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영 Nov 15. 2020

나만의 특별한 컬렉션, 수석

추억을 기억하는 법

전엔 해외여행을 가면 기념품을 사기 위해 이런저런 가게를 기웃거렸다. 애주가이셨던 아버지 드리려고 양주도 샀고, 쵸코렛이나 과자를 사서 아이들에게 가져도 줬다. 아내에게 줄 진주 목걸이와 스와로브스키 액세서리 세트도  샀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아이들도 다 컸고 아내도 선물에 관심이 없다. 그동안 사다준 기념품도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다. 겨우 한 15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산 손톱깎이는 남아서 아직도 잘 사용하고 있다.

이젠 해외여행이 잦아지고 기념품 살 일도 없어 무엇을 사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린 듯하다. 낯선 곳에 머물면서 마음을 내려놓고, 그곳만의 독특한 향토 음식을 맛보려고 식당을  기웃거린다. 처음 보는 것에도 어설프 하지 않고 익숙한 듯 받아들인다. 그냥 여러 곳을 지나치면서 눈에 들어오는 돌 하나를 주어 그 나라를 기억하는 기념품으로 대체한다.

수석 산지로 둘러싸인 함창이 내 고향이라 자연스럽게 어릴 적부터 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내국인은 물론 일본인까지 탐석을 위해 찾아오는 구랑리, 영순, 점촌, 태봉은 내 어릴 적에 골뱅이 잡고 멱감던 놀이터였다. 동네 어느 집이나 수석 몇 점은 다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해외에서 호핑투어를 즐기거나 명산을 트래킹 할 때 지나치듯 주변에 흩어진 돌에 눈길을 준다. 그러다가 돌을 한 개 주워 주머니에 넣고 다른 장소로 옮아가고, 그곳에서 또 돌 하나를 주어 주머니에 든 돌과 비교해서 마음에 드는 놈을 선택하여 집으로 돌아온다.

아르헨티나  우수 아니아에 있는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에서 주운 흰 석영과 태황산  풍경구에서 발견한 돌
왼쪽은 대마도에 낚시 가서 주운 것이고, 오른쪽 흰 돌은 라오스 짚라인 타러 가서 주은 돌

그렇게 모은 돌을 바라다보면 각 돌에 담긴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남반구 최하단 도시인 아르헨티나  우수 아니아에 있는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에서 주운  흰  석영 돌은 3시간 동안 국립공원 내 호수를 끼며 트래킹 할 때 느꼈던 평화로움을  다시 느끼게 한다. 흰 새알같이 둥근 돌은 라오스 방비엥에서의 신났던 카약과 짚라인이 생각나서 흥겹다. 타원 문향을 안고 있는 돌은 3일 내내 비가 와서 낚시를 못하다가, 마지막 날에 빗줄기를 뚫고 선상낚시를 나가 벤쟈리벵에돔을 한 쿨러 잡은 대마도 낚시를 떠올리게 한다. 모빌 탑과 같이 생긴 돌은 중국의 그랜드캐넌이라 불리는 태항산의 아름다운 풍경구를 다시 거닐게 한다.

나는 추억이 담긴 이들 돌에 좌대를 마련해 주고 수석이라 부르기로 했다. 수석은 변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고 늘 제 자리에 앉아 있어 언제든지 감상하고 상념에  잠길 수 있어서 좋은 취미라 했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한점 섬


또 수석 한 점이 망망대해에 떠있는 수려한 섬 하나를 재현하고 있으니, 마음속으로 그 절벽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좋다.

이후엔 고향이나 어느 지방을 가더라도 강가나 동네를  산책하면서 돌 한점 줍고, 해외여행에서도 돌 한점 줏을 수 있기를 바란다.  거실에 의미 있는 수석이 한 점씩 늘어갈 때마다 내 삶의 추억과 좋은 기억도 하나씩 더해 가게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이 넘쳐나는 하노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