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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Sep 23. 2020

소낙비가 반가운 하롱베이에서의 하루

베트남, 두 번째 이야기

이른 아침 호텔을 나설 때부터 장대비가 쏟아졌다. 오늘 관광을 망칠지 모른다는 불안감보다는 아열대 지역 특유의 스콜성 소나기가 더위를 식혀줄 것이라는 사실이 반가웠다.

저 많은 목선을 누가 다 탈까?

하롱베이를 찾는 관광객을 태울 목선 터미널이 현대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수십 명을 태울 수 있는 목선 수 백 척이 끝없이 도열되어 있었다.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 낸 3천여 개의 기기묘묘한 봉우리가 어우러진 최고의 자연 유산물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전 세계인. 그들이 지불하는 대가로 하롱베이는 불과 십수 년 만에 인구 백만 명의 거대 도시로 발전했다. 얼마나 큰 축복인가? 더 이상 가난하지 않아도 되는 천혜의 혜택을 주민들은 감사하고나 있을까? 주머니가 두둑해졌으나 그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다. 자본주의에 익숙하지 않다. 밝게 웃는 얼굴로 서로를 반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롱베이 풍경이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가까울 땐 키스? 그러나 돌아서면 멀어져 간다.
석회암 동굴을 보기 위해 산 위로 올라가면 하롱베이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월맹의 통일 기념일 등 4일 동안의 연휴를 맞아 하롱베이를 찾은 베트남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되었다. 기분이 좋았다. 모계 사회인 이 사회주의에서 과거 베트남 여성은 가족은 물론 직장을 찾지 못해 빈둥거리는 남편까지 부양하느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다. 과거엔 가난하다는 이유로 휴식이라고는 엄두도 못 냈던 베트남인들은 하롱베이의 수려한 경치를 즐길 수 없었다. 그러다가 빠른 국가경제 성장에 따라 국민 개개인이 여유를 갖게 되고 자유롭게 관광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하롱베이 뒷골목에 앉아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인간다운 삶을 즐기게 되었다. 세계인의 한 사람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그들에게 축하를 보내고 싶다.

동남아 여행 중에는 늘 망고를 가득 사서 하루 몇 개씩 잘라먹는다. 잘 익은 두리안도 맛이 기막힌다. 열대과일은 동남아 여행 중  누릴 수 있는 축복 중 하나이다.  


해외여행 중 제일 재미있는 것은 재래시장 구경이다. 하롱베이 구시장에도 두리안, 애플망고, 망고스틴 등 열대과일과 각종 조개, 한치 등  어패류가 싸고 풍족했다. 과일 가게에서 애플망고 1kg 8달러 달라는 것을 전통시장에서 2달러에 샀다.

동남아에서 흔한 라푸라푸(다금바리)로 회를 쳐 먹어보니, 퍼석한 식감만 떨어질 뿐 맛은 먹을 만했다.

한국에서 최고의 횟감으로 치는 다금바리가 흔하고, 크랩이 앞다리를 묶인 체 거품을 뿜고 있었다. 어제저녁에 살이 가득 찬 것을 쪄서 먹었던 놈들은 시장에서도 귀한 축에 속하나 보다. 가격이 한국과 비슷하다. 어육 반죽을 즉석에서 튀겨 어묵으로 파는 가게도 많았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어묵을 사 갔다. 그리고 제법 큰 말린 한치는 한국에서의 가격과 맞먹어 사지 않았다. 1kg에 4만 8천 원. 그들에게는 한국인이 호구로 보이나 보다. 같은 물건이라도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파는 가격이 다르다.


베트남의 수상 인형극은 농촌의 일상생활, 고기잡이, 소싸움  등을 통해 농민을 보호하고 가정의 화평과 안녕을, 국가의 번영을 비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이다. 베트남 특유의 성조로 읊퍼대는 구성진 노래와 처음 보는 악기들을 이용한 연주와 만담과 어울려 인형을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인형술사들이 꾸민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에겐 낯설고 어설퍼 보였지만 오랜 시간 내려온 베트남 농민의 애환과 진한 애정을 담고 있었다.


오전 내 강한 비와 중간중간 가는 비로 바뀌는 날씨 덕에 덥지 않게 하루를 즐길 수 있어 감사했다. 하롱베이 관광을 끝내고, 초 저녁에 호텔 앞에 즐비하게 펼쳐져 있는 식당들을 둘러봤다. 해산물과 마사지의 가격 조사를 했다. 동남아 표준 가격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었다. 카지노에 들려 재미 삼아 십 달러를 투입, 30센트씩 배팅해서 2분 만에 날렸다. 게임은 여기까지.


호텔로 돌아와 사진과 SNS를 정리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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