 파라다이스의 유혹.
오색단풍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부랴부랴 준비에 서둘렀다.
도착했던 화담숲은
아침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와, 많은 인파.
어디서들 오셨을까.
오색단풍과도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
형형색색의 옷풍경.
아름다운 가을을 붙잡고 싶어서 일테지.
그야말로 여행에 진심인 수많은 사람들.
티켓팅을 해주고 옷 매무새를 가볍게 해주며
드디어 출발.
화담숲에서의 첫날개짓과 첫 헤엄치기는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았다.
오만여평의 드넓은 낙원이 펼쳐진다.
젤 먼저 초록의 이끼원
그리고 하트다리
계곡따라 물소리따라 나도 그렇게 무심히 흘러갔다
포토존과의 만남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자연을 오직
내 눈과 마음에 담아내는 걸로만 만족하기로 한다.
화담
구본무회장 아호인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숲이란
문장에 깊이 빠져든다.
난
나 내면과의 대화에도 충실했다.
이어폰끼고 나무와 숲의 이야기 소리도 들어주고
오랜시간에 걸쳐서 계절여행을 감내해야 했던
자연의 존재들과도
걷다가 힘이 부칠라치면 어느 아담한 벤치에 마음의 돛을 내렸다.
화담숲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왜 그렇게 서두르는 거냐고.
맞다.
경치구경도 하고 해찰도 좀 해야지.
비바람 견디고
영하의 엄동설한 버텨내고 이렇게
아무일없다는 듯 지켜내고 있었다.
그렇게 자연의 주인공들은
어느 한시간
한계절도 무탈하게 지낸적이 없었으리라.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내 맘은 이미 압도당해 버린지 오래다.
나뭇잎들의 빛깔과 구름한점없는 하늘.
실개천의 물소리 청량감
말없이 걸어도 마냥 좋은 길
울긋불긋 단풍나무길 벗어나니
어느덧 흰나무기둥 자작나무숲.
이파리마져 하나둘씩 떨어져가는 모습이
무척 초연해보인다.
어느새 대쪽같은 선비의 정신이
깃들어 있을것 같은 소나무정원에 당도.
소신을 굽히지않는 고집
우수에 가득찬 가을산
삐딱한 소나무
대한민국의 맘 비뚫어진 소나무는 모두 다
이곳에 옮겨놓은듯 보였다
넌
뭐가 불만이어서 그리 꼬인거니?
매사가 반항아인것처럼
흘러내리는 냇물처럼 거스르지 않기
그렇게
순리대로 살아가라는 걸 나에게
가르쳐주려는 듯 보인다.
어느새
중력방향으로 흘러내린 물들은
호수에 모두 모였다.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걸 품고
홀연히 담아낸 호수.
산을 휘감아 천천히 돌아오는 산책코스의 끝머리
잔잔하다.
반짝반짝 윤슬
호수는 그 투명한 표면으로 변덕스러운 하늘도
나풀거리는 나무도따뜻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마치
철부지 자식의 투정을
모두 담아낸 어머니의 품처럼
세상풍파 모든 무게를 짊어진 아버지의 마음일수도
돈많은 재벌가인 구본무회장
백화점을 짓고
아파트를 지어 큰돈을 벌수있었을 텐데
돈벌이가 아닌
숲을 만든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자연을 살리는 숲
나에게 주어진 세시간.
그 숲에
내 영혼을 푹 담궈본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