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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Nov 02. 2020

방어 낚시와 겨울철 대방어 맛

10월 말 다대포 앞바다 형제섬 부근

물때는 12 물로 유속이 완만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높은 파도로 물 흐름이 빠르고 배가 요동친다.

낚시 줄 흘림이 빨라서 어신 감지가 어렵다.


급격한 줄 당김에 재빨리 낚싯대를 챘다. 묵직한 어신.

끼륵거리며 몇 차례 릴이 역회전하는 강한 반발감.

3호 낚싯대와 5호 낚싯줄을 믿고 강제 집행한다.

하지만 긴장감을 낮출 수는 없다.


옆에서 3번이나 낚싯바늘을 털려 버린 형님의 씁쓸한 강제 집행의 실패와 같이

갑작스러운 채임과 강한 맞섬은 고기를 놓쳐 버린다.

드랙을 적당히 풀어놓고,

물고기가 당겨오기 시작하면 드랙을 조여 뱃가로 끌고 온다.


마지막 강한 발악으로 선장님의 몇 차례 헛 뜰채

챔질 끝에 끌어올린 방어는 79cm.

자연산이라 빵이 적어 4.6kg.

방어로 대물에 속하진 않지만 내 최대 기록.


아쉽게도 8자를 못 넘겼다.

내 기록은 늘 앞자리 숫자가 아쉽다.

참돔 68cm,  감성돔 52cm.            


그래도 이만하면 대방어의 진미를 느낄 만하다 싶어

아가미와 꼬리 부분에 칼로 찔러 시메를 해서 집에 와서 회를 뜨다.
한겨울의 기름진 대방어의 맛에는 못 미치지만

제법 방어 맛이 들어 성인 11명이 충분히 먹었다.


한결같이 맛있단다.

너무 크서 주방용 칼로는 도저히 자를 수 없는

방어 대가리와 굵은 등뼈에서 우려 나온 구수한 육수와

쫄깃거리는 머리살과 아가미살 식감은

회로 부른 배를 더욱 채워 배가 남산만큼 부풀게 했다.


겨울엔 대방어  맛이 뛰어나다.
흔히들 겨울에 제주도 가면 방어를 꼭 먹고 오는데

무언가 석연치 않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추천해서 먹었는데, 사각거리며 식감은 좋은데 맛은 그저 그렇네...
방어의 맛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은

동행자가 적었거나 횟값이 부담돼서 작은 방어를 주문해서 먹었기 때문이다.  

방어는 클수록 맛있다.

한 80cm는 되어야 한다.

한겨울철 방어 전문집에서 내놓는 대방어는 빵,

즉 두께가 두껍고 기름이 잔뜩 축적되어야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린다.

회를 삼킨 후에도 입을 다시면 목구멍 근처에 고소한 맛이 감돌고 오랫동안 남는다.

아마도 당신들이 대방어를 먹는다면 지금껏 먹은 회맛 중에서 최고의 맛이다라고 손꼽을 것이다.

지난겨울, 대방어를 맛본 내 형님과 직장 동료들도 생애 최고의 회맛이라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부산에서 대방어의 참 맛을 보려고

연산동 자이 아파트 앞에 있는 까치놀에 자주 갔다.

방어의 기름진 맛을 최대한 즐겼다.

장사가 잘 되었던지 해운대로 자리를 옮겨서 찾아갔더니 방어 참맛이 나지 않았다.

회 뜨는 방법도, 손님을 맞이하는 자세도  아니다.

다시 오고 싶은 식당이 아니었다.

맛집 하나를 잃어버려 아쉽다.    

지난주 방어를 낚아 회쳐서 먹었더니 제법 방어 맛이 들어 먹을 만했지만,

절정의 맛을 보려면 12월 중순쯤에 먹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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