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영 Nov 19. 2020

살아가면서 이해하지 못할 몇 가지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  나오는 주인공의 첫마디가 '세상에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여자들은 불을 켤 줄은 아는데 불을 끄는 방법은 모른다. 도대체 왜 그럴까?'라는 것이다. 백번 공감하는 말이다.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다 보면 아내가 안방에서 거실로 나오면서 거실 조명들을 더 밝히고, 주방을 가서 주방등을 켠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고작 물 한 컵 마시려고 거실 등 13개를 추가로 밝히고 주방등 6개를 켠다. 불은 끄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면 그만 나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불을 끈다. 어쩌다 한 참만에 다시 나와서 다시 온통 불을 켜고 주방에 놓인 손가방을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불은 끄지 않는다. 또 내가 따라다니며 불을 끈다. 왜 여자들은 불을 끌 줄 모를까? 세상에 살면서 내가 이해되지 않는 한 가지다.


아내가 다이슨 헤어드라이기를 사 달라고 했다. 사용하고 있는 국산 드라이기도 멀쩡하고 성능이 좋아 '드라이기는 다 같다'면서 무시했더니 아내는 '다이슨이 좋다'며 투덜거렸다. 그래도 마음에 걸려 지난번 바르셀로나 갔을 때 시내 백화점으로 달려가 다이슨 코너를 찾았으나 유럽의 백화점 점원들도 다이슨 브랜드를 알지 못했다. 결국 사지 못했다. 다이슨은 국내에서만 유명한가 보다. 그러다가 아들이 지 엄마가 원하는 다이슨 헤어드라이기를 선물했나 보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왔더니 다이슨 드라이기가 포장을 뚫고 나와 식탁 위에 덩그런히 놓여 있었다. 한 일주일을 치우지 않고 마치 시위하듯 놓여 있더니 마침내 콘센트에 꼽혀 욕실 앞 화장대 위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옆에 국산 드라이기도 나란히. 난 머리 감고 나면 국산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렸다. 며칠이 지나고 국산 드라이기는 콘센트에서 빠지고 그 자리에 휴대폰 충전기가 꼽혀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이슨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내는 '다이슨이 흘씬 좋지?' 한마디 했다. 난 바람이 그저 그렇다고 생각했다. 국산은 찬바람 선택하면 자동으로 찬바람이 나와 머리를 말릴 수 있는데 다이슨은 찬바람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거나 저거나 그것이 그것인데 왜 여자들은 가격이 몇 갑절이나 하는 다이슨을 찾을까?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원하는 것을 얻었으면 이전의 것을 버리든지 해야지. 왜  아직까지 국산 드라이기를 다이슨 옆에 나란히 두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지난번 휘슬러 밥솥에 얽힌 사연은 정반대다. 오래전 프랑크푸르트에 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휘슬러 압력밥솥을 사 오지 않았다고 투덜거렸다. 시간이 얼마 지난  후 휘슬러 압력밥솥을 사다 주었더니 주방에 던져두고 이전에 사용하던 국산 밥솥을 몇 년간 사용하고 휘슬러는 사용을 하지 않았다. 이해를 할 수 없는 일이다.

여자들은 '미안하다. 잘못했다'라는 말을 모르는 모양이다. 사소한 말다툼 등 분쟁이 있을 때마다 사과하는 쪽은 나다. 내가 화해를 시도한다. 아내는 한 번도 미안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매번 남편들만 잘못하고 아내들은 항상 옳은가? 여자들은 미안하다는 말을 알지 못하는가? 이것이 살면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한 가지다.


여자들은 원하는 것만 보나 보다. 베란다 빨래걸이에 지난 겨울부터 내내 걸려 있는 겨울옷이 아내 눈에는 띄지 않는 모양이다. 빨래를 널 때마다 볼 수 있을 텐데 왜 함께 걷지 않는 걸까? 참으로 궁금하다. 그래서 오래전에는 시험을 한 적이 있다. 겨울 철에 입었던 무스탕을 베란다 옷걸이에 걸어둔 체로 치우지 않아 얼마나 오래 둘지 보기로 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끝날 무렵까지 무스탕은 베란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결국 내가 시험을 포기하고 무스탕을 걷었는데, 바깥쪽을 향한 무스탕 팔 한쪽이 햇볕을 받아 희게 바래져 있었다. 결국 입지 못하게 되었다. 왜 그럴까? 원하는 것만 보고 다른 것은 눈에 띄지 않는 걸까? 이 또한 이해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다.


이해하지 못할 것이 많다. 주방에서 팩에 든 주스를 마셨으면 플라스틱 팩은 쓰레기통에 넣어야지 왜 사용한 그릇 틈에 던져 두는지? 먹다만 국과 밥을 잔반통에 분리하지 않고 왜 싱크대 개수대에 그냥 두는지? 작년에 산 옷은 어디에 두고 왜 올해 다시 비슷한 옷을 사는지?...


세상에 살면서 이해하지 못하는 몇 가지들. 이젠 이해하는 것 포기하고 그저 그런 모양이다라고 무시하며 살아간다.


그래도 가끔씩 왜 그럴까? 고개를 갸웃거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실패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