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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J Jan 10. 2024

내가 정한 틀 깨기

2023년 9월 2주차 회고


"누가 정했지?" 이번 해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건넨 질문이다.

온갖 틀(제약, 습관, 규칙, 한계, 취향, 편견 등)속에 갇혀살던 나는 그것들이 대개 편했고 때론 미웠다. 지난 겨울 쯤, 각종 틀의 출처가 어디였든 끌어안고 있던 건 결국 나란 걸 깨달았다. 이후 그 너머를 계속 궁금해 하고 도전 중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가?" "나의 윤리관과 부딪히지 않는가?" 두 개의 기준만 두었다.

사소하게는, 나는 글쓰길 좋아해서 거의 매일 뭔가를 끄적대고 있지만, 정작 쓴걸 타인과 공유하는 건 싫다 못해 두렵곤 했다. 하지만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숨어서 글쓰는 나의 상은 "누가 정했지?" 열 일곱 살 쯤, 부모님과 친구의 눈을 피해 혼자 일기장에 글쓰며 위로받던 모습을 여태 답습해 왔을 뿐이었다.

어제 머리를 쭉쭉 생머리로 편 것도 도전이다. 지난 10년 간 여성스런 웨이브 머리만 했다. 그게 제일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그 또한 "누가 정했지?" 10년 전 매직을 했을 때 통통하고 둥근 내 얼굴에 착 붙는 생머리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걸 지금껏 안고 있었을 뿐이다. 새로운 머리 스타일은 정말 마음에 든다.


일기가 아니라 한 주의 회고니까, 한 번 KPT 형식을 따라본다.


[Keep] "누가 정했지?" 질문과 함께하는 모험을 당분간 지속할 생각이다. 크고 작은 도전이 성패와 무관하게 주는 효능감이 상당하다. 스스로 조여매느라 놓쳐온 게 많았단 사실을 실시간으로 깨닫고 있다. 예를 들면, 필라테스가 어울릴 것 같대서 지루하게 다녔는데, 누가봐도 내 취향이 아닐 듯 했던 웨이트가 오히려 재밌었다.

[Problem] 이 모험이 덧없어 질 지 몰라 애석하다. 내 보수적, 내향적, 안정적 본성을 의도적으로 거스르는 이 행보엔 한시성이 또렷하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같은 타일처럼 정갈한 삶을 지향하는 원래의 나로 이내 돌아갈 것임이 실감이 난다.

[Try] 지난 경험 중 《앞으로도 삶의 한구석을 내주고 싶은 것 / 맛보게 되어 좋았던 것》 을 정리해 보겠다. 지난 시간이 일회성 일탈이나 이색 체험으로 스러지지 않는 데엔 이 회고가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여정의 끝무렵에 서있는 기분인 지금, 이렇게 돌아보려는 마음이 생겨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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