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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Sep 14. 2020

조선족 가이드로 운남성에서 살아남기

중국, 리장 곤명 마지막 얘기

중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은 180만 명이다. 현재는 150만 명뿐이다. 30만 명이 한국에 와서 돈을 벌고 있다. 한국에  온 조선족은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잠자고 먹는 것 빼고는 알뜰히 돈을 저축하는 부류는 중국에  집을 여러 채 사거나 자식들을 경제적으로 돕는다. 또 다른 분류는 월급 받으면 술 마시고 노래방에 가서 돈을 다 써버린다. 5년간 한국에서 직장을 다녔는데도 돈 한 푼 모으지 못해 결국 운남성으로 돌아와 관광 가이드를 하는 흑룡성 출신 가이드를 만났다. 여전히 한국에서 배운 나쁜 소비 패튼을 버리지 못하고 밤에 들린 여강고성의 술집에서 맥주를 사는 호기를 부렸다.

중국에서 조선족은 소수민족 중 17,8 위 정도의 인구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최 남서쪽에 위치한 위난성에는 겨우 500명 정도의 조선족이 살고 있다. 소수민족들은 나름 자부심과 소신을 가지고 살아간다. 소수민족이라고 해서 별다른 차별은 받지 않는다. 다만 남녀가 만나면 어느 민족에 속하고 어떤 명절을 쉬고 있는지 묻는다고 한다. 중국 내 한류  탓에 조선족의 선호도가 높다. 조선족이라 하면 한국말을 할 수 있는지? 빅뱅 노래를 부를 수 있는지 물어본다고 한다. 빅뱅  노래 한 두곡 불러주면 중국 여자들이 뻑 간다. 그래서 운남성에서 조선인이 중국 여자 꼬시기가 쉽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운남성은 결혼 적령기가 낮다. 22,3살이면 거의 결혼한다. 18세에 결혼하는 여자들도 많단다.

연변 출신 26살 조선족 가이드는 대학을 졸업하고 4년째 운남성에 살고 있다. 운남성 기준으로는 결혼이 많이 늦은 문제 있는 노총각이다. 기후가 좋고 행동이 느린 자신의 생활과 잘 어울리는 운남성에서 살기로 했다. 한국에 가면 더 많은 돈을 벌 수가 있겠지만 운남성에서 관광 가이드하면서 살 거란다. 한국에는 8명의 친구들이 돈을 벌고 있는데 아마도 중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다. 그는 여자 친구를 따라 운남성에 오게 되었는데 8년간 사귄 여자 친구와 작년에 헤어졌다. 그 후 여러 한족 여자를 사귀었는데, 여자를 만날 때마다 연내에 결혼해야 한다는  운남성 여자들 말에 당황하여 그만 만나게 되었다. 한국에서와 같이 조선족 역시 이십 대 말이나 설흔을 넘겨서야 결혼을 생각하게 되는데, 25살에 만난 운남성 여자들이 조혼을 서두르니 만나기가 망설여졌단다. 결혼 반려자로 조선족이 최고이지만 한족도 좋단다. 지금은 5성 호텔에 근무하고 있는 한족 여자와 썸씽이 있는 중이다.


사드 이후 윈난 성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가 줄어들었고, 이제 회복기에 들었다. 어려웠을 때는 한 시간 2천 원 하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라면을 먹으며 버텼다. 하루 8만 원 하는 통역일은 가끔씩 행운같이 찾아왔다. 한반도에 사드 설치는 양쪽 나라에 경제적 충격을 주었다. 현재의 한 달 50만 원에서 80만 원 받는 월급으로는 1.5억 원 아파트를 살 엄두조차  수 없다. 그래서 매월 4천 원 투입하여 복권을 구입한단다. 1억 원을 받는 1등은 생각하지도 않고 외국차를 살 수 있는 4천만원을 배당받는 2등이면 좋겠단다. 4등에 당첨되어 한 달 생활비라도 받으면 좋으련만 1천 원 주는 6등 조차  당첨되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한 달에 4천 원으로 복권을 사서 행운을 기대하는 소 서민적 희망을 꿈꾸는 청년이 애잔하다. 장가계나 백두산, 시언에  가서 관광 가이드를 하면 돈은  많이 벌겠지만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위난성에서 살기로 했단다. 한국에서 15년째 돈을 벌고 있는 부모님 덕에 곤명 외곽에 집을 얻어 살고 있다. 운남성 음식이 너무 맛이 없어서  4일 걸리는 배달을 이용하여 연변으로 김치와 된장을 주문해서  된장국을 직접 끓여 먹는다. 알뜰히 돈을 모아 집을 사고 싶단다. 4천만 원 하는 외국 브랜드 차는 고사하고 천만 원 하는 중국차를 살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는다. 20만 원 하는 중고 전기 오토바이를 사서 몰고 다니는데, 교통이 복잡한 쿤양에서는 차보다 더 빠르고 좋단다. 시내에서 승용차는 시속 40km를 유지해야 하나 오토바이는 60km까지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월 1.8만 원만 내면 오토바이를 무한 충전하고 주차시킬 수  있어 운용비가 적게 들어 좋다. 가솔린 1리터의 가격은 1.3천 원 정도다. 결혼을 하게 되면 남자는 집을 마련해야 하고, 여자가 준비하는 4천만 원 하는 외국 유명 브랜드 차를 몰 수있 을 것이다. 결혼은 부모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 한번 하고 여자의 부모가 살고 있는 중국에서 한번 더 할 것이다. 만나는 중국 여자들이 자신을 한국에 데려갈 수 있겠느냐고 요구했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서 부모를 만나고 친구를 만났단다. 서울을 대표하는 명동을 가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삼계탕도 먹고 포항 가서 바다도 보고 회도 맛보았다. 처음 먹어 보는 회가 신기하게도 입에 맞았다. 이제 1년에 한 번씩 운남성에 관광객이 적은 12월  말에 열다섯날 휴가 내서 한국에 가기로 했단다.

부모가 고향을 떠나 한국에 살고 있으니 연변 고향에는 친지가 거의 살고 있지 않는단다. 하지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연세 들어 치매든 할아버지가 계시니 매년 한 번은 고향 연변을 찾아간다는 효심 깊은 착한 조선족 청년에게  주님의 가호가 있길 빈다. 착하고 솔직한 조선족 청년이 좋은 운남성 여자를 만나서  소시민으로 운남성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훗날 다시 운남성을 찾아갈지 모르겠지만 다시 만나 그가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한국에 오면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그가 사는 얘기를 듣고 싶다.

송이 샤부샤부를 먹으며 세계에 흩어져 사는 동포들과 한민족의 민족성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여독을 풀기 위해 마사지를 받은 후 밤 11시  반 비행기로 쿤양, 곤명을 떠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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