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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Nov 16. 2020

살아가면서 재미 찾기

삶의 목적이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라면


직장이든 가정이든 늘 반복되는 삶으로 때로는 무료함을 느낀다.


삶에 윤기를 더하기 위해서

수채화를 그리고

낚시를 하고

반복된 무산소 운동으로 배 근육을 늘리고

그러다가 더 무료하면 불쑥 낯선 곳을 찾아 떠나간다.


살아가면서 재미 찾기는 우리의 행복감을 더해준다.

결국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부단히 재미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저절로 즐거워질 수는 없기에.


계절마다 맛을 찾아 먹는 것도 삶에 재미를 더 높인다.

 

겨울 대방어는 오랫동안 혀끝에 감도는 고소함을 뇌에 깊이 각인시킨다.

겨우내 대방어의 속살에는 진한 기름기를 감추고 있어서

초밥과 방어 뱃살을 삼킨 후에도 몇 번이고 입맛을 다시게 한다.

특별한 고소한 맛이 사라지지 않아 진미를 먹는 행복감에 취하게 한다.   

그래서 올해도 빠짐없이 대방어 회를 즐겨 찾을 것이다.

글 쓰는 이 순간에도 뇌 속에 저장된 대방어의 고소함이 혀끝을 스친다.

 

물텀벙이라고 불리는 물메기는 조업을 방해하는 성가신 잡어였다.

그물을 엉키게 해서 잡히자마자 곧바로 내던져지는 존재,

'텀벙'소리만 내는 존재로 잡어 중 잡어로 끓인 물메기탕은

한겨울에 먹는 별미 중 별미가 되었다.

미용에 좋은 성분을 가진 물메기탕은

저지방 고단백질 식품으로 비타민이 풍부해서 감기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전날 폭주로 쓰린 속을 푸는 해장국으로 최고이다.

맛이 시원하고 살이 물러 술술 넘어간다.


겨울 끝에 먹는 청도 한재미나리도 싱그러운 맛으로 삶의 재미를 더한다.

내 어릴 적에 언 미나리깡에서 미끄럼 타던 진흙탕에서 자라는 일반 미나리와 달리

청도 한재 계곡 옆 비닐하우스에서 자라는 한재미나리는

땅속 깊은 곳에서 퍼올린 맑은 물을 먹으며,

아침저녁으로 물을 빼고 되퍼부으며 보살피는

농부들의 정성 속에서 자란다.  


삼겹살과 함께 먹는 부드럽고 여린 한재미나리는

입속에 향긋한 향기를 남긴다.

삼겹살과 함께 먹고

미나리를 총총 썰어 금방 끓인 된장국과 함께 비벼 먹으면 그 또한 절미이다.

올해도 수차례 아침, 저녁으로 미나리와 된장국을 비벼 먹었다.



겨우내 얼어붙은 몸과 마음이 소생하는 봄이 다가오면

함창 태봉 숲 근처에서 꽁꽁 언 땅속 깊이 뿌리내린 냉이를 캐서

된장 찌개에 끓여 먹으니 이 또한 별미다.


쌀쌀한 날씨가 남아 있는 이른 봄엔 도다리 쑥국을 먹을 수 있어 좋다.

봄이면 땅에는 향긋한 쑥이, 바다에는 신선한 도다리가 으뜸이다.

겨울 산란기가 끝나 살이 차오르기 시작한 도다리에 육지의 싱그러운 쑥이 만난

도다리 쑥국을 먹고나야 비로소 봄이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을에는 문경 누이집 뒷산에서 송이버섯을 채집하고

소 등심과 같이 먹는 송이의 맛과 식감 또한 별나다.


맛을 찾는 것이 우리 삶을 재미나게 하고 윤택하게 한다.

그래서 세상에는 맛집이 늘어난다.


내가 그 맛집을 찾아가는 것은

더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적극적인 내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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