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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Nov 29. 2020

미국 낚시 천국에서 참치와 상어를 낚다.

인생 물고기 180cm  상어를 낚다.

몸이 기억하고 있는 낚시의 재미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몇 해 전 이야기다.


집 뒤뜰에서 낚시를 즐긴다고 후배가 여러 번 자랑을 해서, 낚시도 즐기고 오랜만에 미국 여행도 할 겸 미국 가는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조금 떨어진 델레이 비치에 위치한 빌리지 내 여러 집 정원에는 소형 요트가 놓여 있다. 일부 집 뒤뜰은 바로 대서양으로 이어지는 수로와 연결되어 있다. 마이애미 근처에는 섬들이 없으므로 동남아처럼 호핑투어를 즐길 마땅한 장소도 없다. 결국 마이애미에 사는 주민들은 요트를 이용하여 낚시를 즐기는 것이다.


미리 준비해 간 국산 묶음추에 지렁이 대신 길게 자른 소고기를 미끼로 삼아, 집 옆에 있는 수로에서 낚싯대를 드리워 캣피시 몇 마리를 잡은 것으로 미국에서의 낚시 즐기기를 위한 위밍 업을 마쳤다. 여러 차례 해외여행에서 하고 싶었던 것이 낚시다. 어족자원이 풍부한 외국에서 배를 타고 나아가서 끌어올리기 힘들 만큼 큰 놈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유료 낚싯배 탐색과 예약에서 번번이 포기해야 했다. 다행히 이번에 머무는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작은 포트가 있고, 아무 장비를 준비해 가지 않더라도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유료 낚싯배가 있다는 사전 정보로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10명 정도의 미국 사람, 히스패닉과 동양인을 태운 철갑선이 대서양을 향해 나갔다. 하늘이 푸르고 뭉게구름이 낮게 드리웠다. 한 25호는 될 것 같은 굵은 바늘 2개로 겹쳐진 낚싯바늘, 손바닥만 한 전어를 통채로 사용하는 미끼, 25호 쯤되는 원줄과 밑줄. 낚시채비가 별났다. 항구에서 한 700미터나 나갔을까? 배의 엔진이 끄지자 마자 일제히 낚싯대가 바다를 향한다.

손바닥만 한 전어를 미끼로 사용한다. 바늘 하나는 전어 등위에 꼽고 하나는 눈 부위에 꿴다. 참치가 미끼를 채면 바늘이 입과 몸뚱이에 박혀 참치를 확실하게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검푸른 바닷속으로 낚싯줄이 빠르게 풀려 나갔다. 잠시 후 옆자리에서 환호성이 울려 나왔다. 한참을 실랑이하더니 제법 큰 참치 한 마리를 끙끙대며 끌려 올렸다. 오호 제법인데. 크기가 좋아. 연이어 들리는 환호성... 입질이 분명하지는 않았다. 릴을 몇 번 감고 나서야 묵직하게 달려 있는 느낌이 들고, 이때부터 챔질과 릴링이 이어진다. 드랙이 풀리고 릴을 감기를 여러 번. 처음에는 바로 제압을 하지 못해 물고기가 배 뒤편으로 달려가는 바람에  배 뒤 전으로 끌려갔다. 릴을 감다가 버티기를 여러 번 반복. 마침내 물고기의 얼굴이 수면에 비쳤고, 선원이 다가와서 날카로운 고리로 물고기를 꿰어 배로 끌어올렸다.  한 1미터는 되어 보였다. 참치다. 직접  끌어올리기 힘들 정도의 크기. 소원을 풀었다. 기념사진 한 장. 그러고 나서 한 마리 더 잡았다. 연이어 미끼가 뜯기고,  몇 번 더 한참을 끌어올리다가 뱃전에서 참치가 떨어져 나갔다. 한 번은 바늘이 떨어져 나갔고, 또 한 번은 원줄 도레에 메인 밑줄이 풀어져 나갔다. 낚시채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다시 낚싯대를 드리우고 줄이 풀려 나갔다. 작은 느낌에 릴을 감았고 묵직함을 느꼈다. 재빨리 챔질을 했으나 전혀 딸려 오지 않고, 드랙이 찍찍거리며 역회전을 했다. 낚싯대를 뱃전에 대고 버텼다. 한 참을 풀리더니 잠시 쉬는 느낌에 릴을 감았으나 꼼짝하지 않았다. 허리를 굽히고 펴면서 릴을 몇 바퀴 감았다. 또 허리를 굽혔다 폈다. 강하게 버티다가 낚싯대를 뱃전에 대고 몇 번 릴을 감고,......  옆자리 미국인이 낚싯대를 치우고 응원을 했다. 선원이 다가와서 어마어마한 참치가 걸렸을 거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 큰 거북이가 걸렸을 것이라고도 했다. 조심하지 않으면 낚싯줄이 끊기고 말 것이다. 적당한 견제와 릴링. 얼굴과 등짝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손맛이 아니라 몸 맛이다. 아려오는 팔을 몇 번 털고 나서 다시 버티고 감고를 반복했다. 버티기만 하면 내가 이길 것이다. 제아무리 힘이 세더라도 지칠 때가 올 것이다. 그때 끌어올리면 된다.

팔 힘이 아니라 온 몸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마침내 조금씩 딸려 왔다. 수면 위로 끌어내 마침내 수면 아래 아롱거리는 커다란 물고기 그림자. 상어. 상어다. 낚시로 상어를 끌어올렸다. 6피트는 넘을 것이라고 선원이 외쳤다. 1 미트 80센티 미트. 내 일생의 물고기....... 물 위로 상어의 온전한 모습이 떠 올랐다. 입가에 확실하게 박힌 낚싯바늘이 선명하다. 잠시 생각한다. 몇십 분을 더 실랑이하면서 배위로 끌어올릴 것인가? 얼굴까지 봤으니 살려주고 참치를 몇 마리 더 낚을까? 결국 낚시 줄을 끊고 살려 주기로 했다. 그 후에도 참치가 연속으로 물리고 요령이 생겨 이전보다 더 쉽게 끌어올렸다. 오늘 낚시 최고다. 손맛이 아니라 팔과 허리가 아리도록 몸 맛을 느낀 하루다.

가는 낚싯줄과 바늘에 물려 심해에서 바다 수면까지 끌려 올라 온 상어

몇 마리를 집으로 가져와서 초밥을 만들어 맛있게  먹었다. 냉동실에는 참치로 가득하다.

원 없는 낚시였다. TV에서만 봤던 참치를 잡아보고, 상어까지 낚았다. 내 인생의 물고기 사이즈는 1미터 80센티미터.


미국은 낚시조차 규모가 달랐다. 수십 톤의 철갑선 낚싯배. 항구에서 불과 수백 미터만 나가도 참치를 낚을 수 있다. 4시간 비용은 불과 50불. 낚시채비는 필요 없다. 그냥 예약하고 가면 얼마든지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미국에서의 낚시는 이제 나에게 최고의 흥미와 재미를 주는 오락거리가 되었다.  


다시 미국에 오길 원하거나 그리워한다면 아마도 낚시 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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