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성 Sep 29. 2015

#1. 금방 될 줄 알았다

[임신을 위한 힐링] #1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미경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경 : 선영아, 이번 주 일요일 오후에 애들 다 모이기로 했거든? 우리 오총사 한 번 모이자.
선영 : 응, 이번 주 일요일? 글쎄… 남편이 어디 가자고 했던 거 같은데…


미경 : 야 뭐야, 다들 어렵게 시간 빼자고 했어. 남편들한테 애들 좀 맡기자고 했어. 중요한 약속 아니면 그냥 와.
선영 : 어, 그래. 남편한테 물어보고, 내가 다시 전화 줄게. 그나저나 너 잘 지내니? 회사는 아직도 잘 다니고?


미경 : 그러지 않아도 회사 때문에 고민 중이다. 아침에 민수 어린이집에 맡길 때마다 맨날 울고 불고 해서… 정말 계속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건지 고민이다야. 하여간 만나서 얘기해.
선영 : 그래. 나도 너네들 보고 싶어. 남편이랑 얘기해보고 다시 전화 줄게.


사실 이번 주 일요일에 약속 같은 것은 없다.

친구들이 보고 싶기는 하지만 썩 내키지를 않는다.

다들 결혼하였고, 다들 너댓 살 되는 아이가 하나 둘 씩 있다.
모이면 늘상 뜨거운 화제는 아이들 얘기다.

유치원 얘기, 학원 얘기, 아이들 아팠던 얘기 등으로 이야기꽃이 만발한다.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다.

조언할 것도 없고, 공감할 것도 없다.

아이들 키우기 힘들다면서 투덜대는 친구들의 모습이 마냥 부럽기만 하면서 화가 난다.

어쩌다 친구들이 그런 내 표정을 발견하면,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리고는 한다.


그렇다. 친구들이 아이들 얘기를 꺼내면, 자기네들끼리 아이들 얘기만 나누는 것이 못내 불편하고, 그렇다고 나를 의식하며 아이들 얘기를 꺼내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이 친구들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 같아 싫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이래도 불편하고, 저래도 불편한 자리가 되어버렸다.


어떤 모임이건 가기 싫다.

점점 외톨이가 되어간다.


아기 언제 가질 거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태연하게 받아넘기는 것이 이젠 너무 싫다.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걸까.

그동안 내가 뭘 잘 못하며 살아온 걸까.



오늘은 이상하게 지하철이 그다지 붐비지 않는다.

운 좋게도 바로 자리를 잡았다.


앞에 앉은 커플이 깔깔거리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서른 살, 살짝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그래도, 하면 바로 생길 줄 알았다.

날짜 맞춰서 하는데도 6개월이 넘어도 생기지 않자 마음이 몹시 불안해졌다.

'어릴 적 낙태했던 것 때문에 벌을 받나…'

이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다.

불임 관련 카페에 가입한 것만도 열 군데가 넘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불안함이 더욱 커졌고, 결국 불임 전문 병원을 찾게 되었다.


지난 5년간 정말 최선을 다했다.

유명하다는 병원에서 검사란 검사는 다 받았고, 시술이란 시술도 다 받았다.

들인 돈만 해도 2천만 원이 훌쩍 넘었다.


설마 내가 불임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보는 시험마다 합격했었고,

지금까지 웬만한 것은 원하는 대로 다 성취했건만

이놈의 임신만은 도대체 내 맘대로 되지를 않는다.


정말 이런 현실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이혼까지 생각하게 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오늘은 삼촌한테 가봐야겠다.  다음 글 보기


[임신을 위한 힐링] 목차 보기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연유 - 필독


이재성은 지금 여기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머리글 :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연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