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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Aug 22. 2020

영화 테넷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이 미국보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되었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의 이러한 선택은 연상호 감독의 좀비 영화 '반도'가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소식에 기인한다. 한국 사람들이 영화를 관람할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화관 제일 위 모퉁이 자리를 예약하고 시간 맞추어 상영관에 들어가니 이미 수십 명의 관객들이 마스크를 쓴 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로 코로나가 다시 확산일로에 있지만, 철저히 방역을 한 공간에서 전원이 마스크를 쓰고 관람한다면 간염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을 경험에 의해 익숙해진 시민들이 용감하게 테넷을 보러 온 것이다.

영화 제목 테넷, TENET은 주의, 리를 뜻하는 단어이지만, TEN이란 단어를 앞뒤로 배치하여 앞에서 읽으나 뒤에서 읽으나 같은 말이 되는 단어로서 영화의 내용을 암시한다. 세계의 종말을 막기 위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현재 진행 중인 과거를 바꾸기 위해 고전분투한다.


란 감독은 그의 영화  메멘토,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에서 현재와 과거를 교차 전개시키고,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통한 다른 시공간을 다루고, 중력차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통해 세월이 어긋난 부녀의 안타까운 만남을 보여 주었다. 시간과 차원을 교차시키고, 충돌시키는데 그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놀라운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차원이 다른 시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이 그려내는 세계가 우리에겐 다소 이질적이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보는 것에 제한된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그의 영화는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많은 팬들이 그의 영화에 환호한다. 다른 생각과 2억 달러라는 막대한 할리우드 자본의 투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영화가 세계의 극장을 점령할 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흥행의 과도를 달릴지는 두고 봐야 하겠다.

조직의 안전과 동료의 목숨을 위해 자신의 죽음을 선택한 존 데이비드 워싱턴(덴젤 워싱턴의 아들) 세계를 구할 요인으로 선정되어 로버트 패틴슨과 함께 3차 대전을 막기 위한 임무가 주어진다. 이들은 시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미래의 공격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영화는 편안한 스토리로 전개되다가 중간부터는 현재와 미래가 충돌한다. 주인공이 모는 차는 앞으로 달리고, 미래에서 온  차들은 거꾸로  현재를 향해 달린다. 전반부 평범하게 진행되었던 장면들이 미래에서 온 사람과 사건으로 뒤엉킨다. 잠시 한눈을 팔면 영화 시나리오와 전개를 따라가지 못한다. 어떻게 엮어지는 줄 이해하지 못한 체 영화  화면만 따라오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시간여행을 하는 영화를 보면서 과거  사건이 뒤틀어지면 현재는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했다. 고전으로 분류되는 '백 투 더 퓨쳐'에서는 과거의 자신과 관련된 사건에 개입함으로써 현재의 모습과 가족 구성원이 달라졌고, 영화 '터미네이터'에서는 미래에서 온 전사와 미래의 지도자 어머니 사이에서 미래의 지도자가 태어나는 모순을 스토리로 채택했다. 미래의 지도자가 자신의 탄생을 막으려는 적으로부터 장래의 어머니가 될 여주인공을 보호하기 위해 보내진 전사가 곧 지도자의 아버지가 되는 비논리적 시나리오에 비난이 많았다. 과거가 변경되면 현재가 그에 따라 변경되어야 한다는 논리적 사고에 갇혀 비난을 했다.


그러나 테넷에서는 이런 이성적 논리적 사고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테넷은 시간영화이 아니라 시간을 이용한 협공 작전을 펼친다. 영화에서는 미래에서 온 자신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미래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격투를 한다. 현재의 자신은 상대방이 누군지를 알 지 못한 체. 그러면 누가 실체이고 누가 허상인가? 영화에서는 미래와 현재의 내가 모두 실체다. 가능한 일인가?라는 질문은 우매하다. 영화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영화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논리를 따질 필요가 없다. 모두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한계나 제한을 두어 상상력을 가둘 필요가 없다. 오히려 우리가 보고 들은 것에 제한되어 우리의 상상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 면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상상력과 영화는 대단하고 놀랄만한 것이다.


우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어릴 적 만화에서 본 달나라를 걷는 모습이 현실이 되었고, 하늘을 나는 꿈이 패러글라이더라는 대중 스포츠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만화 속에만 있던 로봇이 실제 우리의 생활을 돕고 산업의 주요 자동화 시설의 주인공이 되었다. 만화가의 상상이 현실이 된 것이다. 내가 어릴 적에는 우주에 대한 기억이나 관심이 없었다. 우주에 관해 듣거나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워싱턴 우주박물관에 들어갔을 때, 그곳에 전시되어 있던 실제 달에 다녀온 우주선, 우주복과 각종 시험 도구와 캡슐형 음식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런 것을 보고 자란 미국 꼬마들이 커서 우주를 개척하고 미지의 세계와 미래의 먹거리를 개발해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워싱턴 소재 우주박물관

놀란 감독도 어린 시절에 체험했던 우주 박물관 같은 공간과 자료가 그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했을 것이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상상력, 시간 차원이 다른 세계와 이야기를 다룬 그의 영화가 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허리우드는 거대한 부를 축척하고 있다. 현대차 수십만 대를 수출하는 것보다 영화 한 편이 더 많은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 영화는 상상력의 결실이다.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 테넷에서 그가 펼치는 상상의 세계와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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