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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Sep 24. 2020

사람이 넘쳐나는 하노이

베트남, 마지막 이야기

아침 7시 반에 하롱베이에서 하노이를 향해 출발했다. 값싼 패키지 여행인지라 가이드 팁과 여행사 비용을 충당할 쇼핑을 해야 한다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부담스러워 말고 데려가는 데로 열심히 들어주고 주는 데로 받아먹고 잠시 쉬어 간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수십 년 전 해외여행이 처음 허용되는 시기에 사용했던 마케팅 전략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고가로 메겨진 상품을 만병통치라고 설명하고, 특별 할인을 할 테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라. 국내에서는 살 수도 없다. 또는 유명 연예인도 사용하고 있다... 한 20분 비슷한 얘기를 반복하며 설명한다. 관심을 갖는 고객이 나타나지 않으니 가이드의 얼굴에 실망한 표시가 역력하다. 이들이 장사가 안된다고 하면서도 계속 같은 영업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가끔씩 호구 관광객이 한두 명 나타나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번 다낭 다녀온 직장동료가 노니 가루를 90만 원에 사 온 것을 보면... 동남아를 관광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에 색다른 문화와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임을 모르는 걸까? 중국을 찾는 관광객이 꾸준히 참깨를 사 오는 것은 국내 절반 가격이라는 것. 동남아에서도 생활 밀착형으로 박리다매로 영업전략을 바꾸야 되지 않을까? 동남아 시골 길가에 널린 노니를 수백 달러에 사는 바가지 쓸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해외여행 처음일 때 당했지만 다음에 또 당하겠는가? 자유롭게 해외를 오가는 시대에 바가지를 씌울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성요셉의 성당, 목욕탕 의자에 앉아 커피를 즐기는 다방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도착했다. 넘쳐나는 오토바이와  메케한 공기, 전면 폭이 4미터에 불과한 건물 위층의 다닥다닥 붙은 살림집들, 간이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잡담을 즐기는 길거리 커피집, 유럽풍 성요셉의 성당... 나는 시장에 들러 값싼 트래킹 슈즈  하나를 샀다. 베트남산 세계적 유명 브랜드를 국내의 30% 가격으로 샀다.

호찌민 주석의 집무실 주변의 호전한 호수, 풍광이 아름답다.

베트남의 국부 호찌민을 모신 광장 옆에 있는 호찌민 주석의 집무실, 연못을 낀 배경이 아름답고 호젓하다. 삐죽이 올라 온 부처님 닮았다는 나무뿌리가 뭇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한 기둥 탐 사원에서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기도를 드린다.

베트남 국보 1호로 지정된 모트 코트는 1,049년에 세워진 한 기둥탑 사적지이다. 지금도 계단을 올라가 약간의 시주를 하고 기도하는 현지인과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 오랜 세월을 이기고 시민에게 공개되어 생활에 밀착되어 있다.

커플 트리라고 불리는 높이 솟은 야자수를 감싸 안은 감나무 밑에 있는 가게에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호찌민 사진, 음료수와 베트남을 상징하는 풍경이 담긴 자수공예품 등을 팔고 있었다.

저녁 6시 반 저녁식사를 끝내고 바로 공항으로 데려 주겠다는 가이드를 뿌리치고 탈출하듯 패키지 대열에서 이탈했다. 택시를 타고 동쑤언 시장 옆에 있는 따히엔 맥주 거리를 찾아갔다. 골목 하나가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말이 맥주 거리이지 길거리 좌판에 앉아 간단한 베트남 음식을 먹으며 하노이에서의 밤 시간을 보내는 거리다. 이 사회주의 국가에서 늦은 시간을 보낼 밤문화가 달리 없어 이곳에 다 모인 것이다. 대열을 이탈한 세명은 얼마 전 TV 짠내 투어에서 방연 된 푹람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식당 종업원들이 등판에 박나래라고 적힌 검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옆자리엔 서양인 커플, 서울에서 왔다는 자매 둘, 대구에서 왔다는 남자와 일본인 아내, 그들과 일한다는 한국말 잘하는 베트남인 둘이 각각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도 음식 두 개를 시켰는데 맛은 별로고 그냥 하노이의 늦은 밤문화 체험에 만족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이 골목을 감시하고 있는 경찰차가 지나가면 모두 재빨리 일어나 테이블과 펄펄 끓고 있는 음식물을 감쪽같이 치워서 골목길을 넓힌다는 것이다. 홍해 가르듯 늘직히 길이 열렸다. 단속하는 것인지 형식적인 감시인지 모르겠다. 순식간에 상황이 일어나고, 경찰이 지나면 금방 골목길이 다시 채워진다.

동쑤언 시장 옆에 있는 따히엔 맥주 거리엔 사람들이 넘쳐났다.

맥주 거리에서 일어나서 호안끼엠 호수를 지나갔다. 밤이 되니 시민들이 몰려나온다. 달리 갈 만한 곳이 없는 이들은 호수가로 찾아든다. 호숫가 야경을 배경으로 앉은뱅이 목욕탕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잠시 쉴 겸해서 의자에 앉으니 주인이 와서 차를 주문하란다. 차값에 해당하는 한국돈 천 원을 내밀었다.  베트남 돈을 달라는 해서 베트남 돈은 없다고 몸짓으로 표현했더니 고개를 저으며 갔다. 의자에서 일어나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는 통용되는 한국 돈을 받지 않았다. 옆에는 전자밴드를 연주하는 여성그룹이 시민들에게 에워 쌓여 있었다. 외국인들이 버스킹으로 시민들을 모으고 있었다. 흥겨운 밤 풍경이었다. 마지막으로 성요셉 성당을 찾아가서 사진 한 장 찍었다.

버스킹을 하는 노란 머리 외국인들. 이들은 이렇게 모은 돈으로 다시 여행을 즐긴다.


비행기는 새벽 한 시 반에 출발하는데 가이드의 강요대로 저녁 7시 반에 공항으로 갔더라면 얼마나 지루했을까? 동쑤언 시장에서 두리안 하나 사 먹고, 맥주 거리에 앉아 복잡한 골목 거리의 사람들과 어울려 보지 못했다면 어찌 하노이 문화에 취해 봤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다시 찾아온 하롱베이와 하노이. 먹어보고 섞이고 호기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것으로 충분히 다른 느낌과 새로운 만족을 가질 수 있었다. 모두 내가 하기 나름이다.


밤 열 시가 넘어 44만 동으로 택시비를 흥정하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손에는 한국돈 2만 2천 원을 거머쥐고. 밤 11시쯤에 공항에 도착, 출국 수속을 마치고 남은 시간은 의자에 누워 잠을 잤다. 알람 소리에 깨어나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이제 다시 일상생활 모드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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