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오늘부터 프리랜서

권고사직, 끝이 아닌 출발이 되다

by 온전

내 인생에 프리랜서 라는 말이 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권고사직으로 여행도 다녀오고, 게으른 나날들을 한참 보내고 있던 중에 전 직장 선배님에게서 갑작스레 전화가 왔다. 연말에 일이 몰려있어 바쁜데, 한달 동안 도와줄 수 없겠냐고. 백수 생활에 슬슬 신물이 나고 있던 차에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다만, 사무실에 자리를 만들어 둘테니 출퇴근을 해달라는 제안에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다시 출퇴근을 할 수 있을까?' 갑자기 숨이 턱 막힘과 동시에 압박감이 밀려왔다. 그때야 흐릿했던 내 마음을 선명히 읽을 수 있을 수 있었다. '아 나는 아직 정식으로 출근할 준비가 되지 않았구나.' 나는 다소 당돌하게 말했다. '재택 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미팅이 필요하면 언제든 가겠다.'고.


보통의 나라면 상대방의 입장에 다 맞췄겠지만. 이번만큼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상하게 한낯 백수인데도, 아쉬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선배의 대답은 예스. 대신 나는, 출퇴근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어야 했다. 진정한 프리랜서의 세계에 입문한 것이다.


이전에 하던 일과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삶의 방식에서는 매우 큰 차이가 있었다. 첫번째는 역시나 출퇴근이 없다는 것. 그건 정말 큰 장점이면서 단점이기도 했다.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아침에 운동을 하면서 여유롭게 시작 할 수도 있겠고, 남들은 누리지 못하는 평일 낮의 한적함을 만끽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 정도의 인간은 못되었다. 관성대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으며. 집에서는 일을 시작하지 못해 매일 카페에 가는 고정 지출도 생겼다. 하지만,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반복적인 압박감과, 무책임한 회의에서 오는 스트레스, 주파수가 맞지 않는 사람들과 지지고 볶는 일들, 의미없이 앉아있어야만 하는 시간, 이런 것들에서 벗어나니 묘한 쾌감이 생겼다. 일 외적인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최소화하고 오직 일에서만 받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일의 강도가 줄었느냐? 그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증가했다. 프리랜서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으로 성실성을 증명할 수 없다. 오직 결과물로 일을 열심히 했다는 사실을 증명해내야 한다. 때로는 주말을 반납하기도 해야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없으면 보람도 없다. 스트레스는 내가 이 일을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의 증거이며, 노력의 과정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때로는 스스로 결과물이 맘에 들지 않아 터덜터덜 제출 할 때도 있지만, 어찌 됐든 내가 잘하는 일 그 자체로만 평가받는 것. 나의 쓸모를 충만하게 느끼는 것. 그것이 프리랜서의 장점이지 않나 싶다.


당신도 혹시 모른다. 평생 직장을 꿈꾸던 내가, 뜻밖의 권고 사직을 당하고. 프리랜서가 천직인가? 느끼게 되는 날이 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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