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마음
불과 며칠전까지 매서운 동장군이 기승을 부려 대더니만. 언제 그럤냐는듯 시치미를 뚝 떼며 갑자기 봄바람이 불어오듯 따스하고 온화하게 데워진 공기들이 내 볼가를 스미우는 아침입니다. 이곳은 먼 남녘의 땅. 진정 우리곁에 봄은 오고 있는 걸까요. 남녘의 온화한 날씨는 이렇게 꽃쟁이들의 가슴팍을 사정없이 후벼파며 고무풍선처럼 가슴을 부풀게 합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예외없이 내 마음을 흔들어대는게 하나 있습니다. 봄은 아직 저기 먼곳에 있는데 일부 성질 괴팍한 꽃쟁이들은 일부러 봄의 시간들을 앞당기려고 마법까지 부리려 합니다. 고무줄처럼 늘였다가 또 줄였다가. 난 오늘도 봄과 겨울사이에서 이른 줄다리기를 준비중입니다. 봄을 앞당기려는 꽃쟁이들과 겨울과의 진검승부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늦은 아침. 잔뜩 찌푸덩해진 마음을 다잡기위해 무거워진 몸을 겨우 일으켜 세우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합니다. 그리고 창문을 살포시 열어젖히고 머얼리 눈쌓인 산그리메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깊은 수심에도 잠겨듭니다.
그러다 느껴지는 미묘한 심장의 두근거림. 그렇다면 산을 향해 오름짓이라도 해야 할까요. 하지만 오늘은 전혀 느낌이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추겨들고 이웃님들의 블로그를 뒤적거리다 잠시 멈칫합니다.
올해 첫 꽃소식은 그렇게 내 녹쓴 안테나에 우연히 걸려 들었습니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쓰디쓴 아메리카노 커피한잔 빼어들고 애마를 몰고 냅다 달리는 중입니다. 봄꽃들이 도망갈일도. 하루아침에 화양연화처럼 꽃망울들이 모두 저버리지도 않을텐데. 난 이내 조급증이 발동합니다. 룰루랄라 휘파람까지 불어가면서요. 이윽고 남녘의 농촌풍경에 깊이 빠져들고 어쩌다 도착한 그리움의 그곳.
절절하면 통한다 했던가요. 일부 성질급한 납매 몇 송이가 버선발로 나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에메랄드빛 하늘과 노오란 꽃망울의 매치업. 화룡점정입니다. 바람타고 코끝으로 느껴지는 묘한 향기와 앙증맞은 자태. 그리고 화려한 꽃술과 뽀송뽀송한 꽃잎들. 정신마져 온통 몽롱해지는 시간들이 이어집니다. 봄뽕맛입니다. 이윽고 한줄기 스산한 바람이 꽃잎들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황설리화라 했던가요. 그렇다면 어느 함박눈이 흠뻑 대지를 적시는 겨울 날. 외로움에 이끌려 노오란 설중 납매를 찾아 떠나가 보는 건 어떨까요. 이렇듯 봄은 나도모르게 슬며시 다가와 있었습니다.
귀와 눈이 아닌 마음이나 영혼이 먼져 보고 알아차리나 봅니다. 기다림의 결과는 달콤함이자 짜릿함이었습니다. 그대가 있어서요. 이윽고 감동과 설렘들이 교차합니다.
그대와 만났던 한 시간. 그야말로 행복이 샘솟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아지트로 향하는 발걸음이 유난히도 가볍고 모처럼 그리움 짙게 일어 외로움 잊어본 하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봄과 두번쨰로 좋아하는 계절인 겨울.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시간. 그 사이를 유유히 지키고 있던 납매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도도한 꽃망울들을 터트려 주었습니다.
혹여나 외로울까봐. 의기소침할까봐. 오늘은 내가 먼저 슬그머니 다가가 내 조그마한 마음이나마 건내주기로 했습니다. 언제 봐도 언제 들어도 설레이는 단어 봄. 봄의 마법앞에 내 마음이 쪼그라드는건 어쩔 수 없나보네요. 그리고 기다림은 계속 이어집니다. 꽃쟁이들의 마음은 이래저래 바빠지고 점점 애간장을 녹이는 시기가 다가옵니다. 소심 납매. 그대가 있어서. 기다림의 시간들이 더욱 의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