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좋은날 찾아온다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쓰고보니 '권고사직'은 '당했다' 라는 서술어와 잘 어울린다. 남일이라고 여겼던 권고사직을 20대에 겪게 될 줄은 몰랐는데. 사건의 시작은 이직 자리를 알아보라는 상무님의 인삿말이었다. 내가 뭘 잘못한게 있나? 억울한 마음이 앞서 쉽사리 입을 뗄 수 없었다.
그저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사고처럼 받아들였을뿐, 결과를 바꿀 수 있는 건 없었다. 우리 사업부의 매출이 잘 나오지 않고, 브랜드 일부를 철수할 예정이며, 그러므로 마케팅은 할 일이 없다는 설명. 그리고 연차가 낮은 직원이 대체되기 쉬운 업무를 하고 있으므로 나가는게 맞다는. 어쩌면 설득력 있는 이유. 회사라는 비즈니스 조직이 그렇듯 너무나 합리적인 설명들 뿐인데, 나의 마음은 하루 아침에 이별 통보를 받은 연인처럼 마음이 아려오는 것일까.
위로금을 준다고 했다. 이 역시 너무나 합리적인 금전적 보상이다. 지금처럼 시장이 어렵지 않았더라면, 내 연차와 나이에 충분히 쉬고 이직하고도 남는 시간. 모든 일이 수학 문제처럼 풀이와 정답이 명확한데, 나는 여전히 답지를 쥐고도 끙끙 앓고 있다. 혹시 다른 풀이법이 없을지, 이미 흑연과 지우개 자국으로 범벅된 문제를 멀리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