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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May 13. 2020

문경, 사과꽃피는 동네로 떠나다

누이집 거실 앞마당에는 사과꽃을 비롯해 다양한 야생화가 만발하고 있다. 막연히 분홍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과는 하얀꽃을 피운다. 금냥화, 어아리, 딸기꽃도 시새움하듯 피었다. 할미꽃이 긴수염을 휘날리며 노익장을 자랑한다.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빠질새라 다투어 어여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연휴를 맞아 누이가 사는 문경을 찾았다. 부산에서 코로나와 마스크로 답답한 날들을 보내다가 이곳에 오니 호흡이 자유롭다. 청정지역이라 공기가 싱그럽다. 산중턱에 묻어둔 물탱크에서 정수시설을 거쳐 누이집 싱크대로 이어지는 계곡물맛이 산뜻하다. 수도코크에서 직접 물을 받아 먹으니 더 자유롭고 더 시원하다.  식탁은 취나물, 엄나무순, 산미나리, 두릅 등 봄나물로 넘쳐난다. 돈나물로 만든 장아찌는 순창산 장아찌맛 그대로다. 꼬들꼬들 식감에 감친맛이 돈다. 사과 저장고에서 꺼낸 백김치에서 어머니의 손맛이 묻어난다.  매끼마다 풍성한 봄푸성귀로 기운을 돋군다.

은퇴한 자형이 귀향하여 옛집을 허물고 새로 집을 지었다.  앞마당에는 아오리, 홍로, 미얀마, 부사 등 사과나무 3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여름철 아오리에서 초겨울 부사에 이르기까지 종류대로 사과를 따먹는다. 포도나무, 배나무 한그루, 자두나무,  호두나무 2그루와 대추나무도 있다. 특히 가을에 따먹는 대추는 맛이 달다. 크기가 제법 굴어 사과대추라고 불리며 과일로 먹기에도 좋다. 그 한편에는 청계닭 한쌍이 자라고 있다. 청계닭 알은 일반 계란에 비해 작은 편이나 삶아 먹으면 맛이 구수하다. 새벽녁에는 장닭이 횟대에 올라 꼬기오 목청을 높여 새벽잠을 깨운다.

문경에도 사과나무가 심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에 마을 전체가 사과밭으로 둘러 쌓이게 되었다. 누이내외도 800여그루의 사과나무를 가꾼다. 1월 가지전지,  꽃피는 봄부터 가을 사과수확때까지 숨쉴 틈없이 일하고 일한다. 자형이 벌어오는 돈으로 편하게 살아온 서울내기가 어떻게 버텨내는지 신기할 정도다. 안스럽기도 하다. 은퇴했으면 고향에서 텃밭이나 가꾸며 유유자적 지내야지 손많이 가는 과수원을 할 생각을 하다니... 그래서 가끔씩 내가 일손을 돕는다. 나야 그냥 재미고 즐거움이다.

이번엔 260그루 고추모종을 심고, 고구마순 두뭉치를 함께 심었다. 지난해 수확한 고추가루로 담은 김장은 조금 매웠다.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아 맵지않은 고추모종을 골랐단다. 고구마도 황금꿀 모종을 선택할 것을 권했다. 속이 노랗고 맛이 달다. 촉촉해서 에어플라이에 구워먹기에 좋다. 농사법도 달라지고 농작물 품종도 지속적으로 개량종이 나와서 일이 수월해지고 맛도 좋아지고 있지만 마을에는 젊은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시골에는 동남아 인력이 부족한 일손을 메꾼다. 그들의 일손으로 가꾼 농수산물이 우리들 밥상에 오른다. 이번 코로나로 일부 동남아 일꾼들이 귀국해서 손이 귀한 시골의 인건비가 올라갈 것같다. 올 가을엔 농수산물 가격이 좀 오를 것이다.


장닭 횟치는 소리에 잠을 깨서 새벽녘에 동네 한바퀴 돌았다. 사과꽃 피는 동네풍경과 활짝 핀 야생화 사진을 찍었다. 어찌나 예쁜지 사진을 정리하면서 친구를 기다린다.


동로 산마을로 묵나물 중 제일 맛난다는 다래순 따러 갈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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