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성 Nov 02. 2015

#24. 감정이야말로 우리를 움직이는 힘이야

[임신을 위한 힐링] #24

삼촌은 또 손가락으로 옆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삼촌 : 사람이 생각을 할 때말야,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냉냉한 생각을 할 때도 있어.

하지만 어떤 생각은 말야, 그 생각을 하면 감정이 느껴지는 생각이 있어.


삼촌은  내게 동의를 구하려는지 입술을 꼭 다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선영 : 음, 생각해보니 생각과 감정은 또 살짝 다른 거네요.


삼촌 : 그래, 생각, 마음, 의식, 감정, 기분, 느낌... 이런 단어들의 뜻이 조금씩은 다른 데, 뭐 우리가 그것을 되게 구분하면서 쓰지는 않잖아. 그냥 뭐 대충 집어서 쓰지.

하여간 뭐랄까, 생각은 우리가 좀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그 무엇이라면, 감정이나 기분은 우리가 어찌 좌지우지 할 수 없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잖아. 그치?

선영 : 그래요, 감정은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은데요?


삼촌 : 그래 그렇지? 어떤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지? 예컨대 휴가 때 갈 여행지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잖아. 완전 들뜨고 기분 좋은 얼굴로 변하지.

반면 어떤 생각은, 그 생각을 하면 기분이 나빠져. 자, 뱀을 떠올려봐. 뱀이 고개를 살짝 들고, 그 빨갛고 갈라진 혓바닥을 낼름거리면서 네 앞으로 스스슥 기어오고 있다고 생각해봐. 기분이 오싹해지고 몸이 싸늘해지지. 봐라, 지금 네 얼굴 표정이 어떤지 아니?


뱀 얘기를 들으니 자연스럽게 내 얼굴이 찡그려지고 있었다.


삼촌 : 이런 생각들은 지나간 과거에 대한 기억일 수도 있고, 미래에 대한 상상일 수도 있고, 또 어떤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일 수도 있어.


나는 삼촌의 말을 끊었다.


선영 : 그러니까 지금 삼촌이 하시고 싶은 말씀은, 기분 나쁜 감정을 일으키는 생각은 아예 생각하지도 말고 살자, 이건가요?


삼촌 : 하하, 오늘은 네가 바로 정곡을 찌르려고 하는구나.

선영 : 그런 거에요?


삼촌 : 그래 뭐, 그렇게 생각을 통제하는 것도 나쁜 건 아니다만, 오늘 내가 너하고 나누고 싶은 얘기는 감정에 관한 문제야.


나는 턱을 괴고 삼촌의 눈을 응시했다.

삼촌은 손을 위 아래로 휘저어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삼촌 : 보통 생각은 의식의 표면에 존재하기 때문에 나의 현재의식이 그것을 다루기가 쉬운데, 감정은 생각 아래 존재하기 때문에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래서 잘 통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현재의식은 물 위에 떠있는 것이고, 잠재의식은 물 아래에 있는 의식.

그리고 생각은 물 위에 떠있어 잘 보이고, 감정은 물 아래에 있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미지출처=mariashriver.com


삼촌 : 생각을 다스리는 것보다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단다.

감정이야말로 참으로 진실이야.

감정이야말로 우리를 움직이는 힘이야.

우리는 무언가 결정을 할 때 결국 감정을 따라서 결정하거든.

예를 들어, 담배가 나쁘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어. 특히 의사들은 담배가 암, 심장혈관질환, 뇌졸중과 같은 병을 일으키는 최고의 위험요인이라는 것을 '이성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어. 그런데 담배 피우는 의사들이 참 많다. 그 이유는 담배를 피우는 게 좋으니까야. 결국은 '감정적'인 결정을 내리는 거지.

이 감정이야말로 마케팅 전문가들이 가장 중시하는 요소야. 소비자들로 하여금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 것인가. 결국 이 문제지.

음악, 미술, 경제, 스포츠, 정치... 그 모든 것들도 결국은 다 감정의 문제야.

왜냐면 감정은...


삼촌은 한껏 톤을 높여 말하다가 숨을 죽이고는 속삭이듯 내뱉었다.


삼촌 : 감정은 생각을 잠재의식 속으로 깊이 끌고 들어가는 묵직한 안내자이기 때문이야.

선영 : 묵직한 안내자요?  


삼촌 : 생각이나 받아들이는 정보에 감정이 실리게 되면 거기엔 힘이 생겨. 더 강하게, 더 깊이 의식 속에 기록되지. 가령 우리가 파란 하늘, 파란 바다라는 시각적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좋은 감정을 강하게 느낀다면, 그럴 수록 그 정보는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더 깊이 각인돼. 그리고 잠재의식 속에 각인된 그 감정적 경험은 우리가 파란 색을 볼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기분 좋은 파동을 만들어낸단다.



선영 : 파동이요? 뇌파를 말하는 건가요?

삼촌 : 그래 그걸 뭐 생물리학적으로 뇌파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생화학적으로는 신경전달물질 혹은 호르몬이라도 표현할 수도 있겠지. 그런 설명은 사람이 관찰한 것을 표현하는 방식일 뿐이지. 삼촌은 그것을 몸의 '언어'라고 하고 싶구나.


삼촌은 오른 손 검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가 다시 손을 가슴에 갖다대었다.


이전 글 보기  | 다음 글 보기

[임신을 위한 힐링] 목차 보기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연유 - 필독


이재성은 지금 여기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3. 기록되지 않는 생각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